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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2년]프로야구 감독을 말하다①역대 '우승 감독', 그 후


한국시리즈 우승 사령탑은 13명…우승 후 성적 하락 겪기도

[류한준기자] 야구 감독은 남자들이 '생전에 꼭 해봐야 할 매력적인 직업' 리스트 상위권에 꼽힌다. 한 팀을 맡아 선수단을 총괄하고 한 시즌을 치르는 동안 자신의 생각과 의도 등을 펼쳐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직접 플레이에 참여하는 감독도 간혹 있지만 보통은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을 통해 지도력이 반영된다.

야구 감독은 축구, 배구, 농구 등 다른 종목 사령탑과 표기법도 다르다. 영어단어를 예로 들자면 그렇다. 축구, 배구, 농구 감독은 '헤드 코치'(head coach)라고 하는데 야구 감독은 '매니저'(manager)라고 부른다.

이렇게 불린 이유는 야구 본고장 미국의 메이저리그 영향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초창기에 감독이 선수단 주무 역할도 함께 맡았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에 대해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은 저술과 강연 등을 통해 이런 사실을 알렸다.

작전 지시 등 감독이 주로 하는 역할을 메이저리그 초창기에는 팀 주장이 했다는 색다른 사실도 알려져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감독의 역할이 더 커지고 좀더 세분화된 것이다.

감독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목표와 과제는 선수들과 같다. 바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우승을 차지하는 일이다. 구단과 팬도 마찬가지다. 지향점이 같다는 의미다.

프로 스포츠에서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한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프로야구처럼 정규시즌 일정이 긴 경우에는 더하다. 하지만 집중도 면에서 더 많은 조명을 받는 무대가 있다. 바로 정규시즌 후 열리는 포스트시즌이다. 정규시즌 1위의 가치를 낮춰 볼 수 없지만 아무래도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무대에서 누가 챔피언 자리를 차지하는지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포스트시즌의 경기 운영 방식에는 각국 리그별 차이가 있지만 챔피언을 가리는 마지막 무대는 정착돼 있다. 메이저리그에는 월드시리즈, 일본프로야구에는 일본시리즈, KBO리그에는 한국시리즈가 있다.

지난 1982년 출범한 KBO리그는 올 시즌까지 34차례 한국시리즈가 열렸다. 전·후기 리그로 나눠 정규시즌을 운영했던 1985년, 삼성 라이온즈가 전·후기 통합 우승을 차지해 한국시리즈가 열리지 않은 것을 제외하면 매년 한국시리즈가 개최됐다.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맛본 감독은 올 시즌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을 포함해 지금까지 13명뿐이다. 김응용 전 한화 이글스 감독이 해태 타이거즈와 삼성을 이끌고 10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해 최다 우승 감독 기록을 보유했다. 그 뒤를 이어 김재박 전 LG 트윈스 감독(현 KBO 경기위원장), 류중일 전 삼성 감독이 4차례씩, 김성근 현 한화 감독이 3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조범현 전 kt 위즈 감독, 이희수 전 한화 감독, 백인천 전 롯데 감독, 이광환 전 히어로즈 감독(현 서울대 야구부 감독)은 한 차례씩 시리즈 우승을 맛봤다,

감독들은 자신이 이끌고 있는 팀의 성적 향상과 전력 보강을 위해 힝을 쓴다. 우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를 이룬 뒤에는 정상을 지키는 일에 몰두하기 마련이다. 많은 감독들이 '정상 수성'을 가장 어렵게 본다. 그동안 KBO리그를 되돌아보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KBO리그 원년 한국시리즈 우승은 두산의 전신 OB가 차지했다. 역사에 남을 첫 우승의 기쁨을 만끽한 사령탑은 김영덕 감독이다. 그런데 김 감독은 바로 이듬해 1983시즌 낯선 경험을 했다. 당시 OB는 시리즈 2연패를 이룰 수 있는 전력으로 평가받았지만 1983시즌 전기리그 6위, 후기리그 5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꾭혔고 김 감독은 시즌 종료 후 OB 지휘봉을 내려놨다.

OB는 1995시즌 한국시리즈 정상에 다시 올랐다. 바로 그 전 해에 선수단 이탈 사건 등 구단 안팎으로 내홍이 심해 하위권 전력으로 평가받았지만 1995년 사령탑에 오른 김인식 감독의 지휘 아래 OB는 정규리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롯데 자이언츠와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그런데 1996시즌 OB는 1983년 때처럼 우승 후유증을 앓으며 부진에 빠졌다. 47승 6무 73패로 최하위(8위)로 떨어졌다. 구단 역사상 정규시즌에서 거둔 두 번째로 적은 승수다.(역대 최저승은 1983시즌 44승으로 당시에는 전·후기리그 합쳐 100경기를 치렀다)

우승 감독의 다음해 부진 징크스는 다른 감독들에게도 있었다. KIA는 2009년 한국시리즈에서 당시 리그 최강팀으로 꼽히던 SK 와이번스를 꺾고 우승했다. 7차전에서 터진 나지완의 극적인 끝내기포로 전신 해태 시절 마지막으로 우승을 차지한 1997년 이후 12년 만에 정상을 탈환하는 쾌거를 이뤘다. 조범현 감독은 팀의 숙원을 풀어준 사령탑이 됐다.

