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담장 허물자 배움이 넓어졌다… 이주배경 청소년들의 도전

학교·지역 교육협력…AI 창작·직업체험 확대

시흥시 정왕청소년문화의집의 ‘PLAN:Y’ 프로그램에서 청소년들이 청소년지도 프로그램의 목적과 목표 설정, 활동계획서 작성 방법을 배우고 있다. [사진=시흥시]

[아이뉴스24 이상완 기자]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노래와 동화책을 제작하고, 관심 있는 직업을 직접 체험한다. 청소년문화시설에서는 프로그램 기획부터 운영까지 경험한다. 경기 시흥시 정왕동의 이주배경 청소년들이 학교 밖에서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탐색하는 방식이다.

시흥시가 정왕청소년문화의집과 군서미래국제학교의 교육협력을 확대해 이주배경 청소년을 위한 진로·문화·디지털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학교에서 접하기 어려운 직업과 기술을 지역 청소년시설에서 직접 경험하도록 지원하는 데 중점을 뒀다.

국내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1년 18만7403명이었던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은 2025년 28만4203명까지 늘었다. 4년간 9만6800명이 증가했으며 증가율은 51.7%에 달한다.

정부도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의 정착과 성장 지원을 위한 제도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에 이주배경을 가진 사람의 정의를 신설하고, 거주 지원과 실태조사 등을 실시할 법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시흥시도 이주배경 청소년의 교육 수요가 큰 지역이다. 지난해 10월 기준 관내 외국인주민 자녀는 6000명을 웃돌았다. 정왕동에는 국내 출생 다문화 청소년과 외국에서 태어나 국내에 입국한 청소년 등 다양한 언어·문화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생활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진로를 탐색하는 과정에서는 언어와 문화의 차이, 교육정보 접근성 등이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새로운 직업이나 기술을 접할 기회가 부족하면 자신의 관심 분야를 구체화하는 데 제약이 생길 수 있다.

정왕청소년문화의집과 군서미래국제학교는 2022년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학교와 지역사회의 교육자원을 연계하는 활동을 추진했다.

군서미래국제학교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재학하는 학교다. 정왕청소년문화의집은 학교의 교육과정을 고려해 청소년들이 문화·예술과 진로, 디지털 기술 등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2023년과 2024년에는 학교 연계 활동을 확대했고, 2025년부터는 '이주배경청소년활동지원사업'을 활용해 진로탐색과 디지털 교육을 체계화했다.

지난해 운영한 주요 프로그램은 '꿈 따라 한 바퀴', 'Dream Studio', '#TAG' 등 3개다. 총 31회에 걸쳐 운영됐으며 청소년 503명이 참여했다.

'꿈 따라 한 바퀴'는 세계시민교육과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직업탐색에 연계한 프로그램이다.

참여 청소년들은 지속가능발전목표의 의미를 배우고 원예사, 화장품공학자, 가죽공예사, 에너지환경공학자, 파티시에 등 다양한 직업을 체험했다.

직업별 체험 키트를 활용해 실제 업무와 관련된 활동을 경험하도록 구성했다. 학생들이 직업의 특성을 이해하고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시흥시 이주배경 청소년들이 환경교육 프로그램에서 재활용품 분리배출 방법을 배우고 환경보호 실천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시흥시]

'Dream Studio'는 청소년지도사 직업체험에 초점을 맞췄다. 청소년들은 청소년지도사의 역할을 배운 뒤 직접 체험 부스를 기획하고 운영했다.

프로그램의 주제와 운영 방법을 정하고 다른 청소년들의 참여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기획과 의사소통, 협업을 경험했다. 직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면서 실제 업무 수행 과정도 살펴보는 교육이다.

디지털 창작교육인 '#TAG'에서는 생성형 AI 도구를 활용했다. 청소년들은 챗GPT(ChatGPT)와 수노(SUNO) 등을 이용해 자신만의 노래와 동화책을 제작했다.

자신이 구상한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거나 음악 취향을 반영해 노래를 제작하는 활동이다. 인공지능 도구의 활용 방법을 익히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창작물로 구현하는 경험을 제공했다.

