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으로서의 미술 콜렉션] 명품 브랜드가 된 글로벌 아트페어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미술 콜렉션이나 작품 관람에 관심 있는 분들은 기회가 될 때 아트페어 기간에 맞춘 테마 여행을 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갤러리나 미술관을 가면 남의 집에 온 것 같고 뭔가 의식을 치르는 듯한 불편함이 생기곤 한다. 그런 긴장감마저 즐거운 것이 미술 관람이겠지만 상대적으로 아트페어는 오랜만에 열리는 장터에 온 듯한 흥겨움이 배어나서 훨씬 편안하고 즐겁게 관람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애호가들을 기쁘게 하는 것은 평소에 좋아하거나 관심 있던 작가들의 작품을 한 장소에서 다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사진으로 보던 작품의 색감이나 질감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고 작품이 주는 '아우라'를 직접 가늠해보는 맛이 쏠쏠하다. 해외 미술관에 가야 볼 수 있을 법한 대가들의 작품을 백화점 진열대에서 보듯이 대면한다는 것은 큰 기쁨이다.

세계의 맛집을 한 곳에서 시식하는 호사

아트페어는 해당 도시의 유명 컨벤션센터에서 주말을 끼고 일주일 내외로 열리는 거대한 미술 장터다. 갤러리나 콜렉터들에게는 거래가 이뤄지는 마켓플레이스이기도 하지만 향후 미술계의 흐름이나 사조를 짐작할 수 있는 좋은 배움의 장소이기도 하다. 공식 오픈 전날의 VIP 투어를 신호로 막이 오르고 아트페어장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흡족한데 행사 기간에 맞춰 도시 곳곳에서 열리는 수많은 전시와 이벤트를 찾아다니는 재미까지 더하면 방문 기간 내내 미술로 '찜질'을 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아트바젤 전시장 [사진=스위스 관광청 ]

참가하는 갤러리들은 아트페어 참가비는 물론 작품 배송비와 고객 응대 행사비, 체류비 등 지불하는 비용이 크기 때문에 팔릴 만한 고가의 작품, 유명 작가의 작품, 소속 작가의 수작을 들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주요 작품들은 행사 개막 전에 이미 고객들과 사전 거래를 성사시키고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갤러리측은 관리하는 작가의 인지도를 향상시키면서 매출을 획정하고, 콜렉터는 아트페어 출품 이력이 붙은 좋은 작품을 경쟁 없이 사전에 확보하는 윈-윈 게임이다.

행사 기간 전후로 수많은 해외 콜렉터와 갤러리, 미술 관계자들이 입국한다. 숙박을 하고 작품을 배송하고 부스를 설치하고 행사 진행 인력을 채용하고 프로모션을 하느라고 눈코 뜰새 없는 시간을 보낸다. 특별전과 강연회도 열리고 작가와의 만남도 이뤄지고 여러 형태의 VIP 응대와 참가자들간의 사교, 비즈니스가 일어난다. 아트페어는 애호가들을 위한 단순한 전시 차원을 넘어 국가적으로 중요한 마이스(MICE) 산업이기도 하다.

마이스(MICE)란?

마이스는 부가가치가 높은 복합적인 전시 산업을 의미하는 것으로, 전시 이벤트를 언급할 때 자주 등장하는 용어다. 다시 말해서 마이스(MICE)는 회의(meeting), 포상 관광 또는 인센티브 여행(incentive tour, incentive travel, 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의 4개 비즈니스 분야를 지칭한다. 1990년대 중반, 부가가치가 높은 신규 산업을 나타내는 개념으로 등장했다. 국제기관이나 기업, 사업체 등이 정보 교류와 소통을 목적으로 개최하는 회의 이벤트와, 전시 비즈니스를 주목적으로 개최하는 전시회 및 컨벤션 등을 모두 포괄한다.(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MICE란 무엇인가)

세계 3대 아트페어로 일컬어지는 아트바젤, 프리즈, TEFAF를 비롯해 기타 주목할 만한 해외 아트페어를 알아보도록 하자.

아트바젤

아트바젤(Art Basel)은 매년 6월에 스위스의 바젤이라는 곳에서 열리는 행사로 오늘날 세계 최고의 아트페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996년 얀크루기어(Jan Krugier) 갤러리와 바이엘러재단에 의해 창시되었다 주로 20세기 미술과 현대미술 작품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데 미술관급 퀄리티의 작품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최측은 근접 국가에서 2년에 한번씩 열리는 이탈리아 베니스비엔날레와 4년에 한 번 열리는 독일 카셀도큐멘타 그리고 같은 시기에 바젤에서 열리는 다양한 위성페어, 바젤미술관, 팅겔리미술관, 비트라디자인미술관, 샤우라거미술관과의 협력을 통하여 세계 미술시장 활성화와 세계 미술품 무역의 허브로서 시너지를 최대한 살리고 있다.

