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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과학기술 콘트롤타워 공백…이대로 둘 것인가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정부 내에 과학기술정책 콘트롤타워가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0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과학기술·연구개발 분야 최고의사결정기구의 모습은 여전히 뿌연 안갯속이다.

급기야 윤석열 정부의 공약이었던 '민관 과학기술혁신위원회'마저도 추진상황이 감감무소식이더니 사실상 폐기된 것으로 알려져 과학기술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따지면 거의 반 년 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과학기술 홀대론 속에서도 과학기술혁신정책 재설계를 위한 한 가닥 희망처럼 남아 있던 민관 과학기술혁신위마저 불발된다면 尹 정부의 과학기술혁신정책 공약은 퇴색될 것이 분명하다.

현행 법상 과학기술혁신정책 내지 범부처 연구개발(R&D)정책 콘트롤타워는 대통령이 의장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아직 민간위원 선임을 완료하지 못해 이름만 있는 상태인 것도 문제지만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과학기술 거버넌스 문제가 반복 제기되는 것은 기존 체제가 과학기술 콘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기에 부족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尹정부가 "국가혁신을 위한 과학기술 시스템 재설계를 위해 ‘민관 과학기술혁신위원회’를 신설"한다는 공약을 내세운 배경도 마찬가지다.

‘민관 과학기술혁신위원회’를 신설하려는 취지는 국정과제 속에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국가 R&D 100조원 시대를 맞아 정부와 민간의 역량을 모아 과학기술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국가 과학기술 시스템 재설계"를 위해 "민간 참여 및 부처 협업·조정 강화를 위한 ‘민관 과학기술혁신위원회’를 신설"한다는 게 해당공약의 골자다.

핵심 키워드는 '민간참여'와 '부처 협업·조정 강화'다. 다른 말로 하면 그동안 민간 참여와 부처 협업·조정이 잘 안 됐다는 뜻이다. 관용적인 형용사처럼 쓰여 있지만 '국가 R&D 100조원 시대'라는 표현도 주목해야 할 키워드다.

'국가 R&D 100조 시대'라는 말은 단순히 우리나라의 R&D 규모가 그만큼 커졌다는 사실을 강조해 정책의 중요성을 부각하기 위해 들어간 수식어가 아니다. 100조원은 정부 R&D 지출 30조원에 민간 투자 70조원을 더한 금액이다. 정부의 R&D 예산 지출 뿐만 아니라 70조원 이상의 민간 R&D투자도 정책대상으로 포함하고, 100조 전체를 아우르는 R&D 시스템을 새롭게 설계하겠다는 게 새 정부의 정책방향이라고 해석하는 게 당연하다.

과학기술계가 이러한 공약을 환영한 것은 그동안 정부R&D에 지속 제기된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민관의 협력과 역할분담을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읽혔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간참여'가 새 정부 과학기술정책의 키워드가 된 것은 자연스러운 논리다. 더 나아가 국정과제의 취지를 제대로 달성하려면 '민간참여'는 물론 '민관협력', '민간 주도'가 필수적이다.

그동안 정부가 주도해 만든 '민관 합동 OO위원회'의 '민간위원'은 사실상 들러리에 지나지 않은 게 사실이다. 민간위원들은 위원회에 참석해 몇 가지 의견(이라 쓰고 민원이라 읽는다)을 제시하고 정부가 만들어 온 정책계획안에 서명해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국가 R&D 100조 시대를 맞아 정부와 민간의 R&D를 한 테이블에 놓고 국가의 과학기술전략을 기획·조정할 콘트롤타워를 만들겠다면 100조의 70%를 담당하고 있는 민간(기업)이 중심이 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민간위원도 정부 계획에 적당히 몇 마디 의견 제시하고 말 사람이 아니라 권한과 책임을 갖고 주도적으로 위원회를 이끌 수 있는 실력과 소명의식을 갖춘 사람이 참여하는 게 마땅하다.

'민간 참여' 의제가 바둑에서 이야기하는 '큰 곳'이라면 '급한 곳'은 두 번째 키워드인 '부처 협업·조정 강화'다. 콘트롤타워 부재로 인한 문제는 부처간 칸막이로 인한 정책 혼선과 사업중복, 예산낭비가 발생할 때 주로 제기된다.

이미 초격차기술육성, 탄소중립, 디지털전환, 인재양성 등 곳곳에서 각 부처의 숟가락 얹기 경쟁이 치열하다. 주무부처가 어디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주요 영역마다 '제 논에 물 대기'가 한창이다.

초격차 전략기술 육성 정책만 해도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과기정통부의 '국가전략기술' 영역 다툼은 오히려 심해지는 형국이다. 기획재정부의 '조세특례재한법'에 지정된 '국가전략기술', 산업부의 '국가첨단전략산업육성법'의 '국가첨단전략기술', 과기정통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전략기술육성법'의 '국가전략기술'은 통합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지만 지난 정부 말부터 시작된 부처간 밥그릇 싸움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분과간 칸막이로 이어지더니 110대 국정과제에서도 별도로 나뉘어져 '부처간 칸막이'가 얼마나 견고한지만 확인시켜 주었다.

또다른 국정과제인 ‘임무지향형 과학기술혁신 추진체계 마련’을 위해서도 과학기술혁신정책의 거버넌스 개편은 불가피하다. 임무지향형 과학기술혁신 추진을 위한 필수요건은 '범부처 통합적인 예산 배분·조정 시스템’인데 지금처럼 매년 기재부가 부처별 예산 지출한도(금액)을 정하고 각 부처가 그 지출한도 내에서 세부사업을 만들어 올리는 단년도 칸막이 예산 구조 내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민관 과학기술혁신위원회 신설 공약의 취지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기능강화로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안일해 보인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가진 정책조정기능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그나마 국무총리를 의장으로 하는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만들어 운영했었지만 지난해 12월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열리지 않고 있다.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라는 이름은 얼핏 언제든지 필요할 때 개최하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노무현 정부때 처음 만들고 문재인 정부가 부활시킨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尹정부가 계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회의체의 이름이야 사실 국민들에게는 상관없는 일이다. "국가 R&D 100조원 시대를 맞아 정부와 민간의 역량을 모아 과학기술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국가 과학기술 시스템 재설계"를 위해 "민간 참여 및 부처 협업·조정 강화를 위한 ‘민관 과학기술혁신위원회’를 신설"한다는 공약의 취지가 말 뿐인 공약으로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최상국 기자(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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