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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창희의 미디어 인사이트] 넷플릭스 국내 진출 6년…그 이후의 미디어 생태계


카이스트 겸직교수

2022년 1월은 넷플릭스가 국내에 진출한 지 만으로 6년이 되는 시점이다. 특정 사업자의 국내 진출 의미를 굳이 되새길 필요가 있을까? 10주년도 아닌 6주년인데 말이다. 대상이 넷플릭스라면 굳이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2021년에는 ‘오징어 게임’으로 촉발된 IP 독점 이슈, 여전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망이용대가 문제, 이러한 와중에 단행된 국내 요금 인상까지 넷플릭스와 관련된 이슈가 끊이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세 가지 문제는 2022년에도 쟁점이 될 것이 분명하며, 지금은 예측하기 어려운 새로운 이슈도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위에서 살펴본 이슈들이 넷플릭스와 관련해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라면 넷플릭스가 국내에 진출해서 미디어 생태계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를 조망하는 일은 현안이자 향후에도 계속 고민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다시 ‘오징어 게임’으로 돌아와 보자.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에서 압도적인 이용량을 기록하며 전세계에서 올해의 콘텐츠로 꼽힐만한 성과를 거뒀고, 오영수 배우가 골든글러브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황동혁 감독과 주연을 맡은 이정재 배우를 비롯해 정호연 배우가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는 등 제작진의 이름이 전세계에 알려졌다는 것에서도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산업적으로는 명백한 한계를 가진 성과라는 것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재무적으로 보면 국내 미디어 산업에 남은 것은 전체 제작비로 알려진 250억 중 넷플릭스의 지급 비율로 알려진 10%에서 15% 사이의 이윤뿐이다.

넷플릭스가 국내에 진출할 당시만 해도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충분한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고, 필자 역시 그러했다. 넷플릭스의 국내 가입자 수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범위를 넓혀서 보면 크게 300만에서 500만 사이일 것으로 추정된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투자는 많이 하지만 유료방송 사업자들과 같이 설비 투자를 하지 않는다. 물론, 데이터 기반 맞춤형 서비스, UI/UX 등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투자를 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콘텐츠 투자는 IP를 남기고 서비스에 대한 투자는 넷플릭스에 대한 만족도를 높여 넷플릭스 이미지 제고에 큰 기여를 해왔다.

넷플릭스와 관련한 다양한 용어 중에서 ‘넷플릭스 효과(Netflix effect)’라는 말이 있다. 캐빈 맥도날드와 다니엘 스미스-로우지는 ‘넷플릭스 효과(유건식 옮김, 파주: 한울아카데미)'를 마케팅 측면에서 선택의 폭을 확장하고 개인화를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이들은 이와 같은 넷플릭스 효과가 넷플릭스가 이익을 취하는 제한적인 개인화 일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최적화된 서비스가 실제로 이용자에게 효용을 주고 있는지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넷플릭스가 서비스에 대한 투자와 그에 대한 마케팅을 통해 독보적인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는 것이다.

분기별로 발표하는 넷플릭스 IR 자료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시대정신(zeitgeist)’이다. 넷플릭스는 시대정신을 담아낸 콘텐츠를 제작해서 가입자에게 제공한다는 것을 표방해 왔다. 2021년 3/4분기 IR 자료(FINAL-Q3-21-Shareholder-Letter)에서도 ‘오징어 게임’만큼 시대정신을 잘 포착해 낸 콘텐츠의 사례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어김없이 시대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아카데미와 같은 시상식에 꾸준히 문을 두드리는 것도 단순히 영리를 쫓는 사업자가 아니라 가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제작사라는 점을 알리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같은 노력은 넷플릭스가 현재와 같은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있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많은 전문가가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연착륙하는데 회의적인 시각을 견지했던 이유는 유료방송의 낮은 ARPU 때문이었다. 요금을 인상한 넷플릭스의 요금제는 베이식 9,500원, 스탠다드 13,500원, 프리미엄 17,000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내 유료방송 이용요금과 비교할 때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2022년에는 HBO 맥스, 아마존 프라임과 같은 글로벌 사업자가 국내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OTT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복수의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입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용자가 부담할 수 있는 적정 이용요금은 얼마인지도 예의주시해서 살펴봐야 하는 부분이다. 분명한 것은 넷플릭스로 인해 OTT를 유료로 이용하고자 하는 이용자들의 지불의사가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2016년 국내에 진출한 이후 콘텐츠 생태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그로 인해 K 콘텐츠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콘텐츠 산업의 내실 있는 성장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국내 SVOD 시장에서는 넷플릭스가 가장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고 이에 따라 국내 OTT 산업 경쟁력 제고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또한, 넷플릭스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협업하고 있는 국내 사업자들과 건전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내 사업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과 더불어 합리적인 거래 기준으로 마련해야 한다. 넷플릭스뿐 아니라 다른 글로벌 사업자들도 국내 사업자들과 협업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6년이라는 기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기간이지만 그 시간 동안 넷플릭스로 인해 많은 것이 변화했다는 사실 만큼은 분명하다. 2021년에는 디즈니 플러스와 애플TV 플러스가 국내에 진출했고, 글로벌 OTT 사업자들의 국내 진출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넷플릭스가 국내 미디어 생태계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이 큰지 부정적인 영향이 큰지 측량하기는 어렵다.

넷플릭스를 포함한 글로벌 사업자가 국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최소화하면서 긍정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은 건전한 미디어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는 데 있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노창희 카이스트 겸직교수

노창희 카이스트 겸직교수
노창희 카이스트 겸직교수

◆노창희 박사는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석·박사를 취득한 방송 전문가로 미디어미래연구소 방송통신정책센터장을 거쳐 카이스트 겸직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방송학회와 정보통신정책학회의 편집위원, 방통위 보편적 시청권 연구위원회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올바른 정책적 방향에 대한 연구 및 저서 등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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