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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올테면 와봐"…첨단 공정 두고 쫓는 삼성전자, 멀어지는 TSMC


TSMC-삼성전자, 차별화된 3나노 기술에 승부수…양사 수율 문제 해결이 관건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를 이끌고 있는 대만 TSMC와 추격자인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을 시작으로 기술 경쟁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양사 모두 초기인 만큼 낮은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문제를 겪고 있지만, 차세대 '기술'을 통해 빠르게 안정화시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Peter Wennink) ASML CEO, 마틴 반 덴 브링크(Martin van den Brink) ASML CTO 등과 함께 반도체 장비를 점검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Peter Wennink) ASML CEO, 마틴 반 덴 브링크(Martin van den Brink) ASML CTO 등과 함께 반도체 장비를 점검했다. [사진=삼성전자]

21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최근 미국 산타클라라에서 진행된 '2022 북미 기술 심포지엄'을 통해 새로운 설계 기술 '핀플렉스(FinFlex)'를 공개하며 오는 2025년 2nm 공정 도입을 공언했다. 또 올 하반기부터 첫 3nm 공정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TSMC는 안정적인 핀펫 공정으로 3nm에 진입한다는 전략이다. 핀펫은 반도체를 입체(3D)로 설계해 지느러미(Fin, 핀)처럼 생긴 돌출부를 활용하는 것으로, 전류가 드나드는 문(게이트)과 전류가 흐르는 길(채널)을 3개로 만든 기술이다. 그동안 1개 칩 또는 시스템온칩(SoC)에서는 1개 핀펫만 가능했으나, TSMC는 이번에 공개한 핀플렉스 아키텍처를 통해 핀펫 기술을 보다 유연하게 적용함으로써 전력 소모량과 크기를 조정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또 TSMC는 3nm 공정을 더 강화하기 위해 대만 타이난과학기술단지에 새로운 공장 4곳도 짓고 있다. 투자 규모는 400억 달러(약 51조5천280억원)로, TSMC가 기존 발표한 1천200억 달러(약 154조5천840억원) 투자 계획의 일환이다.

TSMC는 최근에도 아이폰 등 고객사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타이난과학기술단지에 공장 4개를 신설해 완공한 바 있다. 또 TSMC는 대만에서 20여 개, 미국 애리조나주에도 120억 달러(약 15조4천583억원)를 투자해 오는 2023년 3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일본에서도 구마모토현에 86억 달러(약 11조793억원)을 들여 공장을 건설 중이며, 싱가포르·유럽에서도 공장 신설을 추진 중이다.

대만 TSMC 전경 [사진=TSMC]
대만 TSMC 전경 [사진=TSMC]

이 같은 대규모 투자에 힘입어 TSMC는 오는 2025년부터 2nm 공정을 상용화하겠다는 계획도 최근 밝혔다. TSMC가 2nm 칩 생산 일정을 구체적으로 확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TSMC는 2nm부터 기존 핀펫 공정 대신 삼성전자가 택한 '게이트올어라운드(GAAFET)'을 도입키로 했다. GAA는 반도체 트랜지스터 구조를 개선해 접촉면적을 4개 면으로 확대한 것으로, 차세대 공정기술로 평가 받는다. GAA는 핀펫보다 전류 접촉면을 1개 더한 총 4개로 늘어난다는 것이 차별점으로, 전력 효율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TSMC는 2nm가 3nm 제품군 대비 10~15% 빠른 속도와 최대 30%에 이르는 전력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오는 2024년에는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도 구축할 예정이다. 차세대 장비인 '하이 NA EUV'는 네덜란드 ASML이 독점 생산하는 것으로, 지난해 첫 상용화됐다.

