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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BBQ·BHC '치킨게임'에 두 회장이 결단 내릴 때


[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BBQ와 BHC의 소송전을 보고 있자면 참 '웃프다(웃기면서 슬프다)'. 분명 법원의 판결문은 하나인데, 이들의 재해석은 아전인수격이다. 판결문 중 각 사에 유리한 입장만 담다 보니 어떨 땐 '거짓 아닌 거짓'이 섞여 확대 재생산 되기도 한다.

두 기업 간에는 워낙 여러건의 소송이 걸려있어 어느때는 BBQ가 또 어느때는 BHC가 원고가 돼 법원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물론 이번 소송전의 단초는 BHC가 제공했다는 점은 명확하다.

기자수첩. [사진=아이뉴스24 DB]
기자수첩. [사진=아이뉴스24 DB]

이들의 지루한 소송전의 첫 시작은 BBQ가 BHC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BBQ는 1995년 윤홍근 회장이 설립했고, BHC는 2004년 BBQ가 인수했다가 2013년 사모펀드에 매각한 브랜드다.

사모펀드 측은 BBQ가 BHC 매각 과정에서 가맹점 수를 부풀려 실제 가치보다 더 비싼 가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소송을 당한 BBQ는 BHC 매각 과정 실무를 담당한 박현종 현 BHC 회장에게 책임이 있다며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최근 2심 판결이 나오면서 BBQ가 승기를 잡게 됐다.

BBQ와 BHC는 구상권 소송 이외에도 여러 건의 소송을 주고 받는 중이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많다. 회사와 회사, 회사와 개인 등 동종 업계 간 이처럼 길고 지루한 소송전을 벌이는 일은 흔치 않다. 업계에서는 이들의 싸움을 두고 세상에서 가장 치열하고 잔인한 '닭싸움'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BBQ와 BHC 입장에서는 '목숨'이 걸린 것처럼 소송에 임하고 있겠지만, 사실 소비자들은 이 싸움에 전혀 관심이 없다. 오히려 치킨값 1천~2천원 인상에 더 관심이 많다. 이들 기업은 지금까지 여러 소송과 관련해 수십억원 상당의 로펌 비용을 지불했다. 공교롭게도 소송이 치열해질수록 매해 치킨값도 인상돼 왔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이들의 '치킨싸움'을 이쯤에서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 시선을 우려하는 탓이다. 삼성과 애플 같은 글로벌 회사도 수 조원이 걸린 소송전에서 대타협을 이끌어 내는 마당에, 수천억원의 매출을 내는 프랜차이즈가 소송전을 이렇게까지 끄는 것이 어떤 실익이 있느냐는 의미이기도 하다.

BBQ와 BHC의 끝없는 소송전은 실용주의적 경영자라면 더 이상 하지 않을 '승자 없는 싸움'이다. 소송에서 이겼다고 자존심이 지켜지는 일도 아니다. 오히려 손을 먼저 내민 쪽이 승자다.

물론 BBQ와 BHC 간 감정의 골과 상처는 깊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대한민국 굴지의 치킨 브랜드 회장님들의 통 큰 결단을 업계 모두가 바라고 있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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