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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제치고 세계 최초?"…마이크론, 232단 낸드 출하 소식에 업계 '시큰둥'


올 하반기께 232단 양산할 듯…"176단처럼 안정적 수율 등 양산 능력 검증 안돼"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치고 또 다시 '최초' 타이틀을 가져갔다. 176단에 이어 232단 낸드플래시를 세계 최초로 출하하면서 '기술 초격차' 전략에 속도를 내는 듯 하지만 업계에선 시큰둥한 분위기다.

마이크론은 26일(현지시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232단 낸드의 출하 소식을 알렸다. 올 하반기에는 232단 낸드를 탑재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출시할 예정이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업계 최초로 232단 낸드플래시를 양산했다. [사진=마이크론테크놀로지 홈페이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업계 최초로 232단 낸드플래시를 양산했다. [사진=마이크론테크놀로지 홈페이지]

이번 제품은 176단 낸드플래시와 비교해 데이터 처리 속도가 50% 빠르고 면적을 28% 줄였다. 낸드플래시에서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의 층수를 '단'이라고 부르는데 몇 층으로 셀을 쌓을 수 있느냐에 따라 데이터 저장량이 결정된다.

마이크론 측은 "232단 낸드플래시 16개를 우표 3분의 1 크기의 케이스에 함께 패키징할 수 있다"며 "2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론은 D램에서 세계 2위, 낸드에서 세계 5위에 오른 메모리 제조사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35.5%로 독보적인 1위를 기록 중이다. 2위는 키옥시아, 3위는 SK하이닉스, 4위는 웨스턴디지털, 5위는 마이크론이다.

1분기 기업용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는 57.4%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마이크론은 이 시장에서도 5.8%의 점유율로 5위에 머물고 있다.

마이크론은 지난 2020년 말 업계 처음으로 176단 3D 낸드를 양산하며 주목 받았고, 지난해에는 10나노미터(㎚)급 4세대(1a) D램의 세계 최초 양산을 주장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200단 이상 낸드 플래시 양산 업체로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을 거론하고 있지만, 결국 마이크론이 이번에 232단 낸드플래시 최초 양산에 성공하며 기술 우위를 입증했다. 반면 시장 1위인 삼성전자는 관련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양산을 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마이크론의 움직임에 내년께 238단 낸드플래시로 대응키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38단 낸드플래시의 연내 시험 생산을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며 "낸드플래시 업계는 상반기에 기술을 누가 먼저 개발했느냐보다 개발한 제품을 비트 그로스(Bit Growth·비트단위 출하량 증가)와 수익으로 옮길 수 있는지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이크론 232단 낸드플래시 개발은) 등산을 예로 들면 사람들마다 산을 오르는 속도와 전략에 차이가 있다"며 "(마이크론이) 신기술 개발 주기를 짧게 가져가는 것에 대해 SK하이닉스도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이크론은 232단 낸드플래시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컴퓨팅 등 고성능 제품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에서 가장 빠른 2.4기가바이트(GB/s)의 입출력(I/O) 속도를 구현했다고 판단해서다.

라스 하이넥 마이크론 낸드 기술 담당 부사장은 "낸드를 더 많이 쌓기 위해서는 모든 층을 균일하게 정렬하고 연결하는 것이 기술"이라며 "마이크론의 6세대 낸드 기술을 적용한 232단 낸드는 업계 최고 성능과 용량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기업용 낸드플래시 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32단 낸드플래시 양산에서 '세계 최초' 타이틀을 뺏겼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여전히 우위에 있다고 보고 있다. 단수를 높이 쌓는 것보다 효율과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마이크론의 발표는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양산' 개념이 아닌 샘플 정도만 생산된 '출하'의 개념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세계 최초로 공개를 했다는 점에선 선두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많이 좁혔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먼저 제품을 발표한 것에 의미를 두기보다 사업을 통해 수익을 얼마나 얻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마이크론이 176단 3D 낸드에서도 세계 최초를 주장했지만, 안정적 수율 등 양산 능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해 아직까지 유의미한 숫자를 내놓지 못하고 있단 점에서 업체들이 이번 일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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