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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기후위기] 몸부림치는 ‘운명의 날 빙하’…자가방어능력 있었다


서남극 빠르게 녹는 빙하, 속도 늦추는 역할

'운명의 날 빙하'로 부르는 스웨이트 빙하. [사진=극지연구소]
'운명의 날 빙하'로 부르는 스웨이트 빙하. [사진=극지연구소]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남극은 동남극과 서남극이 있다. 동남극은 비교적 빙하가 안정적인데 서남극은 빠르게 녹고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서남극은 빙하가 바다 위에 떠 있다. 이 때문에 따뜻해진 바닷물이 아래로 스며들어 ‘구들장 효과’로 녹는다. 위에서는 지구 가열화로 녹는다. 아래위 이중적으로 녹는 현상으로 빠르게 빙하가 줄어들고 있다.

최근 국내 연구팀이 서남극의 빙하를 연구한 결과 아래에서 녹는 ‘구들장 효과’에 미세한 변화가 있음을 확인했다. 이른바 ‘자가방어능력’을 발휘하면서 녹는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것이다.

극지연구소(소장 강성호)는 서남극 지역에서 빙하 녹은 물(융빙수)이 빙붕의 붕괴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빙붕(ice shelf)은 남극 대륙빙하(빙상)와 이어진 수백 미터 두께의 얼음 덩어리를 말한다. 바다에 떠 있으면서 빙하가 바다에 빠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이른바 ‘지지대’ 역할을 한다.

학계에서는 융빙수가 빙붕 하부와 주변 해양의 순환을 도와 남극해 밖의 따뜻한 물을 빙하 아래로 더 많이 끌어들이고 빙붕 붕괴를 촉진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이원상 극지연구소 박사 연구팀은 경북대, 서울대, 미국 휴스턴대 등 국제 공동연구팀과 함께 2020년 1~2월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타고 스웨이트 빙하와 파인아일랜드 빙붕 인근 바다에서 직경 40km의 소용돌이를 추적해 융빙수의 새로운 역할을 찾아냈다.

소용돌이는 융빙수가 유입돼 형성된 것이다. 반시계방향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비교적 수심이 얕은 곳으로 이동한 것이 탐사에서 확인됐다. 소용돌이가 반시계방향으로 돌 때 차가운 융빙수가 내부로 모이는데 외부에서 온 따뜻한 물이 춥고 좁아진 이 구간을 지나면서 열을 뺏기는 것으로 분석됐다.

관측결과 수심 400~700m에서 해수의 열용량은 12% 감소했다. 빙붕 하부가 녹는 속도는 그만큼 늦춰질 것으로 해석된다.

남극 빙하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움직이는 연구소 '아라온호'. [사진=극지연구소]
남극 빙하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움직이는 연구소 '아라온호'. [사진=극지연구소]

연구팀은 차가운 융빙수가 빙붕 하부로 유입되는 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각도로 관련 자료를 획득해 이번 연구결과를 얻었다. 인접한 서남극 스웨이트 빙하에서도 현장 탐사를 진행하기 위해 지난 12일 뉴질랜드를 출항했다.

이 같은 ‘자기방어능력’에도 불구하고 서남극 빙하는 사라지고 있다. 스웨이트 빙하는 남극에서 가장 빠르게 녹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모두 녹으면 지구 평균 해수면이 약 65cm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서남극 다른 빙하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이른바 ‘운명의 날 빙하(Doomsday Glacier)’로 부른다. 서남극 빙하가 모두 바다에 빠질 경우 해수면은 5.28m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원상 극지연구소 빙하환경연구본부장은 “지구는 ‘자기방어 능력’으로 지구가열화에 저항하고 있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남극은 빠르게 녹고 있다”며 “기후변화의 영향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해수면 상승의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빙하의 움직임을 추적, 관찰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를 함께 수행한 남성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환남극 심층수 유입으로 빙붕 하부 용융률이 급증해 해수면 상승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한 기존 학설에 새로운 사실을 추가한 것”이라며 “서남극 빙붕의 붕괴와 이에 따른 해수면 상승이 기존 예측보다 느리게 진행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증거”라고 설명했다.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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