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人] "조심스럽게 접근" 박지빈, '살쇼'로 보여준 도전과 변신


박지빈, '살인자의 쇼핑목록'서 트렌스젠더 캐릭터 소화

[조이뉴스24 김지영 기자] 어리기만 했던 그에게 성숙함이 느껴진다. 아역배우의 이미지를 벗고 성인 배우의 경험치를 쌓아가고 있는 박지빈이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박지빈은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살인자의 쇼핑목록'에서 MS마트 직원 '생선'으로 분했다. 해당 작품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평범한 동네에서 발생한 의문의 살인사건을 마트 사장, 캐셔, 지구대 순경이 영수증을 단서로 추리해나가는 코믹 수사극이다.

배우 박지빈이 tvN 드라마 '살인자의 쇼핑목록' 종영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커즈나인엔터테인먼트]

MS마트에서 생선의 등장은 낯설었다. 교도소 출소 후 새 삶을 살아보려 한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채용한 생선은 가족처럼 지내는 MS 마트 직원들 사이에서 겉돌았다. 숫기 없는 성격, 본인의 주변에 벽을 친 듯 날 선 경계를 하고 있어 섣불리 다가가긴 어려운 분위기를 풍겼다. 남자인 생선이 사지 않을 것 같은 생리대, 스타킹 등을 구매한 뒤 생선과 친분이 있던 이경아(권소현)가 참변을 당하면서 대성(이광수)에게 용의자로 지목됐다.

대성은 마트 직원 신분이지만, 살인범을 잡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생선의 뒤를 밟는다. 여기에 갑작스럽게 서율(안세빈)도 사라져 생선을 향한 의심은 더욱 커졌다. 이에 대성은 생선의 사물함을 뒤져 집 열쇠를 훔치고 그의 집으로 향했다. 생선의 집에서 여자 가발, 이경아의 옷을 비롯한 여성 의류 등을 발견, 대성의 의심은 확신으로 변했다.

뒤늦게 집으로 온 생선은 대성과 치열한 몸싸움 끝에 그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는다. 본인은 트렌스젠더였고 이를 알고 있는 경아가 자기 옷을 선물해줘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모든 오해가 풀린 뒤 생선은 대성, 도아희(김설현), 한명숙(진희경)과 함께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살인범을 쫓는다.

배우 박지빈이 tvN 수목드라마 '살인자의 쇼핑목록'에서 열연을 펼쳤다. [사진=tvN]

박지빈은 자신 외에 모든 것에 날이 서 있는 생선이 MS마트 식구들에게 녹아드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해냈다. 더군다나 생선의 핵심 특징이었던 여장마저도 어색함 없이 소화해내면서 연기 호평받았다. 아역배우의 이미지가 남아있었던 박지빈에게 새로운 면모를 확인케 할 수 있었던 캐릭터인 셈이다.

박지빈은 '살인자의 쇼핑목록' 대본이 재밌어서 출연을 결정했다며 이언희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선의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특히 생선의 설정이 왜 트렌스젠더여야만 했는지, 이를 표현하기 위해선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고심하고 생선에 빠져들었다. 무엇보다 그는 "예민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캐릭터라 조심스러웠다. 감독님과 제가 받은 자문을 합쳐 과장되지 않게 표현하려 했다"라며 작은 오해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유의했다고 털어놨다.

박지빈은 트렌스젠더인 생선의 입장이 돼 예뻐지려면 어떤 노력을 할지를 고민했고 화장에 신경을 쓸 것 같아 이사배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생선의 비주얼을 완성했다. 또한 실제 성소수자를 만나 그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삶, 그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고 조금이라도 진실하게 표현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더불어 몸을 키우는 데 집중하던 운동도 중단해 자연스레 체중도 감량됐다고 고백했다.

배우 박지빈이 tvN 드라마 '살인자의 쇼핑목록' 종영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커즈나인엔터테인먼트]

외적인 비주얼을 완성하고 생선의 전사를 이해, 푹 빠져들었다. 그다음엔 생선이 마트 사람들과 친해지는 과정이 갑작스럽지 않도록 함께하는 배우들과 노력했다. 대사가 없었던 극 초반과 달리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마트 사람들과 어울리는 장면이 늘어나면서 현장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박지빈은 대성의 집 앞에서 회식하는 장면을 찍을 때까지만 해도 그만큼 사적으로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고 밝히며 "정체성이 밝혀지고 나서는 다가가는 게 맞지 않을까 싶어서 이광수 형과 많은 이야기를 했다. 조금 더 편하게 남들 시선 의식 안 하고 생선 그대로의 톤을 보여줘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광수 형의 손을 잡는 설정도 조금씩 다르게 차이를 두면서 연기를 했다"라고 설명했다.

박지빈이 세심한 차이를 둔 것은 또 있었다. 극 초반에 이경아와 절친한 사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권소현과 가장 먼저 친해지려 다가갔다고. 그는 "미팅하고 제일 먼저 번호를 교환했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서로 안부도 묻고 일부러 연락을 더 하려고 했다"라며 "극에서 경아와 생선의 관계가 보여지는 것 없이 바로 친하다는 것을 설명해야 하니 이런 준비가 필요했다"라고 말했다.

아역으로 시작해 성인 배우로 자리 잡은 박지빈에게 과거의 이미지는 넘어야 하는 산이 아닌 새로운 도전을 하게 만들어주는 자극제다. 곱고 선한 비주얼은 반전을 보여줄 수 있는 이미지로 작용하고 이에 '살인자의 쇼핑목록'을 비롯해 '구경이', '붉은 단심' 등 다채로운 작품에서 활약할 수 있게 됐다. 박지빈은 "제가 가진 귀엽고 모범적인 이미지를 반대로 활용하고 싶어 하는 감독님이 계신다. 저는 오히려 부담일 때가 있었지만, 감독님들이 잘 만들어주셨다. 감사하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아역 이미지를 굳이 벗어야 하나요"라고 반문하는 그에게 굳은 심지가 느껴졌다. 아역 이미지에 발목이 잡힌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며 "저는 그런 생각을 안 하는데 오히려 그 생각을 가져야 하나 싶었다. 어떤 시선에서 보면 숙제일 수 있지만, 풀 수 없는 숙제지 않나. 풀려고 해서 푼다면 누구나 다 풀었을 것이다. 남의 시선이라는 게 내가 뭔가 바꾸고 싶어서 바뀌는 게 아니니까"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배우 박지빈이 tvN 드라마 '살인자의 쇼핑목록' 종영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커즈나인엔터테인먼트]

또한 "어떤 역할을 할 때 부족하면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다른 노력을 하는 게 배우로서는 최선인 것 같다"라며 "어느 날은 갑자기 '늙었다'라고 할 수도 있다. 그게 그들의 시선이고 저는 그것에 맞춰 살아가야 하는 게 직업"이라고 덧붙였다.

2001년 뮤지컬 '토미'로 배우 생활을 시작한 그는 어느덧 데뷔 21주년을 맞았다. 여전히 현장 가는 게 불안하고 두렵다는 그는 "좋은 배우가 되는 것보다 편한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밝혔다. 잘하고 싶다는 사명감과 욕심에 다가오는 두려움일 터다. 박지빈은 "기분 좋은 두려움과 떨림이 계속 있다. 그 끈을 놓지 않으려 한다. 30살, 40살이 돼도 계속 저와 싸울 것 같지만 스스로 현장에서 편한,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고백했다.

/김지영 기자(jy1008@joynews24.com)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