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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기의 기업 위기관리 Insight]위기관리,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위기관리 능력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

'위기'라는 말이 어딜 가나 화두이다. 삼성 비자금, 옥션 해킹 사건, 조류독감, 생쥐깡, 화물연대 파업, 광우병 파동과 촛불 시위,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로 인해 정부, 기업을 막론하고 위기관리, 대응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가 일단 발생하면 임기응변적 해법에 의존하고, 그러다 더 큰 문제가 터지면 실무자는 우왕좌왕하고 기업 총수는 뒤로 숨거나 어설프게 나서, 위기가 더 큰 위기를 낳고 결국에는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엉망진창이 되어버린다.

최근 허술한 국가 위기관리 체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 보다 높은 상황에서 필자는 정작 국가경제의 주축인 민간 기업들의 위기관리 역량 확보는 어느 수준이고 관련해서 어떤 논의들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걱정이 앞선다.

소위 재난관리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 영국에서는 개별기업 차원에서 예측과 예방이 어려운 재해, 재난과 같은 위기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지만 국내의 분위기는 상당히 대조적이어 보인다.

글로벌 기업들의 동향을 보면, 일반적으로 금융회사들의 전통적인 리스크관리 영역이었던 시장리스크 뿐 아니라 재무, 비 재무리스크를 통합하는 전사적 리스크관리(ERM) 체계 구축과 이익 극대화라는 전통적 기업경영 방식의 한계에 대응하고자 경제, 사회, 환경의 triple bottom line을 강조하는 지속가능경영(sustainability)으로 그 관심 대상의 주제와 폭이 변화되고 있다. 따라서 이미 수년전부터 이 체계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거나, 이에 대한 도입을 타진하는 회사들이 매우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비 재무 리스크관리 영역 중 9/11 테러 이후 미국, 영국 등 선진국가에서 이제는 보편화 되어가고 있으나 국내에는 아직도 생소한 비즈니스 연속성 관리 (BCM, 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 국내에는 금융감독원을 통해 Planning의 개념인 BCP로 소개된바 있다)에 대한 중요성은 전사적 리스크 관리(ERM), 지속가능 경영의 중요성과 함께 금융권 뿐 아니라 국내 주요 기업의 리스크 관리 분야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연방금융기관검사협의회(FFIEC)와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SIFMA)를 중심으로 BCP에 대한 표준화된 도입 및 감독 기준을 제시하여 금융권 전체의 리스크관리 고도화를 이끌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금융감독청(FSA)과 내각의 비상대책사무처(civil contingencies secretariat)를 중심으로 금융 인프라와 산업의 주요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BCM 베스트 프랙티스'를 매년 조사, 발표하고 비상시를 가정한 모의훈련(market-wide exercise)을 매년 꾸준히 수행하고 있다.

지난 3월초 영국정부에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금융산업의 경우 89% 이상이 BCM 체계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는 놀랄만한 조사결과를 보여주었고, 이를 통해 선진 국가들의 BCM에 대한 관심과 활동이 매우 활발함을 알 수 있다.

또한 S&P, Fitch 사 등 글로벌 신용평가 기관에서는 올 하반기부터 ERM, BCM의 도입과 구축을 기업가치와 신용평가 기준의 한 요소로 공표하고 있다.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 지수(Dow Jones Sustainability Index)의 평가 범주에서도 리스크/위기관리(Risk & Crisis Management)가 주요 평가항목 중 하나로 되어 있는 등 BCM이 단순히 관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기업의 가치와 안전성을 평가 받는데 있어서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BCM 분야에서 국제적인 가이드 라인과 지침을 제공하고 있는 영국 Business Continuity Institute(BCI)는 9/11 테러 이후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금융기관은 물론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제조, 장치산업을 중심으로 리스크관리의 고도화 측면에서 BCP의 구현을 필수 경영요소로 삼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8월20일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간한 보고서 '경쟁우위의 새로운 원천:SCM(공급망관리, Supply Chain Management)'에서도 글로벌화가 빠르게 진척되면서 예기치 못한 수요변동, 주요 협력업체의 도산, 자연재해, 테러 등 경영위기 발생 빈도와 파괴력의 증대로 최근 글로벌 기업들은 차별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소위 SCM 2.0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탄력적 SCM 즉, 공급망의 위기관리 체제 구축을 통해 유연성(resilience)을 확보할 수 있는 재설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앞에서 언급한 국제 금융감독 기관, 신용평가 기관, 그리고 글로벌 기업들의 BCM,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 전략 그리고 활발한 활동들을 통해 볼 때 앞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국내 기업들도 이를 필수 전략요소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

지난 21일 삼성생명과 기업은행이 국내 최초(세계에서는 4번째)로 위기관리 능력을 인정받은 BCM 국제인증을 취득했다. 이는 화재, 테러 등 대형 재해나 위기상황 발생시에도 회사의 핵심업무와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역량 확보 및 대응체계 구현을 위한 선진 리스크관리 체계(BCM의 영국표준인 BS 25999에 부합하는) 구축을 대내외적으로 입증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금융권의 리스크관리 선진화와 고도화를 촉진하는 좋은 모범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새 정권 출범 후 대폭 약화되었던 범 정부 위기대응 조직인 국가안전보장이사회(NSC)의 위상을 다시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상황을 예측해 위기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고, 위기 발생시 공조를 통해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이며 종합적인 대응체계 마련이 국가뿐 아니라 민간 기업에도 적극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유종기 딜로이트 수석 컨설턴트 column_jongk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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