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빅테크 '보험공습' 맞이할 준비 됐나


[아이뉴스24 김태환 기자] "메기인줄 알았더니 고래였다."

최근 주식시장에 상장하자마자 금융주 시가총액 1위를 달성한 카카오뱅크를 두고 나온 말이다. 카카오뱅크가 처음 출범했던 2017년 '은행권의 메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수조 속에 물고기들의 천적인 메기를 넣으면, 살아남으려고 움직이면서 강해지듯, 카뱅이 메기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메기보다 훨씬 가장 크고 힘이 센 고래였다는 게 밝혀졌다. 카뱅은 카카오톡 플랫폼의 후광을 등에 업고 출범 2년 만에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하고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상장 첫날인 8월7일 상한가를 기록하고 둘째날(9일 2시30분 기준)에도 23% 상승했다. 시가총액은 40조원에 육박했다. 인터넷은행 하나가 KB금융지주 시총의 2배를 달성했다.

기자수첩 [그래픽=아이뉴스24]

보험업계에도 카카오의 금융계열사들을 비롯해 이른바 '빅테크' 기업들의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대한화재와 에르고다음다이렉트 등 보험업계에 종사했던 경험이 있어 방카슈랑스(은행 보험판매)를 비롯한 보험판매업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내년엔 카카오페이가 '카카오손해보험'을 론칭할 것으로 관측되며, 네이버파이낸셜과 핀테크기업 토스도 보험업 진출을 적극 추진 중이다.

빅테크 공습 속에서도 기존 보험사들의 경쟁력은 제자리걸음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최근 기자는 자동차보험을 갱신하면서 전화통화를 1시간 넘도록 하며 앵무새처럼 "동의합니다"를 반복했다.

신규가입이 아니라 갱신에도 이렇게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 간편해졌다는 실손보험 보험금 청구도 병원에 서류를 발급받고 사진을 찍어 전송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간단한 진료는 청구 절차가 번거로워 넘어가기도 한다.

빅테크 기업의 사업영역 확대로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 창출과 산업 간 융합으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험사들이 기존 역할인 사고 후 보상에만 머무를 경우 결국 단순히 '보험금 지급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기존 보험사들도 디지털 전환과 체질개선에 힘쓰고 있다. 생보사들은 헬스케어 서비스를 접목해 질병 발생 이전부터 관리하는 상품을 만들고, 손보사는 평소 운전습관 데이터로 할인해주는 운전자습관연계보험(UBI)을 개발했다. 디지털보험 전문 자회사를 만들어 최초로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상보험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아직 소비자가 체감할 만큼 확산되지 않고 있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빅테크의 보험업 진출에 대한 기대와 과제' 보고서에서 "보험사 입장에서 빅테크의 보험시장 진출이 보험사들이 디지털 전환에 따른 사업다각화, 고객만족도 향상 등 기회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면 기회요인이라는 이야기는 실패하면 위험요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보험사들이 오프라인 지점을 줄이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데이터 개방형 생태계로 전환하는 등 디지털 대응력을 높여 빅테크 공습을 이겨내길 기원해본다.

/김태환 기자(kimthi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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