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복어의 난(亂)', 박지현의 빛과 그림자


지난 5월 30일 박지현 당시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인천 계양구 경명대로 이재명 캠프사무실에서 열린 ‘투표해야 이깁니다’ 합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윤호중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저는 대선 때 10% 이상 참패할 선거를 0.73%까지 따라붙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민주당의 요청으로 당 중앙위원회에서 84.4%의 찬성으로 선출된 임시 당 대표였습니다. 현재 당 대표 후보 지지율 8.8%로 3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제가 출마 자격이 없다는 것에 대한 근거는 무엇입니까?"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일부다. 지난 대선을 전후해 6월 지방선거까지 민주당과 함께했던 박 전 위원장은 최근 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요건 미충족을 이유로 자신의 예외적 당권 도전을 허용해주지 않자 출마 강행을 선언하며 자신을 비대위원장에 앉혀준 이재명 의원에게까지 칼을 겨눴다. 일각에서는 지난 지방선거 말미 윤호중 당시 공동비대위원장과의 갈등 이후로 '복어의 난'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하는 중이다.

앞서 소개한 박 전 위원장의 게시글은 그간 자신의 정치적 행적을 압축 설명해주고 있지만 예외적 출마를 뒷받침할 근거로는 부족해 보인다. 우선 자신이 대선 0.73% 차이에 '큰 역할'을 했다는 주장은 불확실하다. '추적단 불꽃' 이력이 있는 그의 입당 이후 청년 여성들의 민주당 지지가 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선 0.73%의 차이는 당시 이준석 대표의 여성 비하 발언, 패배 위기를 의식한 민주당 지지층의 역결집 현상 등 요인이 다양하다. 박 전 위원장의 활동과 다른 요인 중 무엇의 역할이 더 컸는지는 규명이 불가능하다.

자신이 84.4%의 압도적 찬성으로 선출됐다는 근거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당에 따르면 당시 박 전 위원장을 인준한 중앙위원회 표결은 자신뿐 아니라 당시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공동 인준 자체를 묻는 절차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모든 찬성표가 자신 때문에 나온 결과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8.8%라는 최근의 지지도 조사(조원씨앤아이 지난 2~4일 수행, 성인남녀 1천명 대상 조사) 결과만이 남는다. 그러나 해당 조사에서 1위인 이재명 의원(33.4%), 2위인 박용진 의원(15.0%)의 지지도가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으며, 다른 주자인 김민석(5.2%), 박주민(5.1%) 의원의 지지도도 본인과 큰 차이가 없다. 이를 고려할 때 8.8% 지지도가 자신의 예외적 출마를 '특별히' 허용할 이유라고 볼 수 있을 진 의문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물론 박 전 위원장이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기간에 분투(奮鬪)한 사실은 분명하다. 최강욱·박완주 의원 등의 성비위 문제에 쓴소리를 냈으며, 눈물의 호소를 통해 '이예람 특검법' 통과에 영향을 미쳤던 성과도 부인할 수 없다. 비록 TPO(시간, 장소, 상황)에 어긋났다는 평가는 있지만, 그가 지방선거 말미에 주장했던 '세대교체론'과 '5대 혁신안' 자체도 당내 다수 의원들이 공감을 표시했다. 민주연구원의 지방선거 평가 보고서 역시 박 전 위원장의 혁신 시도 자체보다 혁신안을 매끄럽게 받아들이지 못한 당시 당 지도부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기자수첩 [사진=조은수 기자]

결국 '복어의 난'은 박 전 위원장 자체보다 정당의 표면적인 쇄신을 보여주기 위해 청년 정치인을 들러리로 써먹는 비정한 정치 문화가 배경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결국 아무것도 바꿀 수 없었던 젊은 여성에게 당이 허울뿐인 직책을 줬고, 박 전 위원장도 현실감각 없이 의욕만 앞세우며 안타까운 일을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도 혼란을 자초한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안타깝지만 박지현의 난은 결국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당 지도부가 끝까지 박 전 위원장의 출마를 불허하면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상대 정당에서도 4·27 재보선, 대선 승리의 주역이라고 평가받았던 30대 당 대표가 손발이 묶여버린 상황이다. 책임 소재를 떠나 여야 모두에서 청년 정치가 토사구팽(兎死狗烹)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번 복어의 난을 계기로 정치권이 청년을 소비하는 방식을 전면적으로 돌아봐야 한다. 청년과 청년 정치인을 방패막이, 일회용품처럼 쓰지 말고 각 당이 청년 인재를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다년간 민주당에서 활동한 한 청년 정치인은 "내부 인재든 영입 인재든 양당이 청년을 소모품처럼 생각하는 행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다행히 우상호 비대위원장이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연구원 등 정당의 연구기관을 통한 청년 인재 육성을 여당과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고무적이다. 청년 정치가 박지현과 이준석을 넘어 더 건강하게 뿌리내릴 수 있길 바란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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