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까지 했는데…스토킹 피해자 새주소, 가해자에 전달한 법원

[아이뉴스24 김다운 기자] 지난달 30대 현직 공무원이 이혼 소장에 노출된 주소를 보고 가정폭력을 피해 은신 중이던 아내를 찾아가 어린 자녀 앞에서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또 다시 법적 절차에서 스토킹 피해자의 주소가 가해자에게 전달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스토킹 이미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생성 이미지 [사진=챗GPT AI 생성 이미지]

27일 대구여성의전화에 따르면 대구지법은 지난 23일 접근금지 등의 내용이 담긴 스토킹 잠정조치 결정문상 가해자 주소를 적는 곳에 피해자 주소를 기재해 송달 절차를 진행했다.

가해자와 최근 이혼한 피해자는 스토킹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존에 살던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 상태였다.

법원은 우편 발송 당일 스토킹 잠정조치 신청 진행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법원을 찾은 피해자로부터 주소가 잘못 적힌 사실을 전해 듣고 송달 절차를 중단했다.

그러나 이를 알지 못했던 대구 남부경찰서는 법원이 잘못 작성한 결정문 사진을 문자메시지로 가해자에게 발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여성의전화는 "법원은 실수라고 인정했지만, 가해자가 얼마든지 잘못 적혀 있는 주소가 피해자의 새 주소라고 의심하고 찾아가 볼 수 있게 된 것"이라며 "피해자는 불안도가 높아져 힘들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성 폭력 피해자들이 소송 중 자신의 정보가 노출돼 다시 폭력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생명을 잃지 않도록 신속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해 8월에는 경기 용인에서는 성범죄 피해를 신고한 30대 여성이 가해자에게 살해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상대로 허위 소송을 제기해 주소를 알아낸 뒤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6일 국정감사에서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은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송을 악용한 개인정보 노출 문제를 지적하자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사법행정 부분에서 적극적으로 조치하는 것이 맞고, 이를 계기로 제도를 보완하고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14일 민사·가사소송에서 개인정보 보호조치 신청 절차에 대한 안내를 강화하고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국회는 가정폭력·스토킹 피해자의 주소가 이혼소송 등 법적 절차에서 가해자에게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원이 직권으로 개인정보 보호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을 추진중이다.

/김다운 기자(kdw@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