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으로서의 미술 콜렉션] 세계로 빗장 여는 한국의 아트페어


"아트페어의 주된 역할은 세계 현대미술의 표본을 보여주는 데 있다."

아트바젤 총감독 사무엘 켈러의 말대로라면 우리는 내년 가을쯤에 세계 미술시장의 표본을 한국 서울에서 둘러볼 기회를 갖게 된다. 세계적 명성의 프리즈아트페어(Frieze Art fair)가 한국의 대표적 아트페어인 키아프(KIAF:Korean International Artfair)와 콜라보 개최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서방 메이저와 아시아의 지역 맹주가 한 자리에서 벌이는 세계적인 미술 장터가 열리는 것이다.

세계적 권위의 프리즈 아트페어 한국 개최 결정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양측은 지난 2019년 10월 런던 프리즈와 프리즈 마스터즈 행사 당시에 공동 개최 아이디어를 공유했고 이후 지속적인 세부 협의를 거쳐 지난 5월에 최종적인 계약을 체결했다. 키아프 주최측인 한국화랑협회는 프리즈와의 협업을 통해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 최고의 아트페어로 도약하겠다는 출사표를 던진 것이고, 프리즈는 아시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한국에 두는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다.

프리즈와 경쟁 관계인 아트바젤이 이미 아트바젤홍콩을 통해 아시아 시장을 선점해왔는데 이번에 또 하나의 메이저 아트페어가 한국 진출을 선언함에 따라 아시아 미술 시장 지형에 일대 변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트바젤홍콩이 그 행사만 단일로 열리는 반면,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은 한 장소에서 같은 기간에 열리기 때문에 이벤트 구조가 다르다. 경쟁이면서 상호 보완 구조다.

프리즈아트페어(Frieze Art fair)는 영국 런던의 미술잡지 ‘프리즈’ 발행인 어맨다 샤프와 매슈 슬로토버가 2003년 런던에서 시작한 세계적 아트페어다. 신인부터 명성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출시되는 프리즈아트페어와, 고전 작품과 20세기 거장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프리즈마스터스(Frieze Masters)가 함께 열린다. 권위와 명성을 바탕으로 2012년에 뉴욕, 2019년에는 LA까지 확장해 적극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고 현재는 아트바젤과 더불어 명실상부한 세계 양대 아트페어로 자리매김했다.

2021년 5월 프리즈(FRIEZE) 뉴욕이 개최된 복합문화공간 ‘더 셰드(The Shed)’ 전경. [사진=Brett Beyer]

키아프는 사단법인 한국화랑협회가 2002년 처음 개막해서 올해로 20회를 맞이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국제 아트페어다. 지난 20년 동안 전세계 누적 830개 이상의 갤러리가 참가했고 한국 미술시장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해에는 펜더믹 상황에서 온라인 뷰잉룸을 빠르게 런칭하는 등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여 아시아에서 손에 꼽히는 아트페어로 성장해왔다. 키아프에는 매년 한국 대표 갤러리들은 물론이고 페이스, 리만머핀, 데이비드즈워너 등 세계적인 갤러리들의 참가가 이어져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장의 세계화는 진행되고 있었다. 프리즈에는 가고시안, 하우저앤워스, 데이비드즈워너, 리만머핀, 페이스, 페로틴, 타데우스로팍 등 세계적인 메가 갤러리들이 참가하기 때문에 2022년 두 행사에는 전세계 최고의 갤러리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화랑협회 황달성 회장은 "전 세계 예술 애호가들을 서울로 초대하게 되어 기쁘다"며 "한국 미술 시장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시기에 가장 영향력 있는 한국의 아트페어와 프리즈의 협업은 서울이 글로벌 미술 시장의 허브이며, 한국이 아시아 미술 시장의 주요 목적지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줄 것"이라고 밝혔다.

프리즈 측 빅토리아 시달(Victoria Siddall) 이사도 "서울은 훌륭한 작가, 갤러리, 미술관 및 컬렉션들이 있어 프리즈를 개최하기에 완벽한 도시"라며 "전 세계 갤러리를 한데 모아 서울이 활기찬 예술의 현장임을 확인하고, 놓칠 수 없는 특별한 한 주를 만들 것"이라고 화답했다.

프리즈 측은 첫 해에 대략 100개 정도의 갤러리가 해외로부터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키아프서울 전시 장면 [사진=키아프 홈페이지 ]

키아프서울과 아트부산이 꾸준히 역량 키워

프리즈의 한국 진출이 자칫 유명 아트페어 브랜드에게 프렌차이즈 거점을 제공하는 정도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을 수 있다.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갤러리들이 들어오면 제한된 한국 시장이 제로섬 게임장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다. 세계적 갤러리와 작가들의 국내 진입으로 인해 판로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일단 큰 시장이 열리면 아시아 주요 콜렉터는 물론 전세계 슈퍼 콜렉터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미술관과 비엔날레의 세계적인 큐레이터들과 기획자, 세계 미술계를 이끄는 전문가들이 방문할 것이다. 더불어 영향력 있는 글로벌 기업과 브랜드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국내에 머물러있던 역량 있는 작가들이 해외에 소개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 국내 갤러리와 콜렉터도 작품을 보는 안목이 넓어지고 거래되는 작품의 스펙트럼이 확장될 것이다.

