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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등반일기가 없었다면 오은선도 없다


'오은선의 한 걸음' 출간…"도전 그리고 물러설 용기"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이순신이 영웅이 된 것은 용기와 지략으로 나라를 구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하루하루가 백척간두인 전장에서 지친 심신을 달래기도 힘겨운 상황에서 그 날을 세세히 기록한 열정이 더 영웅적이다. 명량, 한산, 또 어느 바다에서, 그리고 노량에서 전사하기 한 달 전까지 7년. 밤이면 무거운 어깨, 떨리는 손으로 붓을 들어 한 획, 한 획 오늘을 반성하고 내일을 준비했다. '난중일기(亂中日記)'가 없었다면 이순신도 없다. 기록되지 않은 역사를 우리는 알 길이 없다.

'오은선의 한걸음' [사진=허원북스]
'오은선의 한걸음' [사진=허원북스]

등반일기가 없었다면 오은선도 없다

오은선 대장이 출간한 <오은선의 한 걸음> 역시 '세계 여성 최초 히말라야 14좌, 7대륙 최고봉 등정' 도전의 순간들이 생생하게 기록됐다.

저자는 20년 가까운 고산등반 기간 목숨이 위태로운 극한의 상황에서 일기를 쓰고 메모를 했다. 이 책은 35권 분량의 기록을 압축해 한 권으로 엮은 것이다. 등반 과정의 디테일한 묘사는 기억을 재구성하지 않고 그 날 그 날 기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결과다. 단점으로 보일 수 있는, 감정의 기복이 심한 것 역시 그 날의 상황과 체감을 있는 그대로 기술했기 때문이다. 20년의 전 등반을 녹화하지 않는 이상 이처럼 생생한 등반기가 나올 수 없을 것이다.

난중일기가 그렇듯 등반일기가 없었다면 오은선도 없었을 것이다. 저자는 등반을 하며 책을 쓰고, 책을 쓰듯 등반을 해온 셈이다. 일기는 과거이자 미래다. 실패의 기록이 성공의 지침서가 될 수 있음이 오은선 일기 곳곳에서 증명되고 있다.

'오은선의 한 걸음' 저자인 오은선 대장 일기장. 등반 일지가 빼곡히 적혀있다.  [사진=오은선 ]
'오은선의 한 걸음' 저자인 오은선 대장 일기장. 등반 일지가 빼곡히 적혀있다. [사진=오은선 ]

꿈과 도전보다 현실 직시와 물러설 용기

불굴의 의지나 도전정신을 키우려는 사람은 이 책에서 별로 얻어갈 게 없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꿈과 도전' 그 이상으로 '현실 직시'와 '물러설 용기'에도 큰 가치를 부여한다. "산이 허락하지 않으면 돌아섰다", "산은 감정이 없다. 산은 산이고 나는 나일 뿐이다. 산과 싸우지 않는다"는 그의 산에 대한 태도는, 성공하는 비법보다 '실패하지 않는 지혜'와 맞닿아 있다. 삶이든 일이든 무엇이든 성공보다 생존이 우선이며 본질적이다. 저자에게 한계는 극복하는 게 아니라 인정하는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고산등반가들 중 결코 적지 않은 수가 도전 중 유명을 달리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연의 山'이 가르쳐 준 '사람의 山'을 넘는 지혜

이 책에는 '자연의 산' 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산'이 나온다. 저자는 "사람의 산은 히말라야 어떤 산보다 험준하고 변화무쌍해 넘지 못했다"고 토로한다. "산을 오르는 것은 결국 나와 그림자뿐"이라며 "자연의 산과 싸우지 않듯 사람의 산도 그렇게 대하자"고 제안한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고산등반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산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일독을, '사람의 산'에서 한 걸음도 빠져 나오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필독을 권한다.

"꿈만 꾸지 말고, '한 걸음' 내딛고 실천하길"

책 제목 '한 걸음'에는 저자가 산에서 얻은 깨달음,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압축돼 있다.

오은선은 "'한걸음'은 여러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라며 "목표가 있다면 꿈만 꾸지 말고, 그 꿈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딛고 실천하라는 의미다. 또한 '한 걸음'은 우리의 삶에서 하루하루 생활을 뜻하기도 한다"고 짚었다.

등반을 시작했던 '20대 오은선'의 고민과 목표로 첫 장을 연 저자는 "20대 때 썼던 일기에도 '어떻게 살 것인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나 자신을 돌아봤다. 그런 고민을 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다"라며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반문하며 알차게 살아가길 바란다"고 메시지를 던졌다.

'오은선의 한 걸음' 저자인 오은선 대장 일기장. [사진=오은선 ]
'오은선의 한 걸음' 저자인 오은선 대장 일기장. [사진=오은선 ]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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