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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빅스텝이냐 경제냐


데스크칼럼 [사진=조은수 기자]
데스크칼럼 [사진=조은수 기자]

[아이뉴스24 배태호 기자] 지난달 15일 전 세계가 술렁였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75%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미 연준이 한 번에 0.75%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건 지난 1994년11월 이후 처음으로 무려 28년여 만이다.

미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것은 그만큼 물가 문제가 심각하다는 명백한 증거다. 지난달 10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8.6%나 뛰었다.

지난 1981년12월 8.9% 상승 이후 무려 41년5개월 만에 가장 급격한 물가 상승률이었다.

물가 상승세가 당분간 꺾일 요인이 없다는 점에서 미국이 향후 추가로 빅스텝(0.50%p 인상) 혹은 자이언트 스텝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은 기정사실로 되고 있다.

실제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도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다음 회의에서도 0.50%p나 0.75%p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미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서 미국의 기준금리는 1.50~1.75%로 높아졌고, 이에 따라 한국의 기준금리(1.75%)와 그 격차는 사실상 없어졌다.

여기에 미 연준이 연말까지 연이어 기준금리 인상을 큰 폭으로 단행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연내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는 역전 우려까지 일고 있다.

한미 간 금리 역전은 국내 자본 시장에서의 외국인 자본 유출을 야기할 수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원·달러 환율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압박에 시달리는 가운데 예외가 아닌 한국 역시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도 우려된다.

공은 다시 한국은행으로 넘어왔다.

올해 하반기 우리나라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논의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7월14일과 8월25일, 10월14일, 11월24일 등 총 네 차례 남았다.

미국 FOMC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네 차례 열린다. 7월26일~27일, 9월 20일~21일, 11월 1일~2일, 12월13일~14일(현지 시각) 열릴 예정이다.

한은은 코로나19로 인해 제로금리 수준까지 낮췄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8월과 11월 각각 0.25%p 인상하는 등 미국 기준금리 정상화에 앞서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으로 이런 한은의 선제적인 노력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한미 간 기준금리가 사실상 격차가 없어진 상황에서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는 한편, 미국의 인상 스텝까지 고려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는 뜻이다.

지난달 한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외환위기였던 1998년11월(6.8%) 이후 23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6.0%(전년 동기 대비)를 기록했다.

7월과 8월은 휴가철로 소비가 늘어나는 시기다. 또, 무더위와 장마 등으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올라 물가 상승 가능성이 큰 시기다.

이렇다 보니 전달보다 물가상승률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관측이다. 한은 내부에서는 7월과 8월 소비자물가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7%까지 높아질 수 있단 분석도 있다.

상황으로만 보면 한은이 오는 13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0.50%p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을 여건은 충분하다.

다만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은 고스란히 시중금리 인상으로 전이돼 역대 최악 수준인 가계빚 상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아울러 기업 자금 조달 등에도 악영향을 미쳐 기업의 투자 감소 등으로 이어져 경제 위축이 가속할 수 있다.

이창용 총재가 지난달 21일 '물가안정목표 상황' 설명회에서 7월 금통위 빅스텝 단행 가능성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물가 하나만 보고 결정하긴 어렵다. 경제 상황과 환율, 가계 이자 부담 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가 말한 것도 이런 이유다.

한은은 물가 상승 억제와 가계부담,경제 위축 우려라는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줄을 타며 기준금리를 결정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은 한미 기준금리 역전 위기라는 외줄을 요동치게 할 역대급 돌풍과 직면하게 됐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안팎의 위기 속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과연 솔로몬의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그의 어깨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불과 일주일이 채 남지 않았다.

/배태호 기자(bt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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