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지영 기자] 배우 이유미의 색은 다채롭다. 영화 '박화영'으로 강력한 한 방을 선사했던 그가 작품마다 새롭게 변신하며 성장한다. 이번 '지우학'에서도 전작이 전혀 생각나지 않을 만큼의 활약으로 시선을 압도한다.
지난 1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이하 '지우학')은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학교에 고립되어 구조를 기다리던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 주동근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이유미는 극 중 효산고등학교 학생 이나연으로 분했다.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 같은 반 학생들끼리 급을 나누고 자신이 주목받기를 원하는 이기적인 면모를 지녔다. '지우학' 공개 전, '오징어게임'으로 한창 이목을 끌던 그는 '지우학'이 오픈되면 많은 비난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유미의 걱정처럼 이나연은 본인밖에 모르는 모습으로 빌런을 자처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좀비 떼들로 정신없는 와중에 신경질을 부리고 본인의 말이 옳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친구의 상처에 일부러 좀비의 피를 갖다 대어 친구가 좀비로 변하게 만든다. 극에선 빌런이지만, 주변에서 한 명쯤은 있을 법한 사실적인 캐릭터로 작품의 재미를 높였다.
이유미는 최근 조이뉴스24와 진행된 인터뷰에서 '지우학'의 이나연 역으로 캐스팅이 확정된 후 걱정이 먼저 들었다고 토로했다. 대본에서도 드러나는 이나연의 면모에 '욕먹을 일만 남았구나'라고 생각했다고. 그러면서도 그는 "욕먹는 게 싫어서 작품을 안 하는 건 말이 안 되더라. 매력 있고 한 번쯤은 꼭 해보고 싶었던 역할이기에 냅다 '감사하다', '열심히 하겠다'라고 말했다"라고 캐스팅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지우학'의 이재규 감독은 이유미의 전작들을 살펴보고 그에게 출연을 제안했다. 영화 '박화영'에서 가출청소년을 연기했던 그는 자신만의 독보적인 색채로 캐릭터를 완성해 충무로에서 눈에 띄는 배우 중 한 명으로 꼽혔다. '박화영' 이후에 선택한 작품 MBC 드라마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인질' 등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지우학'이지만, 이유미는 원작을 참고하는 것 보다는 시나리오에 집중했다. 원작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작품 속 이나연을 대본 그대로 표현하고자 했다. 항상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려 하고 어떤 무리이든 자신이 중심이 되고자 하는 열망을 표현해내려 노력했다. 그는 이나연에 대해 "충족되지 않아서 생기는 결핍이 있는 아이"라고 캐릭터를 해석하고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신과 완전히 다른 이나연에게 다가가기란 쉽지 않았다. 이나연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기 위해, 또 이해하기 위해 이재규 감독, 함께하는 배우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저는 나연이처럼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이 아니"라며 오히려 그런 부분을 표현하고 생각하면서 연기의 재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함께 호흡하는 사람들과 걱정했던 부분의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합의점을 도출해나가는 것이 그만의 해결법이었던 것.
빌런 캐릭터로 대중에게 욕먹을 것을 알고 선택한 작품이었다. 이는 작품에 임하기 전 목표였고 이를 이뤘다고. 그는 "'얄미운 캐릭터 참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이렇게 욕먹을 걸 겁내지 않고 이런 캐릭터도 용기 내서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라며 "이 정도의 욕을 먹었으면 꽤 오래 살 것 같다. 이제 오래 사는 게 인생에서 목표가 돼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라며 '쿨'한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지우학'이 공개되고 난 후 이나연을 향한 댓글이 쏟아졌다. 이나연의 이기적인 성격은 시청자의 분노를 자극했고, 이를 너무나도 잘 소화한 이유미는 호평을 자아냈다. 그는 "댓글이 다 이나연 욕이긴 했는데, 그게 저한테는 나름의 칭찬으로 다가왔다. 좋은 반응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만족스러워했다.
지난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으로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이유미는 이번 '지우학'으로 연타 홈런에 성공했다. '지우학' 또한 공개 즉시 전 세계 1위에 오르며 괄목할만한 성적을 남겼기 때문.
그는 자신에게 찾아온 일들에 "너무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벌어지다 보니 지금 너무 좋다. 너무 행복하다"라면서도 "실감이 느껴지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아직 '실'정도만 느껴지고 '감'까지 느껴지려면 더 있어 봐야 할 것 같다"라고 재치를 발산하기도.
2009년 CF로 연예계에 데뷔해 조, 단역으로 조금씩 얼굴을 알린 이유미는 영화 '박화영'을 만나고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은 그의 인생을 통째로 바꿔놓은 작품이 됐다. 그는 '박화영'에 대해선 "저의 새로운 가능성을 알게 해 준 영화"라고 했으며 '오징어게임'에는 "인생에서 선물 같은 변환점 같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화영'을 하면서 제가 이런 캐릭터도 할 수 있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생각해볼 수 있었고 '오징어게임'으로 더 많은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 선물 같다"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오징어게임'과 '지우학'을 무사히 마친 이유미는 tvN 드라마 '멘탈코치 제갈길'로 돌아온다. 극 중에서 왕년 세계 쇼트트랙 메달리스트 차가을로 분해 또 다른 얼굴을 예고한다. 그는 "드라마가 공개될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달라"라며 "열심히 하고 있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매번 새로운 모습으로, 대중을 실망하게 하지 않는 그의 행보에 벌써 기대가 모인다.
/김지영 기자(jy100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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