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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사내 하청도 포스코 근로자"…직고용하란 대법 판단에 경영계 '비상'


경총 "국내 기업 경쟁력·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산업계 경영 불확실성 가중될 듯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대법원이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내 하도급업체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 요구에 대해 손을 들어주자 경영계가 강한 유감을 드러냈다. 일부 공정의 도급 생산 방식을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불법 파견이라고 판단한 부분 때문이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1용광로. [사진=뉴시스]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1용광로. [사진=뉴시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8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도급은 생산효율화를 위해 독일, 일본 등 철강경쟁국들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보편적 생산방식"이라며 "특히 특정 제품 자체의 생산을 완성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생산공정의 일부도 얼마든지 도급계약으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판결은 도급계약의 성질과 업무 특성, 산업생태계의 변화, 우리 노동시장의 현실 등을 충분히 고려치 못한 것"이라며 "유사한 판결이 이어질 경우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물론 일자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이날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내 하도급업체 노동자들이 포스코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는 크레인 운전업무 등을 담당하는 하도급업체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소송에 나선지 11년 만이다.

포스코 사내 하도급업체 노동자들은 지난 2011년 포스코가 하청업체로부터 인력을 공급 받아 공장을 가동하는 상황이 제조업 사내하도급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포스코는 법정에서 구체적 작업 명령에 개입하지 않아 불법 파견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했다"며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직접고용의제 등의 효과가 소멸했다거나 원고들의 청구가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포스코가 하청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작업표준서를 정하고 이에 따라 작업을 수행하게 했다고 봤다. 또 노동자들에게 전산관리시스템을 통해 사실상 업무지시를 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포스코는 협력업체가 수행할 업무, 크레인 운전에 필요한 인원 수, 크레인 운전 작업자가 수행하는 작업량 등을 실질적으로 결정했다"며 "원고들이 피고들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돼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총은 "대법원은 원청의 생산 공정과 협력 업체의 업무가 연속돼 있다는 외관적인 사정을 들어 근로자 파견관계로 판단했다"며 "도급 계약은 제품의 완성 단계뿐 아니라 생산 공정의 일부에서도 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원은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를 구속력 있는 업무상 지시로 판단했다"며 "MES는 전산을 통해 작업 내용과 정보를 공유해 작업 효율성을 높이고 안전을 강화하는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대법원은 소송 기간 동안 정년이 지난 하청 노동자들의 소는 각하했다. 기존에도 직접적 근로관계 당사자 사이의 소송 진행 과정 중 정년이 지나면 소가 각하된다는 판례는 있었다. 그러나 이를 파견근로관계에도 동일하게 적용한 대법원의 판단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법원은 소송을 제기한 15명 중 정년이 지난 2명은 소를 각하했다.

대법원은 소송을 제기한 이들 15명 외에 비슷한 소송을 제기한 2차 소송(44명)의 하청 노동자들의 근로자 지위도 인정하며 같은 판단을 내렸다. 44명 중 정년이 지난 2명은 소를 각하했다.

업계에선 이번 대법원의 판단으로 향후 포스코 근로자 지위를 인정 받을 하청 노동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이번 1·2차 소송과 별개로 3차(8명), 4차(219명), 5차(324명), 6차(90명), 7차(230명) 등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 대한 각급 법원의 판단이 남아 있는 데다 추가 소송 제기 가능성도 있어서다.

특히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포스코 하청 근로자 1만8천여 명 전원을 직고용하라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이번 일로 포스코가 인력 운용 관련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포스코는 "대법원 판결 결과를 존중한다"며 "신속히 판결문을 검토해 그 취지에 따라 후속조치를 이행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경영계는 사법부에서 직고용 관련 근로자에 유리한 판결이 잇따라 나오면서 불법파견 소송을 진행 중인 현대차, 한국GM, 기아 등 산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에도 현대위아의 사내 하청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불법파견 소송에서 7년여 만에 64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판단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친노동 정책 이후 산업계 전반에 확산하고 있는 직고용 관련 소송에서 대기업들이 최근 연달아 패소하고 있다"며 "이 같은 분위기 탓에 경영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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