국내에서 주목 받는 아트페어 중 하나가 아트부산이다. 키아프가 한국화랑협회 소속 갤러리가 주축이 되어 열리는 행사라면, 아트부산은 뜻있는 민간 섹터가 매년 봄에 부산에서 개최하는 아트페어다. 주최측이 자체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 갤러리들을 공격적으로 초대하기 시작하면서 작품이 매우 다양하고 볼거리가 많다는 콜렉터들의 의견이 늘고 있다. 올 봄에 전국의 많은 미술 애호가들이 아름다운 바다 풍경까지 덤으로 갖춘 매력적인 도시를 다녀갔다. 올 해 행사에서 아트부산은 총 매출액 350억원, 방문객 8만 여 명이 다녀가는 성과를 올렸다고 발표했다. 2019년 서울에서 열리는 키아프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던 310 억원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아트부산 내부 [사진=아트부산 홈페이지 ]

서울은 이미 인천공항을 기반으로 세계 수준의 항공편과 물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세계적 호텔 브랜드와 레스토랑, 교통망, 치안 등 해외 손님을 맞이할 호스트로서의 조건을 잘 갖추고 있다. 부산도 이에 못지 않다. 멋진 뷰와 낭만이 있는 바다를 안고 있고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세계 문화계에 이름이 알려져 있다는 점에서 훌륭한 집객 포인트를 갖추고 있다. 내년에 프리즈가 서울에서 열리게 되면 아트부산은 양적 측면에서 키아프서울에 뒤질 수 있다. 하지만 아트부산은 자기만의 색깔을 만들어 갈 수 있는 단순하고 추진력 있는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고 있어 미래가 기대된다. 머지 않아 한국은 봄과 가을에 부산과 서울에서 열리는 매력적인 '춘추 전국' 미술 축제를 갖게 될 것이다.

세계적 갤러리 지점 오픈 이어져

아시아가 대외적으로 급부상하고 있지만 아직은 세계적 수준의 아트페어가 없다. 로컬 축제를 겨우 벗어나는 수준이고 서방의 유명 아트페어에게 시장을 열어주며 글로벌로 지평을 넓히고 있다. 숙제가 많지만 풀지 못할 것도 아니다.

일단 시장으로서 성공하면 된다. 작품을 사는 사람이 많고 지속 가능하면 좋은 시장이라고 소문난다. 구매력 싸이즈가 관건인데 한국에도 작품을 향유하는 애호가들이 계속 늘고 있다. 온 국민이 가무를 즐기는 예인들인데 미술이 주는 호사인들 그냥 지나치겠는가. 게다가 젊은 콜렉터들의 참여 속도도 가파르다. 국내 콜렉터가 마중물만 대면 이후에는 아트페어에 방문하는 해외 콜렉터들이 구매력을 보강해 줄 것이다.

아트페어가 글로벌 수준의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해당 도시에 세계적인 갤러리가 들어와야 한다. 아트페어 행사 기간에는 도시 전체에서 위성 아트페어가 열리고 미술관과 갤러리들이 대대적인 기획 전시를 연다. 해외 방문객들은 하루 이틀 아트페어를 보고 나면 행사장 밖의 다른 전시장을 찾게 된다. 세계적인 갤러리들이 한국에 있다면 한국에 와야 할 이유가 늘어난다. 이들 갤러리가 특별 기획전을 열고 갤러리가 VIP를 초대할 것이다.

페이스갤러리 전경 [사진=페이스갤러리 홈페이지 ]

뉴욕의 대표 상업화랑 중 하나인 페이스갤러리가 올해 이태원에 서울점을 오픈했다. 아시아 거점으로 2008년 문을 연 중국 베이징 분점과 2014년 홍콩 분점에 이어 아시아에서 세 번째다. 지난해에는 프랑스 파리와 뉴욕, 홍콩에 지점을 갖고 있는 페로탱갤러리가 서울 팔판동에 전시공간을 열고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 바 있다. 런던과 파리, 잘츠부르크에 진출해있는 타데우스로팍도 오는 10월 한남동에 지점을 낼 예정이다.

시장 외적인 측면에서는 미술의 특권인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고 시장 간섭을 받지 말아야 한다. 즉, 정치 체제가 민주적이어야 하고 시장 경제가 매끄럽게 작동해야 한다. 이것 때문에 라도 아시아에서는 한국에 기회가 있다고 본다. 중국이 권위주의 체제로 회귀하는 사이에 그 동안 아트바젤홍콩이 갖고 있던 아시아 대표 아트페어의 주춧돌을 옮겨올 수 있다.

미술이 국가의 문화 히스토리이자 자산

시장이 커져서 작품 거래 빅데이타가 쌓이면 제도권 금융 분야와의 소통이 가능해진다. 작품에 대한 담보가치가 정당성을 부여 받게 된다. 작품을 통한 세금 납부나 국립 미술관에 대한 작품 기부도 정량적 평가가 가능해져서 제도적 뒷받침이 가속화 될 수 있다. 이쯤 되면 콜렉션 활동은 차원이 다른 국면으로 넘어 갈 수 있다.

선진국은 문화 패권을 갖기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그 결과 그들은 무형자산 비즈니스(Creative Industry, Copyright Industry)의 ‘끝판왕’인 미술로 매력적인 문화 히스토리를 만들었고 국가 자산을 키웠다. 적에게 스며들어 아군을 만드는 소프트파워를 갖게 되었다. 아트페어는 하나의 문화 이벤트이지만 당대 글로벌 리더 국가의 위상을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하다.

올해 키아프는 서울 코엑스에서 오는 13일 VIP 오픈을 시작으로 17일까지 열린다. 내년에 열리는 세계적 축제를 미리 즐겨 보는 행복한 워밍업이 되길 바란다.

김종범 디인베스트랩 대표

◇김종범 디인베스트랩㈜ 대표는 기업 투자, 문화컨텐츠 투자, M&A 자문 전문가이다. '미술 경계인'으로서 객관적 시각으로 20년간 경험한 미술 콜렉션 노하우를 공유 중이다. 인스타그램 @artinvestlab, 이메일 jb23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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