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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와 '천스닥'


[아이뉴스24 고정삼 기자] 작년 이맘때쯤이었다. 한국거래소가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도입 논의를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코스닥 시장의 저평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특정 기준을 충족하는 우량 기업들을 선별해 세그먼트에 지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세미나에서는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주제발표와 토론이 이뤄졌고, 일반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질의응답 시간도 마련됐다. 이때 한 투자자는 지금 코스닥이 잘나가고 있는데, 이 제도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의문을 던져 모두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실제 그 당시 코스닥지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조성된 저금리 환경과 시장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에 힘입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었다. 이 시기 코스닥지수는 1천선을 넘어서며 '천스닥'이라 불렸었고, 미국 나스닥과 같은 위상을 갖게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형성됐다.

그런데 지금은 어떨까. 코스닥지수는 현재 690선까지 밀리며 과거 영광을 무색케 하고 있다. 물론 지금은 글로벌 주요국들의 강력한 긴축과 이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로 세계 증시 대부분이 크게 하락한 상태다. 하지만 글로벌 증시 가운데 코스닥이 하락률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부진한 데는 이유가 있다. 투자자들이 코스닥을 기피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에는 1천500개가 넘는 기업들이 상장돼 있을 뿐 아니라 업종도 다양해 특유의 색깔을 갖추기가 어려운 상태다. 일부 기업들의 불공정거래 이슈가 시장 전체로 확산되면서 낮아진 평판도 문제다. 실제 횡령·배임 등의 사건이 코스닥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더 많이 발생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지만, 코스닥이 부정적 낙인효과를 더 크게 받는 실정이다.

또한 코스닥은 적자 기업이라도 우수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면, 특례상장을 허용해주고 있다. 그만큼 기술성을 높이 평가하는 시장인데, 눈에 보이지도 않고, 이해하기도 어려운 기술력에 투자하려는 투자자가 드물다고 한다. 코스닥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덜 받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이 같은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거래소가 1년 넘게 세그먼트 제도를 공들여 도입한 이유도 이해할 수 있다. 보여주기 식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을 무리하게 도입하지 않은 결정도 환영할만한 일이다. 이미 글로벌 공급망에서 제각각의 ESG 기준을 요구받는 코스닥 기업들에게 ESG 경영이란 생존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세그먼트가 인위적 선긋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현 상황을 고려했을 때 오히려 세그먼트가 브랜드 가치 제고와 투자 수요 확대를 이끌어낼 것이란 기대가 더 크다. 향후에는 세그먼트에 편입된 기업들로 구성된 지수도 개발돼 다양한 상장지수상품(ETP)들도 출시된다.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로 인해 다시 한 번 '천스닥'으로 도약할 수 있는 투자 환경이 조성돼 '코스피 2부 리그'라는 꼬리표가 떼어지길 기대해본다.

/고정삼 기자(js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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