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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사기꾼들-6] 백만불짜리 지폐의 음모


 

100만불짜리 지폐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누군가 1불짜리 지폐를 보고 100만불이라고 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이 100만불짜리 지폐를 둘러싼 웃지 못할 사기사건! 한 번 들여다 볼까요?

2002년 겨울, 서울 역삼동 테헤란로에 위치한 잘 나가는 벤처기업 AE VENTURES의 대표이사 안어벙씨. 쭉쭉 뻗어 오른 스타타워를 바라보며 상념에 젖어 있다. 창립 3년만에 유망중소기업으로 지정되었고, 작년에는 기술경쟁력 우수기업으로 지정될 만큼 잘나가는 회사였는데, 코스닥 상장을 눈앞에 두고 일시적인 자금난에 봉착한 것이다.

초기 투자자들로부터 거둔 자금은 서서히 잠식상태로 들어가고 있었다. 코스닥 상장에 자금보유력은 필수이기에 낌새를 알아 챈 투자자들로부터의 압력이 벌써부터 거세지고 있다.

'어떻게 이 위기를 넘길 수 있을까?'아무리 생각해봐도 단기처방 외에는 떠오르는 게 없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해결하기에는 사정이 너무 급박했다. 어제 들은 소문, 예전 같으면 듣고 흘렸을 '전직 대통령이나 과거 군사정권의 실력자들이 보관하고 있는 구권화폐를 싼 값에 사들여 되팔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들을 때문일까?

비상대책을 마련해야겠다고 굳게 결심한다. 결정 즉시 행동하는 진취적 성격인 안어벙씨는 곧 구권화폐를 구입할 계획을 세웠다. 단기 이익으로 그동안의 손실도 만회하고, 코스닥 등록도 성공리에 마칠 것이라 굳게 다짐하며 바로 명동의 사채시장에 돌진 하였다.

안어벙은 이리저리 수소문하여 알아본 끝에 명동에서 유력한 인사로 통하는 강노금씨를 소개받았다. 강노금씨는 '누구 소개로 왔노라'는 자기를 대단치 않게 쳐다보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구권화폐를 사려면 최소한 30억이 현찰로 필요하다. 그 사람들은 자신들이 노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소한의 횟수로 거래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30억 이하의 거래는 하지 않는다'고 칼로 무 베듯 잘라 말하였다.

현찰 30억이야 코스닥 상장을 앞둔 벤처기업사장으로서는 별 무리 없이 동원할 수 있는 금액이었지만, 덜컥 겁이 나긴 하였다. 이런 안어벙의 마음을 엑스레이로 찍어 보았는지, 곧 이은 강노금의 말. "구권화폐를 구하는 기간도 있고 또 구권화폐를 다시 현금화 하는 기간도 있고 하니까 담보가 필요 하겠지요?" 하면서 "백만달러짜리 지폐 100장을 담보로 주겠소." 하면서, 1달러짜리 지폐 100장을 보여 주었다.

'1달러짜리 100장이면 달라강세라 1500원이라 쳐도 15만원? 15만원으로 30억의 담보를?' 생뚱맞은 표정을 지으며 난감해 하는 안어벙을 바라보며, 강노금은 자기도 참으로 난처하다는 듯 "참 내가 이런 말까지 해야하는 사람과 거래해야 하는 지 모르겠는데......, 1달라짜리 지폐중 일련번호가 33, 66, 99로 끝나는 것은 100만달라라는 건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알아서 하슈"하면서 말을 끝냈다.

안어벙은 어안이 벙벙하여 일단 생각해보고 연락하겠다고 하고선 부리나케 사무실을 나섰다.

안어벙은 그 길로 이미 뚫어 놓은 명동의 사채업자를 찾아다니며 넌지시 33, 66, 99로 끝나는 1달러지폐의 진실을 물어 보았다. 대부분 한다하는 사채업자들은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쉬쉬거리며 말하는 공개된 비밀인 것 같았다. 강노금이 제시한 33, 66, 99로 끝나는 1달라짜리 지폐는 아는 사람에게만 거래되는 100만달라짜리 지폐였던 것이다.