중립국 스위스는 두 차례의 새계대전을 겪으면서 미술품 무역의 요충지로 떠올랐다고 한다.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다국어가 통용되는 가운데 취리히와 제네바를 중심으로 미술 유통이 활발해졌다. 세금을 비롯한 미술품 거래와 관련 법률적 책임이 다른 나라에 비해 자유로운 편이어서 유럽의 콜렉터들은 스위스에서 작품을 구매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한다. 거래가 늘어나니 자연스럽게 자유무역항 주변에 작품보관창고 등의 인프라도 잘 갖춰졌다.

아트바젤의 성공요인으로 자국 콜렉터들이 전문적이고 미술에 대한 조예가 깊다는 것을 꼽기도 한다. 세계 미술시장에서 스위스 콜렉터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 정도로 추산되며 이들은 자국시장뿐만 아니라 뉴욕 런던의 경매를 통해서도 적극적으로 미술작품을 수집하는 미술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들이라고 한다. (참고 : <아트마켓바이블> 이지영 지음)

이같은 성공을 기반으로 아트바젤은 2002년 아트바젤 마이애미, 2013년부터 아트바젤 홍콩으로 확대하며 미국와 아시아를 겨냥한 시장 확대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최근까지 이 행사를 찾는 한국인들이 매년 증가 추세였는데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아트바젤홍콩 기간에 한국의 미술 관계자들과 애호가들이 다 모인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어서 많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한국에도 세계적인 아트페어 브랜드가 진출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계기였다.

프리즈아트페어

영국 런던의 미술잡지 '프리즈' 발행인 어맨다 샤프와 매슈 슬로토버가 창립한 프리즈아트페어(Frieze Art fair)는 2003년 런던 리젠트 파크(Regent’s Park)에서 120여 개의 갤러리가 참가한 가운데 처음 시작됐다. 신인부터 명성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출시되는 프리즈아트페어와 별도로 고전 작품과 20세기 거장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프리즈마스터스(Frieze Masters)도 함께 개최했다. 이 아트페어 역시 유명세를 배경으로 2012년에 뉴욕, 2019년에는 LA까지 확장해 적극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고 현재는 아트바젤과 더불어 명실상부한 세계 양대 아트페어로 자리매김했다.

2021년 5월 프리즈(FRIEZE) 뉴욕이 개최된 복합문화공간 ‘더 셰드(The Shed)’ 전경. [사진=Brett Beyer ]

프리즈 런던이 열리는 10월이면 유럽은 물론 미국, 중동, 러시아, 아시아 등지에서 몰려든 현대미술 애호가들로 인해 도심의 주요 호텔은 빈 방이 없을 정도다. 런던과 뉴욕에서 열리다 보니 경매시장 양대 산맥인 크리스티와 소더비도 이 기간에 맞추어 가치가 높은 작품 경매를 열고 갤러리들 또한 자신들의 블루칩 전속 작가 전시를 내놓는다. 아트페어와 갤러리, 경매 회사가 시너지를 내는 '생산적인' 축제를 만들어 가고 있다. 프리즈아트페어와 관련하여 특별히 주목해야 할 것은 2022년에 프리즈서울이 열린다는 것이다. 한국 미술시장에 큰 바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TEFAF

TEFAF(The European Fine Art Fair)는 매년 3월 네덜란드 마스트리히에서 열리는 전세계에서 가장 큰 엔티크, 올드마스터 아트페어다. 역사성 때문인지 이 아트테어는 아트바젤, 프리즈와 더불어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간주되고 있다. 네델란드 17세기 미술품무역 전성기를 엿볼 수 있는 장터로 매년 약 15개국, 250개 이상의 국제적 아트딜러들이 참여하고 2주 동안 열린다. 약 17%가 네덜란드 아트딜러들이고 70프로 이상은 유럽, 나머지는 유럽 밖에서 온 아트딜러들이다. 근현대미술을 거래하는 갤러리에게도 참여시키면서 TEFAF의 위상은 꾸준하게 높아졌다. 네덜란드가 배출한 유명 작가들의 면면을 잠깐 보더라도 전세계 시장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지분'이 있는 나라다. 반 고흐, 몬드리안, 윌렘드쿠닝, 드 키리코 등 세계적 작가들을 잉태했다. 네덜란드 작가들의 작품이 글로벌 시장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주변의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와 다르게 자국내의 미술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해서 네덜란드 내부의 미술시장은 아쉬운 부분이 있다.

