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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 '젠틀맨' 박성웅 "힘 뺀 권도훈, '신세계' 이중구와는 달라"


악역 전문 박성웅, '젠틀맨' 권도훈으로 보여준 차별화

[조이뉴스24 김지영 기자] 범죄 스릴러를 그리는 장르물에서 비슷한 악역이 쏟아지고 있지만, 배우 박성웅이 연기하면 다르다. 무표정에도 살기가 느껴지고 그저 짓는 미소에도 등골이 서늘하다. 박성웅만이 가진 특별한 매력이고 강점을 이번 영화 '젠틀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젠틀맨'은 성공률 100% 흥신소 사장 지현수(주지훈 분)가 실종된 의뢰인을 찾기 위해 검사 행세를 하며 불법, 합법 따지지 않고 나쁜 놈들을 쫓는 범죄 오락 영화. 박성웅은 극 중 로펌 대표 변호사 권도훈으로 분했다.

권도훈은 사법계 인사들에게 전방위적인 로비를 통해 로펌을 세운 인물. 500억 규모의 주가 조작 사건 연루 의혹에도 가볍게 빠져나오는 등 권력의 정점에 있다.

배우 박성웅이 영화 '젠틀맨'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콘텐츠웨이브(주)]

박성웅은 법위에 있는 권도훈을 연기하기 위해 작은 디테일 하나까지도 신경을 썼다. 예의를 차리는 인물인 척 상대방을 대할 때 사용하는 높임말도 그가 쓰면 섬뜩하게 느껴지고 살포시 짓는 미소도 소름 돋게 만든다. 이미 영화 '신세계', '살인의뢰', OCN 드라마 '루갈' 등에서 수많은 악역을 했던 그는 이번 '젠틀맨'에서 또 다른 악인을 탄생시켰다.

이하 박성웅과의 일문일답 -'신세계'의 이중구 역으로 악역의 정점을 찍고 또다시 악역을 하게 됐다. 다른 악역을 만들려 노력했을 텐데.

물론이다. 아무래도 제일 큰 산이 '신세계'의 이중구다. 제일 중요한 것은 이중구처럼 안 보여야 했다. 캐릭터 설정이 다르기도 해서 이중구처럼 안 보이기도 했다. 이번 '젠틀맨'에선 도움받을 수 있는 장치들이 많았다.

-처음엔 출연을 고사했다고.

출연 고사한 가장 큰 이유는 겁이 났다. 이전의 캐릭터와 똑같이 나오면 어떡하나 싶었다. 하지만 주지훈 씨가 연락해 '대본에서 형이 보인다'라고 하더라. 주지훈 씨와 제대로 작업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같이 호흡을 맞춰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현장에서 한 번밖에 만나지 못했다. 영화를 보고 나니까 저는 자신감이 생겼다.

-권도훈은 어떤 인물로 해석했나. 실존 인물 중에 레퍼런스로 참고하기도 했는지 궁금하다

저는 사회, 정치, 경제를 싫어한다. 그래서 유추할 수 있는 인물이 없다. 누구를 두고 참고하는 게 더 영화 같고 코미디 같다고 생각한다. 저는 그냥 권도훈을 나쁜 놈이라고 해석했다. 상대방에게 존댓말을 하지만 본색이 드러나면 욕을 서슴없이 하는 정상이 아닌 인물로 봤다. 그래서 앞에선 더 나이스해 보이려고 노력했다. 본 모습이 보일 때 이중적인 면모가 확연하게 보이지 않나.

배우 박성웅이 영화 '젠틀맨'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콘텐츠웨이브(주)]

-권도훈의 섬뜩한 미소가 인상적이다. 같은 웃음을 지어도 박성웅 씨가 짓는 웃음은 더 섬뜩한 분위기를 내는 것 같다

권도훈이 섬뜩하게 보일 수 있도록 더 천진난만하게 웃어야 했다. 더 천진난만하게 웃을수록 권도훈의 악랄함이 느껴진다. 전 웃을 때는 우리 아들을 생각했는데 그게 그렇게 나온 거다. 같은 웃음을 그 상황에 들어가니 서늘하게 느껴진다. 만약 예능이라면 섬뜩하지 않았을 거다. 극 중의 장치들이 중요한 이유다. 더 힘을 주려면 관객도 눈치를 챈다. 옛날 방식이기도 하고. 그래서 어떻게 더 잘 표현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이다.