더불어 TSMC는 기존 시설의 캐파도 더 확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첨단 시스템반도체 외에도 이미지센서, 차량용 반도체, 전력용반도체(PMIC), 라이다 및 통신칩 등의 영향력도 키우겠다는 각오다. 이를 통해 오는 2025년 캐파를 현재보다 50% 더 키워나간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서명이 담긴 반도체 웨이퍼. 두 정상은 지난달 20일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에서 첫 만남을 가진 뒤 3나노 미세공정이 적용된 최첨단 반도체 웨이퍼에 서명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서명이 담긴 반도체 웨이퍼. 두 정상은 지난달 20일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에서 첫 만남을 가진 뒤 3나노 미세공정이 적용된 최첨단 반도체 웨이퍼에 서명했다. [사진=대통령실]

이 같은 TSMC의 공격에 맞서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첨단 공정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달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당시 선보였던 세계 최초 3nm GAA 공정을 안착시켜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이달 초 3nm GAA 공정에서 시범양산을 위한 웨이퍼를 투입시켰다. 3nm 공정으로 제작된 반도체는 5nm 대비 칩 면적은 35% 줄이면서 성능과 배터리 효율은 각각 15%, 30% 개선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GAA 기술을 3nm에 도입하고 내년에는 3nm 2세대, 2025년에 GAA 기반 2nm 공정 양산 계획을 밝히며 '기술'로 TSMC와의 격차를 줄여 나갈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3nm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안정 대신 위험을 감수하며 차세대 공정을 조기 도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TSMC의 발 빠른 움직임에 비해 삼성전자가 장비 확보에 속도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일각에선 삼성전자를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전체 파운드리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상위 10개 업체 중 삼성전자만 올해 1분기에 유일하게 매출 및 점유율 하락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위기감은 더 커진 모습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파운드리 매출은 53억2천800만 달러(약 6조900억원)로 지난해 4분기보다 3.9%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1분기 파운드리 점유율도 16.3%로 전분기(18.3%) 보다 2%p 줄었다. 이에 따라 업계 1위인 TSMC와의 점유율 격차도 전분기 33.8%p에서 올 1분기 37.3%p로 더 벌어졌다. TSMC의 1분기 점유율은 53.6%로 전분기(52.1%) 보다 1.5%p 증가했다.

이 같은 분위기 탓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네덜란드에 위치한 ASML에 직접 찾아가 '하이 NA EUV' 장비 공급을 요청하기도 했다. 매주 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임에도 반도체 사업에 위기감이 감지되자 양해를 구하고 달려간 것이다.

또 삼성전자는 올 초부터 4nm 공정의 수율 향상과 관련된 대외 우려가 끊이지 않자, 이달 초 반도체 관련 연구 임원들을 대거 교체하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 정기인사를 단행한 지 6개월 만에 부사장급 10여 명이 이번에 한꺼번에 교체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메모리 반도체는 물론 파운드리 등 미래 전략 분야에서 더욱 획기적인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전경 [사진=삼성전자]

업계에선 TSMC, 삼성전자가 첨단 공정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양사 모두 3nm 공정부터 저조한 수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술 우위를 판단할 수 없다고 봤다.

TSMC는 7월부터 3nm 기술이 적용된 인텔, 애플 등의 반도체를 양산할 계획이었지만, 수율 문제로 현재 고객사에 4~5nm 공정을 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의 경우 연내 출시 예정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지포스 RTX40 시리즈의 생산을 위해 TSMC에 90억 달러(약 10조7천600억원)의 선불금을 지급하고도 5나노 공정을 배당받았다.

삼성전자도 올 상반기 내 3nm 도입을 공언했지만, 낮은 수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공식적인 양산 발표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인텔, 애플 등의 3nm 물량을 맡을 것으로 알려진 TSMC에 비해 삼성전자의 고객 확보 소식도 들리지 않고 있단 점에서 불안감이 감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시장 환경은 TSMC와 비슷하거나 앞서는 공정만 확보하면 고객사 확보가 상대적으로 수월했기 때문에 삼성전자에게 유리했다"며 "그동안 TSMC 대안이 삼성전자뿐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지난해 인텔이 파운드리 참전을 선언한 후 삼성전자가 미세공정만으로 더이상 TSMC를 추격할 수 없게 됐다"며 "앞으로는 수율 향상과 차세대 기술을 기반으로 한 장비 수급 능력에서 경쟁력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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