프로그램의 사전·사후 평가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TAG' 참여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AI 관련 평가의 평균 점수는 활동 전 3.01점에서 활동 후 3.81점으로 상승했다. 증가율은 26.6%다.

프로그램 운영 과정에서는 AI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과 윤리적 인식에서도 변화가 확인됐다. 다만 평가 점수의 상승만으로 장기적인 학습 효과를 판단하기는 어려워 지속적인 교육과 후속 평가가 필요한 분야다.

지난해 교육 경험은 올해 프로그램 개편에도 반영됐다.

올해는 기존 프로그램을 발전시키면서 청소년의 자기탐색과 직업체험 기회를 확대했다. 현재까지 총 20회 프로그램이 운영됐으며 254명이 참여했다.

지난해 AI 창작활동을 진행했던 '#TAG'는 올해 'AIdentity'로 발전했다. 노래와 동화책 제작에 집중했던 활동을 자기탐색과 자아표현까지 확대했다.

AI 도구를 이용해 자신의 생각과 관심 분야를 표현하고 스스로의 특성을 살펴보는 활동이다.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경험과 진로탐색을 연계했다.

'Dream Studio'는 참여 대상을 확대했다. 기존 8학년 중심 프로그램에 10학년 학생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운영 범위를 조정했다.

학생들은 청소년지도사의 업무를 이해하고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한다. 학년에 따라 진로에 대한 관심과 이해 수준이 달라지는 점을 고려해 참여 기회를 확대했다.

직업탐색 프로그램도 개편했다. 지난해 '꿈 따라 한 바퀴'에서 다양한 직업을 체험했다면, 올해는 'V:Point'를 운영해 청소년 개인의 가치관과 미래 산업을 연결하는 진로탐색을 진행했다.

청소년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관심 분야를 살펴보고, 변화하는 산업환경에서 어떤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지 탐색하는 과정이다.

새롭게 도입한 'PLAN:Y'는 현장실습에 가까운 프로그램이다. 청소년지도사와 청소년수련시설의 업무를 직접 경험하는 인턴십 형태로 운영한다.

참여자는 청소년수련시설에서 프로그램 운영을 보조하고 활동계획서를 작성한다.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청소년지도 업무가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이뤄지는지 살펴본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지역 청소년시설의 업무와 연결해 보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기존 직업체험과 차이가 있다. 청소년들은 직무에 필요한 역량을 파악하고 자신의 적성과 비교할 기회를 얻는다.

참여 청소년들의 반응도 나타났다. AI 창작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청소년은 "처음으로 AI로 만화도 만들었는데 진짜 재미있더라고요"라며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경험을 전했다.

군서미래국제학교 진로 담당 교사도 "학교에서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진로와 새로운 기술을 직접 경험할 수 있어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시흥시 정왕청소년문화의집과 군서미래국제학교가 운영한 ‘꿈 따라 한 바퀴’ 프로그램에서 청소년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직업탐색 활동지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시흥시]

정왕청소년문화의집과 군서미래국제학교의 협력은 학교의 정규 교육과정과 지역 청소년 활동을 연결하는 사례다.

학교는 학생들의 특성과 진로교육 수요를 파악하고, 청소년문화시설은 이를 고려한 체험 프로그램과 활동공간을 제공한다. 학생들은 학교와 지역사회의 교육자원을 이용하며 자신의 진로를 탐색할 수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는 '교육의 벽깨기' 정책과도 관련된다. 학교와 지역사회 사이의 교육자원 활용 제약을 줄이고, 학생들이 다양한 교육활동에 참여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이다.

정왕청소년문화의집은 "군서미래국제학교와의 협력을 유지하면서 이주배경 청소년을 비롯한 지역 청소년의 진로·문화·디지털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역교육협력의 향후 과제는 프로그램 참여 경험이 지속적인 진로탐색과 학습 기회로 발전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학교와 청소년시설의 협력 경험을 축적하고,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해 프로그램을 개선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시흥=이상완 기자(fin00k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