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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석의 인터넷 세상]강태공과 인터넷 낚시꾼


일반적인 '낚시'의 사전적 의미는 강, 바다 등에 낚싯대를 던져 물고기가 걸려들게 만드는 것을 지칭한다. 하지만 인터넷에서의 낚시는 '그럴 듯하게 포장해 네티즌들의 시선을 끌어 모으는' 새로운 행위로 통용되고 있다.

사전적 의미의 '낚시'가 떡밥을 이용해 물고기를 유인하는 것이라면, 인터넷 '낚시'는 흥미·재미·호기심을 유발하는 문구를 통해 클릭, 댓글 등의 행위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수법도 다양한데, 기상천외한 내용을 풀어내기도 하며 많은 분량의 글을 구구절절 적어 놓기도 한다. 때로는 자신의 경험인 것처럼 이야기하거나 유명 인사를 자칭하여 등장하기도 하고, 사건·사고 등 이슈를 통해 관심을 끌기도 한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콘텐츠에 목말라하는 네티즌들에게, 낚시질은 나름의 매력을 느끼게 하는 재미요소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시선을 끄는 제목을 막상 클릭해보면 엉뚱한 내용이 나와 폭소케 하기도 하고, 게시판을 타고 들어가면 단어만 같은 사진이 자리 잡고 있어 허탈감과 함께 실소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낚시는, 이를 즐기고 있는 네티즌들끼리 다양한 정보를 나누는 능동적인 놀이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색적이다. 미끼와 관련된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자연스럽게 소통의 수단이 되기도 하고, 게시물을 올린 낚시꾼보다 네티즌들의 댓글이나 추가 게시물이 한 술 더 뜨는 경우도 있다.

혹자는 이러한 낚시를 스팸과 비슷한 류의 것으로 치부해버리지만, 엄밀히 따지면 둘은 다르다. 스팸은 노출에 집중하고, 그것을 금전적 이윤으로 연결하고자 하는 '광고'와 유사하다. 하지만 낚시는 노출에 만족하지 않고 보는 이로 하여금 피드백까지 얻어낸다. 그만큼 네티즌들 간의 감성 교류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낚시꾼들이 조회수가 올라가는 것에 짜릿함을 느끼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인터넷 낚시가 항상 작은 유희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강태공이 세월을 낚았듯이, 때로는 인터넷 강태공이 대한민국을 낚기도 한다. 얼마 전 체포된 미네르바. 언론 발표대로라면 그는 2008년 대한민국을 낚은 최고의 강태공이다. 역사 속 강태공이 의미하는 방향과 일치하는가에 대한 찬반여부는 제쳐놓더라도 그의 글은 카페·블로그 등에 삽시간에 퍼지면서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다.

처음 인터넷 낚시가 하나의 문화로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유머나 위트 정도로 바라보며 묘한 희열을 느끼는데 그쳤다면, 지금의 낚시는 미네르바 경우처럼 때로는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또는 논란의 불씨로 자리 잡기도 한다. 인터넷의 익명성과 자율성이 창출해 낸 낚시라는 새로운 문화 속에서 혼돈하고 있는 것이다.

무슨 일이든 도가 지나치면 악영향을 미치는 법. 낚시글의 범람은 왜곡된 정보 공유로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악성코드나 스파이웨어를 배포하는 경로로 사용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 언론에서도 낚시글에 낚여 나라 전체가 오보에 흔들릴 때가 있다. 낚시꾼에게 의도된 바와 무관한 내용으로 속거나 놀림을 당하는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낚시글에 의한 인터넷 오염은 그야말로 심각한 상태라는 지적이 자주 등장한다.

낚시꾼들이 물고기를 유인하기 위해 떡밥을 마구 뿌리면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것처럼, 인터넷 낚시도 마찬가지다. 월척을 낚기 위해 값싼 미끼를 여러 번 던져도 좋다는 식의 무분별한 낚시질은 인터넷 생태계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다.

진정한 낚시꾼들은 떡밥의 양을 적당히 조절할 줄 알고, 다음을 위해 어린 고기를 놓아주는 등의 암묵적인 가이드라인을 지킨다. 인터넷 낚시꾼들도 기본적인 원칙을 정하고, 질서를 지키기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 낚시가 새로운 인터넷 문화로 자리 잡은 만큼, 이를 계속해서 즐길 수 있기 위해서는 그것이 낚시꾼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인터넷을 사용하는 모든 이들의 것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재석 심플렉스인터넷 대표 column_j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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