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의 ‘사고후 쳇바퀴' 대책…현장에 빨리 적용하는 게 관건


너무나 상식적 안전 시스템, 현장에 적용되지 않아

소방서 관계자들이 변압기 안전보호시설 설치 중 감전사고를 당한 이를 구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지난해 11월 전봇대에서 안전 장비 등을 갖추지 않은 채 작업하던 김다운 씨가 감전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한국전력(대표 정승일)은 일요일인 9일 정승일 사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안전사고 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한전이 이날 발표한 대책은 이전에도 발표한 적이 있는 재탕 대책이 포함돼 있어 시민단체 비판을 받고 있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대책만 내놓을 게 아니라 현장에 직접적이고 빠르게 적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전국구 작업 현장 한전…매일 1천500건, 매년 28만 건 공사 진행돼

한전은 전국구 조직이다. 한전이 관리하고 있는 전력설비는 전주(973만기), 철탑(4만3천695기), 변전소(892개)가 중심이다. 전국적으로 분포돼 있다. 매일 평균적으로 전국 약 1천500개 장소에서 전력설비 건설과 유지보수 공사가 시행돼 연간 총 28만 건에 이른다.

언제, 어느 곳에서도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그만큼 세말한 안전 대책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런데도 한전은 그동안 안전 대책에 소홀했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안전 대책을 강화하겠다는 발표만 있었을 뿐 현장에 적용되지 않은 게 한 원인이다.

한전 스스로 “공사 시간과 예산 측면에서 효율중심의 관리를 추구한 결과,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시인했다. 안전보다는 효율에 무게 중심을 뒀다는 자기반성이다.

관리감독에도 소홀했음을 시인했다. 한전 측은 “전기공사업 참여가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어 진입 문턱이 낮아지면서 영세 소규모 전기공사업체가 급증했다”며 “이 때문에 관리의 사각지대가 발생하면서 일부 현장에서는 표준공법 절차를 지키지 않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직접 활선 금지, 정전이후 작업 할 것

한전은 이번 안전 특별대책을 내놓으면 직접 활선(전력선 접촉) 작업을 원천 금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책은 이미 나온 적이 있다. 2016년 6월 직접 활선 공법 중 안전사고가 잦은 전선이선공법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전은 앞으로 ‘선(先)안전 후(後)작업’을 통한 3대 주요재해(감전, 끼임, 추락) 실효적 대책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어떤 작업이든 ‘선안전 후작업’은 기본인데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한 셈이다.

직접 활선을 퇴출하겠다고 했는데 약 10건 중 3건(약 30%)은 아직도 직접 활선 작업으로 하고 있다. 한전이 직접 활선의 완전 퇴출을 공언했는데 이 약속이 현장에 곧바로 적용될 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정전 후 작업’도 상식이다. 전기 공사를 하는데 전기를 차단하고 작업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런데도 한전 측은 비용과 시간을 들어 이 시스템을 제대로 작동시키지 않았던 셈이다.

한전 측은 “비용과 시간이 더 들고, 전력공급에 지장이 있더라도 감전의 우려가 전혀 없는 ‘정전 후 작업’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추락 사고를 막기 위해 작업자가 전주에 직접 오르는 작업을 전면 금지시키겠다고도 했다. 문제는 이 원칙이 현장에 적용되고 관리, 감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전주 작업 등은 하청업체가 대부분 수행하고 있는데 이를 일일이 관리 감독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산악지형과 안전 장비를 갖춘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 한전 측도 “모든 배전공사 작업은 절연버켓(고소작업차) 사용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절연버켓이 진입하지 못하거나 전기공사업체의 장비수급 여건이 곤란한 경우에 한해 해당 사업소가 사전 안전조치를 검토·승인 후 제한적으로만 예외를 적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9일 서울 서초구 한전 아트센터에서 '한국전력 하청업체 노동자 감전 사망사고'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종합 재발방지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연한 ‘1공사 1안전담당자’ 배치 강조

위험한 작업을 할 때는 안전 담당자가 당연히 배치되고 이를 통해 작업의 안전을 챙기는 것은 상식이다.

한전 측은 “연간 28만여 건 공사 중 도급 공사비 2천만 원 이상이거나 간접 활선 공사에는 현장 감리원을 상주배치(전체 공사 22%)하고 있는데 국내 감리인력 수급상황을 감안해 모든 전기공사에 1공사 1안전담당자가 배치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한전의 하청업체들은 한전에서 근무했던 이들이 퇴직한 이후 운영하는 곳이 적지 않다. 그동안 문제가 발생해도 이 같은 연결고리로 제대로 된 강력한 제재가 가해지지 않았던 측면이 있다.

한전 측은 “전기공사업체간 직원 돌려쓰기, 불법하도급 등 부적정 행위가 적발된 업체와 사업주에 대해서는 한전 공사의 참여기회를 박탈하는 ‘One-Strike Out’ 제도 도입에 대해 정부와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 또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나왔던 대책으로 ‘립 서비스’에 머물지 않고 현장에 직접 적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9일 기자회견에서 “안전은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다는 원칙을 전 임직원이 되새기면서 올해를 ‘중대재해 퇴출의 원년’으로 만들어 가겠다”며 “다시 한 번 고(故) 김다운 님의 명복을 빌며 유족 분들께 진심어린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사업주 처벌, 중대재해처벌법 오는 27일 시행

한전은 지난해 11월 고 김다운 씨 사망사고가 발생했음에도 그동안 책임을 미루는 태도로 일관했다. 이번 늑장 사과는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한전 사장도 처벌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오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는 사망 사고 등이 난 사업체의 사업주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등을 부과할 수 있는 조항을 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 내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지키지 않아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내용이 골자이다.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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