-권도훈은 극 중반이 넘어서야 등장한다. 강렬한 임팩트를 주면서 등장해야 해서 부담감이 있었을 것 같은데

처음에 등장하는 순간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양복집에서 가봉하고 있으면서 백마도 타고. 저는 그냥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했다. 감독님이 잘 표현해 주셨다. 감독님이 주는 대로 가만히 있었는데 잘 찍어주셔서 잘 표현된 것 같다.

-권도훈의 이중적인 면모를 표현하기 위해 외적인 부분에 신경을 쓴 게 있나

의상에 되게 많은 신경을 썼다. 슈트 재킷과 베스트에 청바지를 매치하는 게 제가 평소에도 좋아하는 스타일링이다. 영화에서 꼭 입어 보고 싶었는데 감독님이 제안해 주셔서 냉큼 입었다. 처음 의상팀은 이런 스타일링에 '갸우뚱'했는데 제가 입은 것을 보고 '이거다' 하더라. 영화에서도 잘 나와 만족스럽다.

-'신세계' 이중구 캐릭터가 박성웅 씨를 본격적으로 알려주기도 했지만,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 그런 부분에서의 부담감은 없나?

제게 이중구는 고마우면서도 숙제다. 고맙지 않을 수 없는 게 이중구가 있어서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권도훈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된 셈이다. 하지만 '신세계'가 개봉한 지 10년이 됐다. 아직도 저를 '신세계' 이중구로 기억해주셔서 제게 숙제인 거다. 덕분에 저는 계속 발전하려 고민하고 노력한다. 권도훈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악역으로 안 보이고 싶어서 캐릭터를 계속 연구했다.

-여러 번 악역을 해서 노하우가 생겼을 것 같다.

'신세계' 때 제가 40대였다. 그땐 힘을 뺄 줄 모르고 달려들기만 했다면 이제는 힘을 뺄 줄 아는 것 같다. 어느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아는 시기가 된 것 같다. 아마 60대가 되면 더 알지 않을까. 만약 지금 이중구를 만나면 과거와는 다른 이중구가 나올 것 같다. '신세계' 같은 작품이 또 들어와도 할 의향이 있다. 박성웅인데 제대로 된 누아르는 해야 하지 않겠나. 액션도 함께 하고 싶다.

배우 박성웅이 영화 '젠틀맨'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콘텐츠웨이브(주)]

-비슷한 악역 캐릭터를 맡기도 하지만 완전히 반대되는 작품을 하기도 한다. '오케이 마담'이나 '내 안의 그놈', '메소드' 같은. 이미지 변신을 위한 선택인가?

노력하는 부분 중 하나다. 매번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 사실 전 '젠틀맨', '신세계' 같은 악역이 더 힘들다. 일상은 코미디에 가깝지 않나. 평소에 장르극의 악역처럼 행동하지 않지만, 제가 기본적으로 가진 하드웨어가 있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화난 것처럼 보이는 그런 분위기가 제게 있다더라. 그래서 그런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악역으로 보여드리는 거다. 이런 사람이 코미디를 하면 더 웃기지 않나. 그래서 코미디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연기를 하면서 인생에서 고마운 세 사람을 꼽자면 누군가?

첫 번째는 한재덕 감독이다. 저를 '신세계'로 이끌어주신 분이다. 당시 제가 캐스팅되는 것을 모두가 반대했는데 한재덕 감독님 덕분에 '신세계'를 할 수 있었다. 가족은 당연히 고맙고 배우 쪽으로 보면 정경호다. 정경호는 존재 자체가 위안이다. 애교도 많고 제게 살랑살랑 잘한다. 저도 그렇게 하고 싶은데 안 된다.

/김지영 기자(jy100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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