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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쉬운 과학속으로]미생물과의 끊임없는 전쟁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라고 불리는 작은 생명체의 존재가 밝혀진 후 생명과학은 대장균이라고 불리는 미생물을 이용한 여러 다양한 연구를 통하여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 왔다.

페니실린이라는 항생제의 발견을 통하여, 미생물 감염으로부터 수많은 생명들을 구했으며, 또한 다양한 항생제의 개발을 통하여, 인간에게 있어서 병원성 미생물 감염으로 부터의 심각한 위협은 거의 잊어져가고 있었다.

현재는 미생물 연구를 통하여 얻어진 지식을 기반으로, 보다 인간에 중심을 둔 다양한 생명과학 연구가 진행 되고 있으며, AIDS나 조류독감과 같은 항생제가 작용하지 않는 바이러스성 질병이나 암과 같은 난치병 치료를 위한 연구에 많은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잊혀져가고 있었던 미생물 감염으로 부터의 위협이 다시 등장하게 되었는데, 소위, “항생제 내성”을 지닌 미생물들의 출현과 번성이다. 결핵이나 말라리아와 같이 거의 잊어졌던 감염성 질병들이 항생제 내성 균주의 등장으로 인하여, 여러 가지 항생제들의 투여로도 치료되지 않고, 결국은 인간을 사망으로 이르게 하는 경우가 흔치않게 나타나고 있다.

미생물도 생명체이며, 그 또한 자손을 번식하고자 하는 자연의 법칙을 따른 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는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항생제는 인간에게는 없는 미생물 특이적인 생명현상을 억제함으로써 미생물이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항생제들의 작용을 피해가거나, 또는 무력화시키는 변형 미생물의 출현은 필연적이며, 따라서 새로운 항생제의 개발을 항상 필요로 한다.

2002년 우리나라 항생제 내성균에 대한 예를 살펴보면, 장염의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항생제인 암피실린에 대해서 97%의 장구균이 냉성을 나타내었으며, 식중독의 주된 원인이 되는 포도상구균의 경우에도 약 75%가 메티실린 항생제에 내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특히 제3세대 항생제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던 반코마이신의 경우에도 33%가 내성을 나타낸다는 보고는 매우 충격적이다.

미생물 항생제 내성기작으로는 각 항생제에 미생물 특이적인 기작도 존재하지만, 일반적 미생물 생명현상인 바이오필름 형성이 주된 원인이 될 수 있다. 바이오필름이란, 세균이 감염된 부분에서, 폴리머 (Polymer) 기질로 감싸인 세균에 의해 형성된 점액질의 세균 복합체를 이루고 있는 균막으로 생물막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특히 미국국립보건연구소 (NIH)의 2002년 보고서는 병원성 미생물의 약 80% 이상이 항생제 내성을 포함한 자기 자신의 방어기작으로 바이오필름 형성을 이용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바이오 필름 형성을 통한 항생제 내성은 인간의 고령화로 인한 자연면역체계의 약화 및 여러 가지 복합적인 현상으로 인하여, 인간의 폐 또는 장과 같은 기관에서 미생물들이 바이오필름을 형성을 통하여 항생제의 침투로부터 보호받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인류는 병원성 미생물들과의 전쟁에서는 항생제라는 무기를 사용하여 미생물의 생장을 억제해 왔으며, 이로 인한 항생제 내성균주의 출현 및 새로운 항생제의 개발이라는 반복적인 과정을 지속해 오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평화적으로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미생물에 대한 사고의 전환을 필요로 한다. 미생물을 죽이고자하는 현재의 항생제와는 다르며, 인간에게는 없지만 미생물의 상호작용에 특징적으로 사용되는 물질의 발견 및 이용은 병원성 미생물과의 끊임없는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 될지도 모른다.

미생물 자신이 이러한 물질을 상호작용인자로 이용하기 때문에 내성문제가 없고, 인간에게는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신약으로서 부작용이 없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미생물들에게 바이오필름을 해체시키거나, 감염된 곳으로부터 물러나게 하는 신호전달 물질들의 개발을 통하여, 인간의 자연면역체계의 활성 또는 기존의 항생제 효능의 극대화가 가능할 수 있다.

쿼럼센싱 (QUORUM SENSING)이란 미생물들이 환경에 순응하기 위해서 스스로 상호작용인자를 분비하고, 이 분비된 인자를 다른 미생물들이 인식하는 현상을 말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쿼럼으로 오토인듀서-1(AUTOINDUCER-1, AI-1)과 오토인듀서-2 (AUTOINDUCER-2, AI-2)가 있다.

오토인듀서들은 미생물 생존에 필수적인 에너지 대사과정의 산물로써, 생장 환경의 영양 상태에 따라 합성 및 외부로 분비를 통하여 미생물들 간의 상호작용을 유발시킨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미생물의 운동성을 조절하여, 바이오필름의 형성을 유도하거나 (대부분의 미생물), 또는 억제한다 (콜레라균).

AI-1은 미생물종에 따라 구조적으로 조금씩 다르며, 또한 종 특이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AI-1을 이용하여 다양한 병원성 미생물들의 감염을 치료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최근에 화학적으로 규명된 AI-2는 미생물 종에 관계없이 공통되게 이용되며 (Nature 2002), AI-2를 합성하는 것으로 알려진 LuxS 단백질이 대부분의 모든 미생물에 존재함이 밝혀졌다.

따라서 AI-2는 미생물의 '에스페란토어 (만국공통어)' 사용되고 있으며, 이 AI-2의 신호전달을 조절함으로써, 바이오필름 형성과 같은 모든 미생물들의 생물학적 행동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쿼럼센싱 기작 및 바이오필름 형성에 대한 연구를 통하여, AI-2의 신호전달을 조절할 수 있는 물질들의 개발은 내성이 생길 수 없는 궁극적인 항생제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답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기존 항생제와의 병용을 통해서 항생제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도 있다.

또한 AI-2의 신호전달 조절물질을 이용하면 미생물을 죽이지 않고도 바이오필름의 제거가 가능할 수 있기 때문에, 미생물 공정등과 같은 다양한 미생물 관련 산업에서도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류경석박사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자기공명연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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