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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참사가 일어난 골목길은 유독 더 좁고 외로웠다 [이태원 참사]


[아이뉴스24 김동현 기자] 참사가 일어났다. 골목길은 유독 더 좁고 어둡게 보였다. 경찰의 폴리스 라인이 해제된 지 3주가 지났다. 여전히 이곳을 찾아 희생자들의 절규를 상상하며 추모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15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훌쩍 지났다. 그동안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의 뜨거운 분위기가 대한민국을 휩쓸었지만 이태원만은 여전히 쓸쓸하고 적막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추모가 아닌 '놀이'나 '소비'의 움직임을 보인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지난 5일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골목길 옆 건물에 참사에 휘말린 사람의 손자국이 새겨져있다. [사진=김동현 기자]
지난 5일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골목길 옆 건물에 참사에 휘말린 사람의 손자국이 새겨져있다. [사진=김동현 기자]

지난 5일 저녁 이태원을 방문하기 위해 내린 이태원역 내부부터 참사의 흔적들이 눈에 들어왔다.

지하철역에는 심폐소생술(CPR) 방법 안내문과 자동 세제 동기(AED)가 비치돼 있었으며 출구로 올라가는 계단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조화와 메시지로 둘러싸였다.

지난 5일 저녁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골목길에 사람들의 추모 메시지가 가득하다. [사진=김동현 기자]
지난 5일 저녁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골목길에 사람들의 추모 메시지가 가득하다. [사진=김동현 기자]

참사 골목길은 물론 세계음식 거리 역시 대부분 가게가 문을 열지 않았으며 한 가게에 붙여진 '이태원 사랑해주세요'라는 종이는 발길을 뚝 끊은 사람들의 방문을 애원하고 있었다.

지난 5일 이태원 세계음식 거리에 위치한 한 식당에 '이태원 사랑해주세요'라는 문구 종이가 붙어있다. [사진=김동현 기자]
지난 5일 이태원 세계음식 거리에 위치한 한 식당에 '이태원 사랑해주세요'라는 문구 종이가 붙어있다. [사진=김동현 기자]

세계음식 거리의 편의점주 A씨는 "골목길과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그래도 찾는 사람이 줄어들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공포가 어느 정도 풀렸다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깝고 가게 걱정도 많다"고 한숨 쉬었다.

참사 현장 인근에 있는 식당 주인 B씨도 가게는 열었지만 가게 안이 아닌 밖에서 연신 담배를 피우며 얼굴을 구겼다.

그는 "골목길 바로 옆이다 보니 타격이 더 큰 것 같다. 매출이 평소의 10~20%로 줄었고 월드컵 경기 날에도 크게 상승하지 않아 영업시간을 더 늘려볼까 생각도 했는데 다르지 않을 거 같았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저녁 이태원역 세계음식 거리 전경. [사진=김동현 기자]
지난 5일 저녁 이태원역 세계음식 거리 전경. [사진=김동현 기자]

인근 카페 주인 C씨도 "참사 한 달이 지났지만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월드컵 날에도 우리 가게 방문을 떠나 그냥 이태원을 찾는 사람 자체가 별로 없었다"고 전했다.

이태원 인근 추모 현장에서 마주한 시민 D씨는 "정확한 이유를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그냥 당분간 이태원에 놀러 오거나 술을 마시러 오기는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 유행 초반 대구에 있었다. 당시 시내인 동성로에 갔을 때 사람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다"며 "지금 이태원이 그때의 동성로와 비슷한 풍경처럼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지난 5일 저녁 이태원역 세계음식 거리 전경. [사진=김동현 기자]
지난 5일 저녁 이태원역 세계음식 거리 전경. [사진=김동현 기자]

또 다른 추모객 E씨 역시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살아 자주 오는 편인데 확실히 참사 이후 인적이 너무 끊겼다. 상권을 살리기 위해 일부러 찾는 사람들도 있다지만 그걸로 회복될 수 있을 정도가 아닌 것 같다"고 걱정했다.

실제로 참사 현장 주변에 위치한 상가들의 매출과 유동 인구는 눈에 띄게 감소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 기준 이태원 1동 매출과 유동 인구는 참사 발생 전인 10월 넷째 주 대비 각각 61.7%, 30.5% 줄어들었다.

참사 후 한 달이 지났다. 가뭄의 단비일 것이라 예상했던 '월드컵 특수'도 기대에 못 미쳤다. 그리고 이제 그마저도 기대하기 힘들다. 다가오는 연말 효과도 이태원을 비껴가고 있다. 2023년을 기다리는 이태원의 모습은 여전히 추위에 떨고 있다.

/김동현 기자(rlaehd3657@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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