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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th BIFF] "날 존경하지 마라" 솔직한 윤여정, 고급스러운 장인(종합)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이토록 솔직할 수 있을까. 오스카의 주인공이 된 윤여정이 특유의 솔직함과 거침 없는 화법으로 대중의 마음을 꽉 사로잡았다. 특히 배우로서 고민을 하는 관객에게 "나다워야 한다", "장인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진심어린 조언을 건네며 인생 선배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스스로는 존경 받을 사람이 아니라고 하지만, 누가 봐도 '고급' 그 자체인 윤여정이다.

윤여정은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KNN시어터에서 진행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하우스에서 관객들을 만나 소통을 나눴다.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2020)로 제93회 미국아카데미시상식에서 한국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배우 윤여정이 6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진행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하우스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배우 윤여정이 6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진행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하우스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2021년 신설된 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 하우스는 동시대를 대표하는 배우들과 함께 그들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며, 알려지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향후 계획까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스페셜 토크 프로그램으로, 올해는 존 조, 송중기, 윤여정, 한효주가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오스카 이후 처음으로 관객들을 마주하게 된 윤여정은 "인터뷰 자리를 피했다. 말을 거를 줄 모른다"라며 "자랑도 흉도 아닌데 인터뷰를 하는건 겸연쩍다. 그렇게 배우고 자랐다. (오스카는) 행복한 사고 같은 일이라 얘기하는 걸 피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윤여정은 "오스카 이후, 가장 크게 변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사람들이 많이 전화를 한다. 뭘 해달라고 그런다. 그걸 피하고 있다"라고 대답하고는 "사실 달라진 건 없다. 상금을 받은 것도 아니다"라고 고백했다.

또 윤여정은 "저는 실질적인 사람이다. 일 도와주는 아주머니가 '상금 없냐'고 하더라. '없다'고 했다. '그 상이 왜 그렇게 유명하냐?'라고 하길래 '나도 몰라'라고 했다"라며 "내 마음은 달라진 것이 없다. 달라지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전했다.

"그동안 스타였던 적이 별로 없었다"라고 말한 윤여정은 "저의 존재가 중요하지 않았다 보니 배역에 대한 불만이 없다. 우리 때는 김지미, 문희처럼 특출난 미인만 배우가 됐던 시대다. 특출나지 않아서 불평이 없었고, 그만두는 일도 못했다"라고 고백했다.

또 "미인이 아닌데 배우를 한다는 자각이 있었다. 우리는 멜로 드라마 주인공은 사랑하다 죽는 역할이라고 하는데 그런 역은 안 들어온다. 저는 현실적인 사람이다. 배우의 조건이 없다. 낭만적이지 못하고 목소리도 나쁘고, 다 나쁜 조건이다"라고 솔직하게 자신을 돌아봤다.

이어 그는 "남들이 안 하는 역할이 왔고, 나의 선택이었다. 예쁜 거 할거라고 하면 모르겠는데 순응적이고 순종적인 사람이라 내 처지를 빨리 알았다"라며 "불만도 없었다. 주위에서는 저에게 배짱이 크다고 하더라. 그런 걸 다 받아들이기로 했다"라고 덧붙였다.

배우 윤여정이 6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진행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하우스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배우 윤여정이 6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진행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하우스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제임스 딘 같았던 신성일이 영광을 많이 누리지 못한 것에 안타까움을 전한 윤여정은 "저는 오래 살아서 영광을 조금 누리는 거다. 내가 많이 늙은거다. 내다 볼 것 보다 돌아볼게 많은 나이가 됐다"라고 털어놨다.

윤여정은 같이 작업한 감독 중 인품이 가장 좋은 이로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을 꼽았다. 그는 "한국말을 못하는 것에 대해 너무 미안해했다. '한국 종자가 서양 교육을 받아 잘 숙성이 되면 이런 인종이 나오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라며 "내가 욱하는 것이 있다. 할리우드의 대우가 말도 안 되게 안 좋았다. 감독인데 모니터도 없다. 욱해서 '내가 정이삭을 위해 다하리라'라고 생각했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어른 말씀 잘 들어라. 경험에서 나온 얘기다. 책으로 배운 인생과 몸으로 산 인생은 다르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친구를 사귀려면 '고급'과 놀아라. 돈이 아니라, 나보다 나은 사람과 놀아야 발전한다"라며 "나보다 나은 사람과 얘기를 하고, 나보다 책 많이 읽은 사람과 만나야 배울 점이 있다. 나보다 못한 사람과 놀면서 윽박지르는 건 인간으로서 재미없는 일이다. 나는 지금도 애쓰고 있다. 고급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윤여정은 "나는 좋은 사람 아니다", "나는 나이가 들었을 뿐, 존경할 만한 사람이 못 되니 존경하지 마라", "결점도 많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지금 잠깐 빛나는 건, 아카데미 때문이다. 운이 좋아서 그렇게 된 것"이라며 "나이가 77세가 되다 보니 인생 쓴 물 단 물을 다 맛봤다. 연예인이 되니 이유없이 추켜세우더라. 팬덤이 형성되기도 하는데, 한 사건으로 선과 악으로 매도 당한다. 그게 제일 무섭다. 그래서 공개석상에 서는 걸 꺼려한다"라고 고백했다.

배우 윤여정이 6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진행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하우스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배우 윤여정이 6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진행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하우스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두 아들을 잘 키우기 위해 배우 일을 더 열심히 했던 윤여정은 "만약 자식이 없었다면 목숨 걸고 안 했을거다. 책임 완수였다. 두 아들을 직장까지 보낸 후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걸 하리라 다짐했다. 그걸 실행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전 야망이 없어서 건물도 없다"라고 말했다.

또 존경이 무섭다는 윤여정은 "인사 안 하는 사람이 제일 싫다"라고 말하고는 "연기는 김혜자가 잘한다고 한다. 그래서 김혜자처럼 되려고 하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다워야 하는거고, 자신의 길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운 좋고 미모가 있어 잘 되는 사람이 있다. 그건 부모님께 감사해야 하는 거다"라며 "나는 아티스트라는 말이 싫다. 장인이 되고 싶다. 열심히 하면 장인이 되는거다. 배우로 남의 인생을 살려면 무섭게 노력해야 한다"라고 자신의 연기 소신을 전했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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