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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만 하면 대기업 100% 보장"…채용연계 학과로 인재 양성 나선 대기업


삼성·SK·LG 등 주요 대기업,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통신 관련 계약학과 설립 붐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국내 대표 산업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통신 분야의 인재 양성을 위해 삼성, SK, LG 등 주요 기업들이 대학교와 손을 잡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이공대 우수 인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특정 대학교에 졸업과 동시에 취직까지 되는 채용연계형 계약학과를 잇따라 설립하고 나선 것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SK온 등이 최근 국내 대학교와 채용연계형 학과를 개설했다. 이곳에 입학한 학생들은 관련 산업에 특화된 커리큘럼을 이수하는 한편, 일부에선 재학기간 동안 학비와 기숙사비 전액, 학비보조금이 지원되는 등 파격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또 결격 사유가 없다면 졸업 후 취업도 보장된다.

삼성전자와 고려대는 17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서울캠퍼스에서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 전경훈 사장(왼쪽)과 고려대 정진택 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차세대통신학과 인재 양성을 위한 협약식을 가졌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와 고려대는 17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서울캠퍼스에서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 전경훈 사장(왼쪽)과 고려대 정진택 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차세대통신학과 인재 양성을 위한 협약식을 가졌다. [사진=삼성전자]

학부의 채용연계형 계약학과는 지난 2006년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 취업을 보장한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가 처음으로, 이후 10년 이상 다른 학교로 확대되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 플랫폼과 게임 업계에서 높은 연봉으로 인력을 흡수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일부 업체들이 우수 인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경쟁적으로 계약학과 개설에 뛰어들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연세대와 함께 시스템반도체 공학과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올해 40명의 첫 신입생을 받았으며 졸업 후 삼성전자 연구개발직 입사가 보장된다.

또 오는 2023년부터는 카이스트에 삼성전자 채용연계형 반도체시스템공학과가 설립돼 신입생을 받는다. 입학정원은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총 500명 내외다. 2023년부터 매년 100명 내외의 신입생을 선발해 대전 본원에서 수업이 진행되며 학생 전원에게는 특별장학금이 지급된다. 교육과정은 반도체 시스템 기초·심화, 현장체험 및 실습으로 구성된다.

삼성전자는 포항공대(포스텍)와도 2023년부터 반도체공학과를 설립해 매년 40명의 신입생을 받는다. 2023년부터 2027년까지 200명을 모집하고 국내 최고의 반도체 핵심 인재로 양성된다. 이 학과는 취업과 대학원 진학을 연계해 운영될 예정이다. 여기에 지난해 9월에는 포항공대 전기전자공학과·컴퓨터공학과가 공동 운영하는 '차세대 통신 및 네트워크' 융합부전공도 개설했다.

또 삼성전자는 고려대와 손잡고 차세대통신학과를 전기전자공학부에 채용연계형 계약학과로 신설해 차세대 통신 기술 인재 양성에도 나선다. 오는 2023년부터 매년 30명의 신입생을 선발할 예정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졸업 후 삼성전자 입사가 보장된다. 재학 기간 동안 등록금 전액과 학비보조금이 산학장학금으로 지원되며 삼성전자 인턴십 프로그램 참가, 해외 저명 학회 참관 등 다양한 체험 기회도 제공된다.

더불어 삼성전자는 오는 3월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주관으로 컴퓨터공학부·산업공학과 등 6개 학부(과)가 참여하는 '지능형 통신' 연합전공을 개설할 예정이다. 연합전공은 여러 학과가 공동으로 전공과정을 개설해 융합 교육을 실시하는 제도다. 연합전공을 선택한 학생들은 본인 전공 외에 일정 학점 이상 연합전공 과목을 이수하면서 장학금 등의 혜택을 지원받고 졸업 후 삼성전자에 입사하게 된다.

SK하이닉스가 고려대와 반도체공학과 설치 및 운영에 관해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고려대와 반도체공학과 설치 및 운영에 관해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도 올해부터 고려대와 채용연계형으로 반도체공학과를 설립해 운영 중으로, 올해 30명의 신입생이 입학했다. 학생들은 학비 전액과 보조금을 지급받으며 SK하이닉스 인턴십 프로그램 참여, 국내외 연수 지원, 전문가 초청 특강, 대학원 연계 진학 등의 지원을 받는다. 졸업 후에는 성적 등을 토대로 SK하이닉스에 채용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연세대학교와 국내 최초 채용 연계형 디스플레이 계약학과인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 설립을 결정했다. 2023년부터 30명의 신입생을 모집한다. 학생들은 전자·전기·물리·화학·재료 등 전 기술 영역에 걸쳐 디스플레이에 특화된 커리큘럼을 이수하게 되며 재학 기간 동안 학비와 기숙사비 전액을 지원 받는다. 결격 사유가 없을 시엔 졸업 후 취업도 보장된다.

LG디스플레이 정호영 사장(왼쪽)과 연세대학교 서승환 총장이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에서 채용연계형 디스플레이 학과 설립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정호영 사장(왼쪽)과 연세대학교 서승환 총장이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에서 채용연계형 디스플레이 학과 설립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LG디스플레이]

배터리 3사도 지난해 10월 이후 경쟁적으로 대학원에 채용연계 과정을 개설했다. SK온이 울산기술과학원에 석사 과정을, LG에너지솔루션이 연세대·고려대에 석·박사 통합 과정을 개설했다. 삼성SDI는 포스텍·서울대·카이스트에 석·박사 통합과정을, 한양대에 학부생 과정을 열었다. 회사가 등록금과 장학금을 지원하고, 취업을 보장하는 형태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 핵심 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배터리 모두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는 만큼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계약학과를 운영하는 것은 필수"라며 "주요 대학들의 산학협력 강화가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융복합 인재 양성은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 기술 생태계 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채용연계형 계약학과 신설뿐 아니라 인재를 키워나갈 교수 인력이 제대로 충원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해결 과제"라며 "정부가 대학 학부에서 석·박사 과정의 교육과 산학 연구개발(R&D) 협력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고급 인재 양성에 대한 청사진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선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면 대학이 기초학문 연구 등 다른 역할은 축소되고 기업에 종속돼 취업사관학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지방 대학교들의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수도권 쏠림 현상도 더 짙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학 입장에서 계약학과를 통해 취업률을 높이고 대학 정원도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취업이 보장된 기업이 어디인지에 따라 대학의 서열화가 심해지면서 장기적으로는 지방대가 소멸되고 수도권 대학으로 집중도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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