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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야기하면 안 돼?


양자시대를 준비하자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지난 1965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직후 만찬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였던 리처드 파인만 박사는 만찬 후에 한 방에 들어갔고 그곳에 덴마크 공주가 앉아 있었다. 공주가 있던 탁자에 빈 의자가 있었고 파인만은 그 자리에 앉는다.

공주가 파인만 박사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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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당신은 노벨 수상자로군요. 어느 분야의 상을 받으셨습니까?”

“물리학입니다.”

“그런데요. 아무도 물리학에 대해 모르니까, 거기에 대해서는 대화할 수 없겠네요.”

“그 반대입니다. 우리는 아무도 모르는 것에 대해서 대화할 수 있지요. 우리는 날씨에 대해 얘기할 수 있고, 사회 문제에 대해 얘기할 수 있고, 심리학에 대해서도 얘기할 수 있죠. 다 알려져 있는 거니까요.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도 모르는 주제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죠!”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라는 책에 내오는 내용이다. 날씨와 사회 문제, 국제 금융 등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으면서도 ‘물리학’ ‘양자역학’ ‘블랙홀’ 등에 대해서는 서로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일까. 이 같은 어려운 주제만 나오면 모두들 그것은 ‘전문가 영역’으로 치부해 버린다. 파인만은 ‘아무도 모르는 주제에 대해서도 얘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먼 미래를 예견하는 시나리오는 많다. 가까운 미래에 하늘을 나는 택시가 일상이 될 것이고, 붉은 행성 화성에 인류가 착륙하고, 심지어 성간 여행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 중 양자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양자는 ‘에너지 덩어리’이다. 중첩과 얽힘으로 지금의 컴퓨터와 전혀 다른 ‘양자컴퓨터’ 시대가 올 것으로 예측하는 이들이 많다.

양자에 대해서 정확히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다는 게 정설이다. 지난해 12월 ‘퀀텀의 세계’라는 책이 나왔다, 이순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가 쓴 책으로 부제는 ‘세상을 뒤바꿀 기술, 양자컴퓨터의 모든 것’으로 달았다.

이순칠 교수는 “이 책 전체를 통해 전하고 싶은 중요한 메시지는 있다”며 “첫 번째가 양자물리는 아무도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 두 번째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며, 만일 마지막 쪽까지 (내 책을) 읽고 덮었을 때 양자물리가 이해된다고 생각한다면 책을 제대로 읽지 않은 것”이라고 못 박는다.

이어 “양자컴퓨터는 물리학과 수학, 철학, 전자공학, 컴퓨터공학 등이 융합된 연구 분야”라고 설명했다. 이순칠 교수는 우리나라 양자정보 1세대 연구자로 국내 최초로 병렬처리 양자컴퓨터를 개발한 주인공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양자컴퓨터는 언젠가 반드시 만들어진다고 보고 있다.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는 지금의 컴퓨터와 달리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분배하면서 지금의 컴퓨터보다 계산 능력이 훨씬 빠른 컴퓨터가 탄생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언젠가는 반드시 만들어진다’는 것에 그 누구도 쉽게 투자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 ‘언젠가’가 언제일지 모르니까. 정부의 몫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양자시대를 미리 준비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과학은 지금까지 ‘아무도 모르는, 아무 것도 없는 곳’을 지향했다.

‘아무도 모르고,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성과가 나왔을 때 세상은 뒤바뀌었다. 양자시대를 준비하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아무도 모르고’ ‘모르는 주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고 이를 준비하는 자만이 미래 양자시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양자시대 준비를 위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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