하지만 KIA는 2010시즌 '가을야구'에도 나서지 못했다. 정규리그에서 59승 74패를 기록, 5위로 미끄러졌다. 조 감독은 이듬해 70승 63패로 성적을 끌어올려 가을야구에 다시 나섰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SK에게 말려 탈락했고 조 감독도 팀을 떠났다.

강병철 전 감독은 롯데가 우승을 차지한 두 차례 한국시리즈(1984, 1992년)에서 모두 팀을 이끌었다. 하지만 우승 다음해 강 감독은 가을야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1985년과 1993년 롯데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1985년은 59승 51패로 5할 승률을 넘겼지만 가을야구에 나서지 못했다.

백인천 전 감독도 롤러코스터를 경험했다. 백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LG는 MBC 청룡을 인수해 팀을 재창단한 1990시즌 정규리그 1위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꺾고 첫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1991시즌 LG는 53승 1무 72패로 6위로 미끄러졌다. 백 감독 역시 성적부진을 이유로 사령탑에서 내려왔다.

이광환 전 감독은 그나마 LG에서 마무리가 좋은 편에 속한다. 백 감독에 이어 1992시즌부터 팀을 맡아 1994시즌 정규리그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LG는 이 감독의 마지막 시즌이 됐던 1995년 정규리그에서 74승 4무 48패를 기록해 3위를 차지했고 플레이오프까지 올라갔다.

현대 유니콘스 왕조를 이끌었던 김재박 전 감독도 지난 2004년 팀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낯선 부진과 마주했다. 현대는 2005시즌 53승 3무 70패를 기록해 7위로 떨어졌다. 그 전까지 김 감독이 현대를 맡는 동안 가장 낮은 순위를 차지한 건 1997시즌 6위였다. 그보다 한 계단 떨어진 성적표를 손에 쥔 것이다. 김 감독은 현대 감독 마지막 해가 됐던 2006시즌 70승 1무 55패를 기록, 정규리그에서 2위를 차지했고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며 나름 '유종의 미'를 거두긴 했다.

이희수 전 감독도 우승 징크스에 시달렸다. 그는 1999년 한화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지만 이듬해 성적부진으로 중도 교체되는 아픔을 겪었다. 한화는 1999년 우승 전까지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만 두 차례 경험했다. 팀 숙원을 풀어준 이 감독이었지만 한화는 2000시즌 50승 5무 79패로 매직리그 3위로 미끄러졌고 가을야구에도 나서지 못했다.

김성근 감독은 SK 사령탑 시절, 3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지만 성적부진이 아닌 다른 이유로 시즌 도중 팀을 떠났다. SK는 2010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으나 2011시즌 구단 내부가 시끄러웠다. 김 감독과 구단 사이가 멀어졌고 결국 감독 경질로 이어졌다. 야인이 된 김 감독은 이후 한동안 KBO리그를 떠났다가 2015년 한화 지휘봉을 잡으며 돌아왔다.

김응용 감독은 해태와 삼성 사령탑을 거치는 동안 두 팀의 왕조 시대를 일궈내며 최다 우승 감독의 영예를 누렸다. 해태 사령탑을 떠날 때는 마무리가 좋지 못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인해 구단 모그룹이 경영난에 빠지자 어쩔 수 없이 우수 선수를 다른 팀으로 내보내는 상황을 맞았다. 이는 팀 전력 약화로 이어졌다. 삼성에서는 좀 달랐다. 김 감독은 삼성 사령탑으로 활동한 4시즌 동안 정규리그 1위 2회와 한국시리즈 우승 1차례를 달성했다.

김응용 감독은 2004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뒤 감독으로는 처음 구단 사장이 되는 신기원을 열었고 자신을 보좌했던 선동열 수석코치에게 지휘봉을 넘겼다. 선 감독은 부임 첫 해인 2005시즌 정규리그 1위에 이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다. 하지만 선 감독도 삼성에서 마지막은 썩 좋지 않았다. 2010시즌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뒤 팀을 떠났다. 한국시리즈에서 SK에게 4연패로 내리 진 책임을 지는 모양새였지만 당시 구단과 껄끄러운 관계 때문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선 감독의 뒤를 이어 삼성 지휘봉을 잡은 류중일 전 감독은 KBO리그 사상 처음으로 4연속 통합우승과 5연속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류중일호'는 지난 2011시즌부터 2014시즌까지 KBO리그에서 절대강자였다. 하지만 지난해 정규리그 우승 5연패를 일궈놓고도 '마지막 승부'에서 삐끗했다. 주축 투수 3명이 원정도박 파문에 연루돼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빠지는 악조건 속에 두산에게 덜미를 잡혀 5연속 통합우승이 좌절됐다.

류 감독은 올 시즌 믿어지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다. 삼성은 정규리그에서 65승 1무 78패를 기록, 9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계약기간이 만료된 류 감독은 결국 삼성과 재계약하지 못했고 구단은 김한수 타격코치에게 신임 감독 자리를 맡겼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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