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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결정사 미팅…옷차림에도 지침이 있다?


[결혼정보회사 미팅? 그것을 알려주마!](6)

[이혜경기자] 대학 시절, 평소 털털하던 여자 후배 하나가 어느 날 갑자기 샤방샤방한 예쁜 원피스를 입고 화장까지 곱게 하고 나타났다. "뭔 바람이 불어 이렇게 꽃단장이야?" 후배는 방긋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실은 이거 작업복이에요." 좋아하는 선배가 생겨서 예쁘게 보이려고 꾸몄다나 뭐라나.

그렇다. 짝을 찾아 맞선의 세계에 뛰어든 사람들에게 맞선 복장이란 그야말로 '작업복'인 것이다. 맞선 상대에게 나라는 사람이 괜찮은 배우자감이라는 점을 호소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이자 도구라는 얘기다.

내가 활동했던 D사는 회원으로 가입하면 『d.book』이라는 책을 한 권 줬다. 맞선 관련한 여러 팁을 담은 D사의 맞선 가이드북인데 서점에서는 안 판다. 아무튼 그 책에서 전하는 보편적인 맞선 복장 지침은 대략 이랬다.

여성의 경우, 너무 유행을 따른 옷차림을 피하고 자신의 얼굴과 표정을 잘 살릴 수 있는 따뜻한 색감의 옷을 선택하라고 했다. 남성이라면 정장이 좋지만 너무 격식을 갖춘 정장은 부담스러우니 세미 정장이 좋다고 권했다. 몸매에 자신 없는 사람은 어설픈 캐주얼을 절대 입지 말라는 내용도 있었다. 신체적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날 수 있다나.

귀담아 들을 만했던 내용은 '평소와 다르게 너무 억지로 꾸미지 말고, 자신의 가장 편안한 모습을 보여줄 만한 옷차림이 좋다'는 부분이었다. 만일 예쁜 옷을 입겠다는 생각에 잘 입지 않던 꽉 조이는 옷, 미니스커트에 하이힐 등을 갖추고 선 자리에 나가면 정작 맞선을 볼 때 움직이기 불편해서 대화에 방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부분의 경우, 나 자신이 결혼정보회사 첫 미팅에서 확실히 깨달은 면이었다. 패션 감각 괜찮은 후배의 조언을 받아 새로 옷을 사고, 평소 신지도 않는 하이힐을 신고 나갔더니 몸도 마음도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특히 여성 동지들은 이런 소개팅 자리는 패션 감각 자랑하는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꼭 명심하면 좋겠다.

화장도 너무 진하게 하면 거부감을 사기 쉽다고 지적했다. 특히 찻잔이나 유리잔에 붉은 립스틱 자국이 남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너무 진한 향수 냄새도 감점 요인이라고 하니 유념해 둘 부분인 게다.

◆'패션 테러리스트'만이라도 벗어나야

내가 결정사 회원 커뮤니티에서 본 어느 남자 회원의 케이스를 하나 소개한다. A씨는 남중, 남고, 공대를 나와서 IT기업의 개발자로 일하고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늘 청바지에 티셔츠 같은 캐주얼웨어만 입고 다녔다고 한다. 처음엔 미팅도 그런 차림으로 나갔었는데, 나름 갖춰 입고 미팅에 임한 상대방 여성의 옷차림과 어울리지 않는 일을 여러 차례 겪었더란다.

그는 결정사 회원으로 미팅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이런 옷차림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틈틈이 자신이 코디해 본 맞선 옷차림을 사진으로 찍어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려 다른 회원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댓글로 붙은 수많은 조언과 격려에 힘입어, 그리고 A씨의 꾸준하고도 반복된 노력 끝에 나는 그가 비교적 무난한 세미정장으로 매치해 입는 수준에 도달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A의 사례를 소개한 것은 이런 부분에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나도 그리 패션감각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때와 상황, 상대방에 따라 적당한 옷차림이 있고, 필요하기도 하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

옷을 잘 입는 것이 미팅 성공의 필수 조건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거절을 당할 이유 한 가지는 줄일 수 있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이혜경 기자

14년째 경제, 산업, 금융 담당 기자로 일하며 세상을 색다르게 보는 훈련을 하고 있다. 30대 초반에 문득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에 한 결혼정보회사 회원에 가입, 매칭 서비스를 1년간 이용했지만 짝을 찾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현재 블로그 '어바웃 어 싱글(About a single)'을 운영하며 같은 처지의 싱글들과 가끔 교감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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