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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③] "한국형 좀비·'오겜' 불평등"…글로벌 흥행 비결은


장르물에 깃든 韓 정서…사극·로맨스 다장르로 폭넓게 공략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끝도 없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 부는 K콘텐츠의 강세 역시 심상치 않다. 지난해 팬데믹 속 전 세계를 휩쓴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지옥'에 이어 올해 시작부터 좀비물 '지금 우리 학교는'이 세계 정상에 오르며 K콘텐츠 열풍을 입증했다. 넷플릭스는 올해에만 25편 이상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놓겠다는 포부다. 이는 디즈니플러스, 애플TV 등도 마찬가지. 이에 조이뉴스24가 전 세계를 강타한 K콘텐츠의 인기 비결과 코로나 시대 향후 경쟁력 등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오징어게임' 신드롬이 식기도 전에 이번엔 K좀비가 전세계를 점령했다. 글로벌 히트작이 연달아 나오면서 K콘텐츠 열풍이 일회성이 아님을 증명했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은 넷플릭스 TV쇼 부문 15일 연속 글로벌 1위(플릭스 패트롤 기준)를 차지했고, 아직까지 TOP10 안에 이름이 있다. 일주일 동안 누적 시청 시간은 1억 2천479만 시간을 기록, 같은 기간 오징어 게임(6천319만 시간)의 약 2배에 달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은 지난해 한국 작품 중 처음으로 세계 랭킹 1위를 차지했다. 전세계 1억4200만 가구가 시청한 프로그램으로,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이후 53일간 전세계 콘텐츠 1위를 차지했다. 제 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시리즈 부문 작품상 후보에 올랐고, 오영수가 TV시리즈 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주목 받았다.

'오징어게임' 이후 K콘텐츠는 넷플릭스 효자 상품이 됐다. '지옥'은 넷플릭스 TV쇼에서 11일 간 1위 자리를 지켰고, TV에서 방영된 '연모'와 '갯마을 차차차'도 순위권에 들었다.

과거 한류 열풍의 종착지였던 아시아를 넘어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K콘텐츠가 먹히고 있다. 왜 전세계 시청자들은 언어도, 문화도 다른 K콘텐츠에 열광할까.

◆ "K콘텐츠, 탄탄한 줄거리"…OTT 플랫폼 타고 비약적 발전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이 지난 1월 공개한 '한국 영상 콘텐츠 현황'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과 한국인 모두 지난해 가장 인상 깊었던 콘텐츠 1위로 '드라마'를 꼽았다.

한국 영상 콘텐츠 인기 비결에 대해서는 외국인과 한국인 공히 '탄탄한 줄거리'(82%·90%), '등장인물들의 매력'(53%·64%)을 1위와 2위로 꼽았다. 이어 외국인은 '한국 문화에 대한 호기심'(52%), 한국인은 '화려한 영상미'(26%)라고 답했다.

과거 많은 사랑을 받았던 1세대 한류 드라마는 톱스타와 로맨스가 빠지지 않았다. 장르는 한정적이었고, 주요 시청자층도 아시아 국가에 국한됐다.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 이제는 외부 요인이 아닌 그 자체의 작품성이 K콘텐츠에 홀릭하는 이유가 됐다.

엄격한 규제를 받는 지상파에 비해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에서 작품의 소재는 광범위 해졌고, 표현 방식은 자유로워졌다. 글로벌 플랫폼의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실험적인 시도가 가능해졌고 스케일은 커졌다. 창작자의 상상을 화면으로 구현해내며 K콘텐츠는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킹덤'으로 K콘텐츠 흥행의 포문을 열었던 김은희 작가는 "역병이 나오는 사극을 한다고 했을 때 공중파에서 하는 건 불가하다고 생각했다. 늦은 시간에 한다고 해도 나이 제한이 있기에 표현을 하는 것에 대해 제한이 많기 때문"이라며 "넷플릭스와 한다고 했을 때 '이 드라마를 잘 구현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표현의 자유의 면에서 편했다"고 말했다.

◆ "왕따 다룬 '지우학'·사회 불평등 녹인 '오징어게임'"

자금력 혹은 스케일로만 따지면 할리우드를 뛰어넘을 수 없다. '오징어게임'의 회당 투자비는 238만달러(약 28억 수준), 총 2천140만달러(약 253억원) 제작비가 들었다고 알려져있다. 국내에서는 '대작' 수준이지만, 할리우드 대작과 비교할 때 제작 비용은 훨씬 적은 '가성비' 드라마다. 훨씬 화려한 볼거리를 내세우는 작품들을 제치고 전세계 시청자들을 파고들 수 있었던 것은 결국 K콘텐츠만의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인기를 얻은 '오징어게임'과 '지금 우리 학교는'은 긴박감을 더하는 장르물에 한국의 독특한 정서가 결합됐다는 특징이 있다.

