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기후위기] 유럽의회, 원전→녹색분류체계…박수칠 일만 아냐


중기적·디딤돌 전환에너지, 강력한 전제 조건 많아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유럽의회가 가스와 원자력을 녹색 분류체계(택소노미)에 포함시키면서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의회는 6일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에 관한 ‘보완 위임법안(Complementary Delegated Act)’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의 핵심은 가스와 원자력을 친환경 녹색 에너지로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다만 이 핵심 사안과 함께 그 전제 조건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린딜을 위해 가스와 원자력에 민간 투자가 이어져 재생에너지 100% 단계 달성까지 디딤돌 역할(가스와 원자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프랑스 동부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 건물 앞에 유럽연합(EU) 회원국 국기들이 휘날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택소노미는 환경적으로 지탱 가능한 경제 활동의 범위를 정의하고 있다. 그린 택소노미에 원자력과 천연가스가 포함되면서 친환경 그린 에너지로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지침은 민간 투자자들이 친환경 녹색 투자를 할 때 이른바 ‘지침서’ 역할을 한다.

유럽의회가 가스와 원자력을 택소노미에 포함시켰다고 해서 무조건 가스와 원자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게 국내 전문가의 지적이다.

이번 택소노미 포함에는 몇 가지 전제 조건도 달렸다. 첫째, 신규 원전은 2045년 이전에 건설 허가를 받아야 한다. 둘째, 2050년까지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 운영 계획을 투명하게 수립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존 원전은 2025년부터 더 안전한 ‘사고 저항성 핵연료’를 사용해야 한다.

이 같은 전제조건으로 봤을 때 유럽의회가 가스와 원자력을 녹색 분류체계에는 포함시키면서 한 편으로는 안전과 건설 허가에 있어 규제를 강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유럽의회의 결정에 대해 유럽 각국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원전 의존도가 높은 프랑스를 비롯해 핀란드, 폴란드, 체코 등이 이번 결정에 환영 의사를 표했다. 안전상의 이유로 탈원전을 표방하고 있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포르투갈, 덴마크 등은 이번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이의 제기는 물론 소송까지 진행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유럽 집행위원회는 이날 유럽의회가 ‘보완 위임법안(Complementary Delegated Act)’ 통과한 것을 두고 환영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이번 원전과 가스의 녹색분류체계 포함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 집행위원회 측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정당하지 않은 군사적 침략은 우리의 깨끗한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해야 하는 시급성을 더한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관련 법안 통과는 러시아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서비스를 담당하는 메어리드 맥기니스(Mairead McGuinness) 집행위원은 “보완 위임법안은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가스와 원자력에 대한 민간 투자가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도록 하기 위한 실용적 제안”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유럽 집행위원회는 가스와 원자력의 한계를 분명히 했다. 가스와 원자력은 제한된 수의 상황과 엄격한 조건에서 과도기 활동으로 분류법에 포함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즉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중간 과정에서 디딤돌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장기적이 아닌 중기적 대안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한편 이번에 통과된 보안 위임법안은 내년 1월부터 적용된다.

유럽의회의 이번 결정으로 국내 원전 산업계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원전이 제외됐던 ‘K택소노미(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시키는 작업이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르면 8월쯤에 2023년부터 원전을 K택소노미에 포함시킨 수정안을 확정해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유럽의회가 내린 결정과 전제조건으로 봤을 때 명목상으로는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인정하면서도 실제적으론 확대를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유럽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인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장, 사고 저항성 핵연료 등을 해결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숙제”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조차 아직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고 사고 저항성 핵연료는 우리나라에서 2029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위원은 “윤석열정부가 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킬 가능성이 커졌다”며 “다만 포함시킨다면 유럽의회가 제시한 전제 조건 등 안정 기준 등을 함께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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