[자산으로서의 미술 콜렉션] 콜렉터블 콜렉션을 위한 선구안


콜렉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작가를 선정하고 그 작가의 대표적인 수작(秀作)을 합리적인 가격에 사는 일이다. 그 외에 다른 지식은 설령 모른다 해도 결국에는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 처리의 영역이다. 주목해야 할 작가를 어떻게 찾을 것인지 고찰해보자.

눈과 귀를 동시에 열어 두어라

“MoMA, 구겐하임, 테이트모던 같은 주요 미술관 회고전이 임박해 있거나, 회고전을 마친지 얼마안 된 작가라면, 그 작가의 작품거래가 시장에서 활기를 띠면서 작품가격이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회고전이 임박한 작가나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미술시장에서 가장 ‘핫’한 정보 중 하나다”

-<아트마켓바이블> 중 이지영 지음-

(그림1. 아트마켓바이블 표지)

<아트마켓바이블>은 미술 콜렉션을 공부하는데 꼭 추천해보고 싶은 책이다. 이 책에서 언급된 작가 선정 방법을 토대로 필자의 생각을 보충했다. 국내외 미술 시장을 두루 경험한 전문가(독립큐레이터, 아트딜러)인 저자는 ‘14년도에 출간된 저서에서 주목해야 하는 작가 선정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주요미술관 회고전, 개인전을 앞두고 있는 작가

•국내•외 주요 갤러리 전속작가

•딜러들이나 미술시장 정보지가 공통적으로 추천하는 작가

•유명한 콜렉터의 콜렉션 작가

•메이저경매에 자주 등장하고 경매낙찰률이 높은 작가

•권위 있는 큐레이터들과 비평가들이 주목하는 작가

•20세기 예술운동의 대표 작가

•재단이나 단독미술관이 있는 작가

•세계 미술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작가

위의 조언을 크게 ‘미술사적 의미’와 ‘시장 선호도’ 두 가지 측면으로 풀어 본다.

미술사를 사라

당대에는 소외되었던 비주류 반란가들이 시대를 넘어오면서 메인 스트림이 되고, 클래식이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미술사에 남는 작가가 된다는 것은 표현 기법적으로, 개념적으로 또는 상업적 어프로치 방식까지 포함하여 한 시대에 도드라지는 행보를 한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조를 이루고 레전드가 되어 간다.

도식화된 공식은 없지만 대게는 미술관이 사랑하는 작가가 그 반열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세계적인 비엔날레에 초대가 되거나 유명 미술관에서 그룹전이나 단독 초대전이 이뤄진다는 것은 중요한 포인트다. 미술관이 시대 정신을 반영하는 테마를 세우고 그 카테고리 안에 들어오는 작가를 섭외하여 전시를 열면 그 전시 행사 자체는 현재형으로 끝나지만 그 기록들은 시간을 뛰어 넘는 역사성을 갖게 된다. 특히 공공 미술관이 특정 작가의 단독 전시를 연다는 것은 미술사에서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작가라는 사인을 보낸 것으로 차제에 주목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물론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미술관에서 단독 초대전이 예정되어 있다면 작가에 대한 평가나 시장에 미치는 반향 측면에서 매우 유의미한 이벤트가 될 수 있다.

두각을 나타내려면 비평이 우호적이지 않더라도 뭔가 미술 평단에서 주목할만한 이슈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테마로 전시를 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작가여야 한다. 특정 세대의 대표 작가 군을 논할 때 앞 순위에 오르는 작가여야 한다. 이렇게 의미가 부여 되는 작가라면 미술관이 콜렉션을 하지 않겠는가. 특히 민간 섹터의 유력 미술관이 콜렉션을 했다면 주목도를 높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작가가 미술계의 대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역량 있는 마케팅 파트너가 필요하다. 어느 정도 인지도가 형성되어 있다면 작가 사후에 작품이 제대로 관리가 될 것인지, 역사성을 훼손시키지 않고 관리할 수 있는 재단이나 관리자가 있는가, 단독 미술관이 있는가도 짚어볼 부분이다.

하지만 역사가 될 작가라도 시장에서는 끝내 평가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시장이 동조해야 한다. 시장에서 맞장구를 쳐줄 때 그 역사성은 더욱 단단해진다.

시장에게 물어보라

‘비싼 주식이 좋은 주식이다’.

‘세력’이 자본으로 인위적 장난을 하는 게 아닌 이상, 고려해야 하는 여러 요인들을 종합 반영해서 주가가 오르고, 그 주가가 기업을 얘기해준다. 역사가 될 작가는 시장이 먼저 알아보고 가격이 움직인다. 유명 미술관 전시나 유명 갤러리의 전속이 되는 것을 소수의 전문가들 만큼 빨리 알 수는 없겠지만 정보가 노출된 이후에라도 꾸준하게 가격이 오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시장을 끊임없이 탐구하며 공부할 필요가 있다.

화끈한 마케팅 행보로 인해 평단에서 상업적이라는 비판을 받지만 결국은 시장의 힘에 의해 역사가 되는 작가가 심심치 않게 많다. 당대에는 치기 어린 도발로 받아들여졌을 뱅크시나 앤디워홀이 그런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과거에 비해 콜렉터와 2차 시장의 영향력이 커지다 보니 시장에서 역사성을 갖추어 가는 경우도 놓치면 눈 여겨 봐야 할 부분이다.