'오징어게임'에서 1등을 제외한 탈락자는 죽음을 맞게 된다. 잔인한 룰은 경쟁에 내몰리는 현대 사회의 모습이 투영됐다. 주식 실패한 회사원, 탈북자, 외국인 노동자 등 다양한 계층을 통해 사회 불평등과 인종차별, 권위주의 문화를 녹였다. 달고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한국의 독특한 놀이 문화는 신선함을 안겼다.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은 학교를 배경으로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고등학생들의 고군분투를 그려냈다. 지금까지의 좀비물이 단순한 선악 구도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면, '지우학'은 10대들의 우정과 사랑, 가족애, 협력 등 다양한 감정으로 탄탄한 서사를 만들었다. 학교 폭력과 왕따, 성폭력 등을 함께 녹여내며 사회적 메시지를 던졌고, 갑작스러운 재난 상황은 전세계적 펜데믹 상황과 자연스럽게 맞물렸다.

익숙한 클리셰로 흥행 공식을 따르면서도 '가치'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지고, 더해 한국인의 독특한 정서로 '사람 냄새'가 나는 '뜨거운' 작품을 만든 것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을 연출한 이재규 감독은 "그동안 서구인이 만든 드라마는 드라이한 시선, 정제한 감정으로 만든 극이 많았다"라며 "한국이 만든 것은 덜 정제되었지만 더 뜨겁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 뜨거움이 세계 여러 곳에서 사랑을 받는 것 같다. 한국관객이 느낀 것, 프랑스, 태국의 시청자가 느끼는 것이 조금씩 다를 수는 있지만 사람이니까 느끼는 기본적인 정서는 같은 모양"이라고 말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외신은 K콘텐츠에 한국사회의 모순이 담겼다는 것에 주목하지만, 사실 사회적 주제의식이 글로벌하다. 왕따 문제나 성적 착취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겪는 문제들"이라며 "그동안 생존물이나 좀비물 같은 장르물에서 사회적 주제의식을 찾기가 어려웠다. K콘텐츠는 그런 것을 잘 녹여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좀비물부터 사극·로맨스까지, 다양성 품은 콘텐츠"

드라마 '모럴센스'와 '지옥' '연모' '갯마을 차차'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KBS, tvN]
드라마 '모럴센스'와 '지옥' '연모' '갯마을 차차'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KBS, tvN]

최근 '넷플릭스' 전세계 시청 트렌드를 살펴보면, 한국 작품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옥'과 '연모', '갯마을 차차차' '그해 우리는' '모럴센스'에 이르기까지, 스릴러 사극, 로맨스까지 그 소재와 장르도 다양하다.

로맨스는 충성도 높은 아시아 팬덤을 꾸준히 공략하고 있고, 완성도 높은 장르물은 서구 시청자들을 파고든다. 이처럼 다양성을 품은 한국 콘텐츠는 '취향'에 맞춰 폭넓은 시청자들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적인 정서'가 밑바탕에 깔려 K콘텐츠는 하나의 장르가 됐고, 글로벌 플랫폼을 타고 그 힘을 키워가고 있다.

김 평론가는 "사극인 '연모', 로맨스인 '갯마을 차차차'나 '사랑의 불시착'도 반응이 좋았다. '오징어게임'이나 '지우학' '마이네임' 등을 보면 하나의 특징이 정서성이 강하고 신파적이다. 가족이나 공동체, 사회적 주제의식을 다룰 수록 글로벌 플랫폼에서 반응이 좋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드나 영드는 신파적인 요소가 거의 없이 구조나 플롯, 완성도, 특수효과에 승부를 걸었다. 정서적인 측면이 억제되어 있는 것에 반해 K콘텐츠는 정서가 강하다"라며 "가족애, 우정 같은 끈끈한 연대가 있다. 이런 감정들이 농축되어 있기 때문에 전세계에 어필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K콘텐츠는 영미식 제작식에서 탈피했다. 비록 거기서 장르를 가지고 왔더라도 한국적이고 동양적인것으로 채웠기 때문에 가능했다"라고 분석했다.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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