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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숙이 만난 예술가] 기네스북 올라야 할 최연장 발레리나 조윤라


[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한국 사회는 한 분야에서 어떤 사람이 뜨면 그 사람 만을 집중한다. 하지만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치열하게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있다. 이제 우리는 이런 예술가를 발굴하고 그들의 활동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조윤라 선생은 55년생이신데 아직도 무대에서 토슈즈(point shows)를 신고 춤을 춘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사실 발레리나의 생명은 짧아서 보통 30대 중 후반이면 은퇴한다. 세계 최고 최장수 발레리나였던 실비 길렘(Sylvie Guillem)도 50살에 은퇴했다. 이런 상황에서 70을 바라보는 나이에 아직도 무대에 선다는 것은 그 지체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조윤라 발레리나 [사진=조윤라 제공]
조윤라 발레리나 [사진=조윤라 제공]

◆ 올해 68세, 겸손한 최연장 현역 발레리나

-조윤라 선생님 안녕하세요.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개 부탁드립니다.

"예전에는 발레 예술가라는 생각은 안 해봤는데 이제는 이 나이가 되니까 나도 예술가라는 명칭을 붙여도 괜찮을 것 같아요."

-너무 겸손하세요, 이전에는 교육자라고 생각하셨나요?

"내 나이 50대까지도 예술가라는 명칭은 너무 거대하니까 교육자라고 했거든요. 이제는 예술가란 명칭을 붙여도 자신이 창피하지 않고 남들이 욕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교수생활(충남대학교 무용과)도 오래 했지만 지금은 예술가로서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어요."

-발레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나에게 발레란 생활이고 신앙이에요. 발레는 예술적인 측면 뿐만이 아니라, 몸 움직임이나 음악과의 조화를 보면 정교한 과학이지요."

조윤라 발레리나 [사진=조윤라 제공]
조윤라 발레리나 [사진=조윤라 제공]

조윤라 발레리나 [사진=조윤라 제공]
조윤라 발레리나 [사진=조윤라 제공]

-그 연세에 발레리나로서 무대에 선다는 것은 기네스북에 오를 일인데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람들이 날 보고 어떻게 그렇게 연습을 하느냐고 대단하다고 하는데 나에겐 생활이에요. 아무 생각 없이 연습실로 가고 모든 일은 연습 후로 미뤄요. 저는 그게 몸에 배어서 두 시간을 좀 쉰다 생각하면서 '바' 연습이라도 하지요."

-12월에도 공연을 하셨는데 끝나고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엄청난 칭찬을 들었어요. 제가 60세 지나고 부터는 사람들이 이제 인정하기 시작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독신이신데. 일부러 결혼을 안 하신 건지요?

"대학교 4학년쯤에 유학을 계획하며 무용을 계속하려면 당분간 결혼은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제가 77년에 졸업을 했는데, 당시는 결혼을 하면 웬만한 집안에서는 여자가 직업을 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당분간 결혼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것 뿐인데 여기까지 왔네요."

-일본에서는 무슨 메소드를 배우셨나요?

"일본 다니모모꼬 선생에게서 3년간 사사 받았어요. 당시 일본은 러시아의 바가노바 교습법이 들어가서 그것을 일본인의 신체조건에 맞게 기초부터 가르치고 있었어요. 큰 공부가 되었지요."

-이제까지 안무작품 중 가장 자랑스러운 작품은 뭔가요?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라는 작품이에요. 이 작품의 원작은 벨기에의 오페라죠. 1999년에 한국예술위원회에서 5천만원을 지원받아서 발레불랑 단체 이름으로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공연을 했어요.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를 포함한 남자 12명과 여자무용수 10명이 출연했어요. 이 작품의 특이점은 발레공연에서 처음으로 무용수들이 단발머리를 하고 반바지를 입는 등 혁신적이었다는 거에요."

-선생님의 작품 스타일은 어떤가요?

"클래식은 아니고 컨텐포러리라고 할 수 있죠. 컨템포러리는 토슈즈를 안 신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어떤 작품이든 꼭 토슈즈를 신어요."

-선생님의 스승님과 좋아하는 안무가는요?

"홍정희 교수님이요. 스승님은 감정을 표현하는 폴드브라(팔동작)가 참 아름다우셨어요. 또한 선생님께서 생활의 지혜라든가 여자로서 삶의 자세 등 많이 얘기해 주셨고 배웠지요. 외국인 발레 안무가중에는 NDT(네덜란드 댄스 씨어터)의 지리 킬리안을 좋아해요. 이유는 작품, 움직임과 음악이 좋고 또 그 사람의 모습에서 진짜 예술가의 풍취가 나오기 때문이지요."

-앞으로 선생님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매년 초면 사람들은 계획을 세우는데 저는 그런 게 없어요. 그냥 욕심 부리지 않고 제게 주어지고 할 수 있는 일이면 하고, 부담스러우면 안 해요. 지금 결정된 것은 23년 7월에 춤작가 12인전에 출품한다는 것이에요. 예술이 대단함보다는 편안한 행복을 선사하기를 바라요."

조기숙 이화여대 무용과 교수 [사진=본인 제공 ]
조기숙 이화여대 무용과 교수 [사진=본인 제공 ]

◇조기숙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 교수는 이대 무용과 발레 전공과 영국 써리대학에서 무용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30편 이상의 발레작품을 창작공연하면서 K발레의 미학적 토대를 구축한 안무자이다. 대표작으로는 '그녀가 온다: 여신 서왕모', '그녀가 논다: 여신 항아' 등이 있으며, 무용연구자로서 35편 이상의 논문과 저서가 있다. 그는 춤추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온몸으로 메시지를 던져왔다.

/조기숙 교수 kscho2@ewha.ac.kr

/김양수 기자(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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