시장에서 작가를 본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갤러리 전시나 옥션을 통해 작품이 소화가 되는지, 가격은 계속 우상향 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한 눈에 물리적으로 시장 상황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아트페어도 꼭 둘러보기를 권한다. 2-3년을 지켜보면서 꾸준히 출품이 되고 소화가 되는지를 보면 작가에 대한 시장 반응과 지속 가능성을 부분적으로 나마 확인해 볼 수 있다. 옥션이 기획 전시하는 작가들을 주목하는 것도 의미 있다. 낙찰률이 중요한 옥션이 선택한 전시라면 상업적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을 내주지 않았겠는가.

(그림2. Andreas Emenius의 작품, Phillips옥션의 Private Selling Exhibition ‘21년 6월7일~7월9일)

이런 일련의 상업적 행보가 지속되려면 작가 자신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역량 있는 갤러리나 프로모터가 파트너로 함께 해야 한다. 누가 작가와 함께 하는가, 특히 글로벌로 시장 커버리지를 갖춘 세계적 갤러리가 함께 한다면 시장성 측면에서의 가능성은 한층 올라갈 것이다.

또 하나 콜렉션에 크게 동기 부여를 하는 부분이 기업 콜렉션다. 세계적인 명품 회사의 오너나 기업 차원의 콜렉션이 이뤄졌다고 하면 미술 시장에 자극을 준다. 모든 경우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콜렉터들에게는 뭔가 ‘보증서’를 받은 안정감을 줄 정도로 영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에서는 삼성家를 포함해서 파라다이스, 아모레퍼시픽 등이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싶다. 물론 드러나지 않게 조용히 콜렉션하는 실력 있는 기업 오너들이나 파워 콜렉터들이 많은데 시장에서 귀동냥을 하면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눈과 귀를 동시에 열어야

미술의 역사를 콜렉션 하기 위해 꾸준히 미술관을 다니면서 큐레이터와 비평가들의 지성을 배워야 한다. 시장에서 답을 찾기 위해 아트페어와 갤러리를 다니면서 딜러와 아트 어드바이저들의 통찰을 배워야 한다. 작가를 선정하는 작업을 혼자 할 수는 없다. 정보력이 좋은 갤러리와 옥션, 통찰력 있는 아트 어드바이저, 유능한 아트 딜러, 자산화 성공률이 높은 콜렉터와의 교류가 필요하다. SNS를 통해 실시간 정보 공유도 가능한 시대이니 만큼 유명 콜렉터의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으로 공부하는 것도 적극 권한다.

“미술 시장의 생리를 이해하고, 최대한 정확한 정보, 유용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방법, 콜렉션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사안들에 대해 체크할 수 있는 경로가 필요하다. 성공적인 콜렉션은 눈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항상 귀와 눈을 동시에 열어두어야 하며 꾸준히 정보와 지식을 축적해야 한다”

-<아트마켓바이블> 중-

마스터피스 한 점이 낫다

마지막으로 두 가지를 강조하고 글을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주식 투자를 해본 분들이라면 여기 저기서 좋은 종목 추천 받아 사다가 어느 사이에 백화점이 차려져 있는 계좌를 경험 했을 것이다. 이런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 타계한 이건희회장이 ‘콜렉션 과정에서 이것 저것 경험했지만 똑 부러지는 하나를 사는 게 제일이더라’는 취지의 기사를 봤다. 좋다고 이것 저것 사지 말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선택한 작가의 최고 작품을 콜렉션하는 것이 콜렉션의 왕도라는 뜻일 게다.

(그림3. Cecily Brown의 작품, 리움미술관 소장)

“(그가 이뤄놓은 훌륭한) 콜렉션은 돈만 있어서 되는 게 아니다. 그의 수집은 시간이 남을 때 한 게 아니라 엄청난 시간과 공을 들인 것이다”

- 이호재 서울옥션 회장의 콜렉터 이건희 회고 중(‘21년 6월2일 중앙일보)-

세계적 콜렉터의 이 조언이 절실히 공감이 가는 대목이기 때문에 깊이 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슴 떨리게 하는 작품을 사라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의 저평가된 주식은 사놓으면 언젠가는 오른다. 매도 타이밍에만 집중하면 된다. 좋은 작가의 작품을 콜렉션 했다면 충분히 즐기고, 주변에 자랑하고, 작가를 응원하다가 필요할 때에 팔면 된다. 좋은 작가를 선정하는 것은 콜렉션의 처음이자 끝이기 때문에 글이 길어 졌다. 모두 이론적이고 냉철한 얘기다.

“가슴 떨리게 하는 작품을 사라”.

필자가 가장 하고 싶은 얘기다. 아무리 공부를 하고 조언을 듣고 콜렉션을 해도 어떤 작품은 자산으로 되돌아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은 자산 가치가 없는 작품과 그 작품에 반응하는 나만 남는다. 비록 자본은 잃었지만 설레임과 추억, 그리고 애정이 가득 담긴 작품과 함께 할 수 있다면 그 또한 기쁜 일이 아니겠는가.

“정신적인 순익을 가져다 주는 나를 닮은 컬렉션을 만들어보자”

-Choi&Lager갤러리 최선희 대표 칼럼 중-

김종범 디인베스트랩 대표

◇김종범 디인베스트랩㈜ 대표는 기업 투자, 문화컨텐츠 투자, M&A 자문 전문가이다. '미술 경계인'으로서 객관적 시각으로 20년간 경험한 미술 콜렉션 노하우를 공유 중이다. 인스타그램 @artinvestlab, 이메일 jb23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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