FIAC

피악(FIAC)은 '국제 현대미술 전시회'를 뜻하는 'Foire Internationale d’Art Contemporain'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명칭으로, 매년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아트페어 행사다. 주 전시장인 그랑 팔레(Grand Palais)를 중심으로 튀일리 공원(Jardin des Tuileries), 식물원(Jardin des Plantes) 등 파리의 여러 명소에서 4~5일 동안 전시가 펼쳐진다.

피악에서는 피카소(Pablo Picasso), 미로(Joan Miró), 칼더(Alexander Calder) 등 20세기의 대가들과 오늘날 가장 인기 있는 동시대 미술가들의 작품들이 고액으로 거래될 뿐 아니라 새롭게 부상하는 미술가들의 작품, 실험성 강한 전위 미술 작품 등 폭넓은 범위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거래된다.

주최측은 선정 위원회를 두고 그동안 갤러리가 진행한 전시의 질적 수준과 전속 작가의 홍보에 대한 기여도를 평가한다. 적어도 3년 이상 꾸준한 활동을 벌인 갤러리만을 초빙하는데 참가 갤러리 수도 제한되고 매년 전년도 참가자를 교체하면서 아트페어의 차별화에 노력하고 있다. 아트페어를 비즈니스 장터로만 보지 않고, 현대미술의 흐름을 가늠하는 학습의 장으로 인식시키겠다는 의지다. (참고 : 네이버 지식백과- 피악FIAC)

* 기타 국가별 주요 아트페어

미 국 : LA아트쇼, 시카고아트페어

대 만 : 당다이타이페이

중 국 : 상하이아트페어

일 본 : 아트페어도쿄

독 일 : 아트쾰른(Art cologne)

스페인 : 아르코((ARCO)

한 국 : KIAF, 아트부산

아트페어와 비슷한 국제적인 미술 축제로 비엔날레가 있다. 비엔날레는 2년마다 열리는 국제적인 미술 전람회를 말한다. 아트페어가 상업적이라면 비엔날레는 비상업적 행사로, 기획력 있는 전시가 중심이 된다. 국가별로 열리고 있는 수 많은 아트페어와 비엔날레를 감안하면 지구촌에서 일년 내내 미술 관련 행사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이배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2021년 아트바젤홍콩 [사진=COUTESY OF ART BASEL HONG KONG, LEE BAE, PERROTIN]

아트페어는 마치 글로벌화를 지향하며 지자체가 매년 개최하는 지역 축제 같은 것이다. 성공하고 있다. 범용성이 떨어지는 미술이라는 테마에 뭔가 커다란 매력이 숨어 있지 않고 서야 이렇게 세계적인 축제가 될 수 있었겠는가. 소수가 향유하던 미술이 대중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술을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기업과 셀럽, 개인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큰 몫을 한다. 투자 대상으로서 미술에 대한 인식이 일반화되며 마켓 플랫폼으로서의 가치가 오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결과적으로 아트페어 자체가 브랜드가 되고 명품화, 권력화가 되어 가고 있다

사실 미술은 잘 몰라도 된다. 아트페어가 주는 매력적인 선물이 많다. 여행길에서 만나는 객창감과 잠시나마 익명성이 보장된 공간에서 만끽하는 자유로움. 노곤한 하루를 정리하며 찾아가 즐기는 로컬 맛집에서의 식사와 아트토크는 또 어떤가. 코로나 이전에 열렸던 아트바젤홍콩에는 한국에서만 3만명이 다녀갔다는 뉴스가 있었다. 미술만 보러 갔겠는가. 홍콩이 주는 매력도 한 몫 했으리라. 서울과 부산 정도면 어떨까. 한국 시장이 글로벌화 되고 있다.

김종범 디인베스트랩 대표

◇김종범 디인베스트랩㈜ 대표는 기업 투자, 문화컨텐츠 투자, M&A 자문 전문가이다. '미술 경계인'으로서 객관적 시각으로 20년간 경험한 미술 콜렉션 노하우를 공유 중이다. 인스타그램 @artinvestlab, 이메일 jb2350@naver.com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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