'아아 그거였군.' 갑자기 안어벙은 무릎을 탁 쳤다. 자기가 강노금의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 누군가 방문을 나서며 007가방을 탁 닫았는데, 얼핏 푸릇푸릇한 종이가 꽉 채워져 있었던 것으로 생각났다. 둘은 영어로 주고 받았는데, '본드박스'가 어쩌니, '블루노트'가 저쩌니 하는 것이 '달라'와 관계된 엄청난 거래를 쉽게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 같았다.

그러니, 어지간한 사채업자들도 구경하기 힘든 엄청난 지폐를 강노금은 소유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안어벙은 현찰 30억을 구해 다시 강노금의 사무실로 가서 전달해주고, 100만달라(?) 지폐 100장을 담보로 받았다. 근데, 안어벙은 강노금이 지폐를 꺼낼 때 얼핏 가방 안쪽에 CIA 마크가 새겨져 있는 것을 본 것 같았다. 궁금한 것은 물어보지 않고는 못 배기는 안어벙은 강노금에게 전부터 궁금해 하던 것을 물어 보았다. 강노금은 웃으며, 사실은 자기는 지하자금을 양성화시키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CIA요원이며, 그 때 본 사람은 FRB(미연방준비은행) 직원인데, 세계도처에 깔려있는 미연방채권을 수집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하였다.

채권이 만기가 되어 한꺼번에 돌아오면 미국이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에 평소에 CIA와 FRB가 손잡고 이 채권들을 회수하고 있다 하였다.

안어벙은 자기가 강노금같은 틀림없는 거물을 알게 된 것은 큰 행운이라고 믿으며, 자기에게 달려드는 이 막지못할 운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꼬하며 뿌듯해 하였다. 30억이 한 달뒤 200억이 된다. 안 먹어도 배가 부르고 잠을 안 자도 피곤하지가 않았다. 부푼 가슴을 안고 구름을 떠다니는 듯한 한 달이 지난 뒤 안어벙은 강노금을 찾아 갔다.

그런데......

강노금의 사무실은 굳게 문이 잠겨 있었고, 빌딩 사무실에 알아보니 그 사무실은 일주일전에 내 놓았다고 한다. 자신이 처한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며칠을 더 기다려 보았다. 무슨 사정이 있었을 거라고......., 하지만, 강노금은 묵묵부답이었다.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33, 66, 99로 끝나는 1달러짜리 지폐 100장을 들고 은행을 갔다. 은행에서는 별다른 액션없이 13만원이 좀 안되는 돈으로 바꿔 주었다. 30억이 한 달 새 200억이 아니라 13만원이 된 것이다. 안어벙은 13만원을 손에 쥐고 미친듯이 고함을 쳤다. 당장은 경찰에 신고할 엄두가 안났다. 하긴, 경찰에 신고하더라도 자기가 먼저 업무상횡령죄로 잡혀들어갈 것이었다.

일주일전, 마지막으로 강노금을 보았을 때를 기억했다. 자기가 계속 사무실을 들락거리는 것이 몹시 귀찮은 듯, 강노금은 금고에서 30억을 꺼내 주며 자기가 준 100만달러짜리 지폐 100장 당장 가져오라 하였다. 하수들하고 일하려니까 피곤하다며 이제 거래는 끝이라고 하였다. 몇백억은 되 보이는 돈다발이 가득한 금고를 보고, 자기 돈 30억은 절대 떼먹지 않을 것 같았다.

30억 지키려다 200억 잃게 생겼다며 꽁지빠진 새처럼 되돌아 나왔던 게 생각난다. 주인공이 자기가 아니라 남이었으면 무지 우스운 장면일거라 생각되니 실없이 웃음이 나온다. 웃으며 울며 어깨를 들썩이며 무작정 걷기만 하는 안어벙. 어떻게 100만달러짜리 지폐가 있을 거라고 믿을 수 있었을까?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콘텐츠 제공= '인터넷 법률시장' 로마켓(http://www.lawmark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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