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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 우아한 김희애 "파격 장르물 하고파, 작은 역이면 더 좋아"


(인터뷰)배우 김희애, '데드맨'→'보통의 가족'→'돌풍'으로 '열일'
"지루하고 단조로운 삶, 영어공부 3년 지나니 습관·행복 느낀다"
"'부부의 세계' 막촬 후 박해준과 포옹…소중하고 고마운 기억에 눈물"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단아하고 우아한 분위기, 배우 김희애가 가진 고유의 느낌이다. 스스로는 전혀 아니라고 말하지만, 말투나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 있다. 그래서 김희애가 나오는 작품이 보고 싶고, 그의 연기에 오롯이 푹 빠져들게 된다.

김희애는 지난달 개봉된 '데드맨'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데드맨'은 이름값으로 돈을 버는 일명 바지사장계의 에이스 이만재(조진웅 분)가 1천억 횡령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 후, 이름 하나로 얽힌 사람들과 빼앗긴 인생을 되찾기 위해 추적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김희애는 이름을 알리는데 정평이 난 정치판 최고의 컨설턴트 '심여사' 역을 맡아 강렬한 열연을 펼쳤다.

배우 김희애가 영화 '데드맨'(감독 하준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콘텐츠웨이브(주)]
배우 김희애가 영화 '데드맨'(감독 하준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콘텐츠웨이브(주)]

이어 허진호 감독의 신작 영화 '보통의 가족'으로 돌아온다. 소설 '디너'를 원작으로 한 '보통의 가족'은 서로 다른 신념을 가진 두 형제 부부가 끔찍한 비밀을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앞서 토론토 국제 영화제, 팜 스프링스 국제 영화제 등 해외 유수 영화제의 러브콜을 받으며 일찌감치 2024년 기대작으로 자리매김했다. 김희애는 극 중 연경 역을 맡아 미묘한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해 내며 남다른 내면 연기의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할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으로 전 세계 시청자를 만난다. '돌풍'은 부패한 거대 권력을 뿌리째 뽑아버리고 싶은 국무총리와 그에 맞서는 경제부총리가 대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릴 정치 스릴러. '추적자', '황금의 제국', '펀치' 권력 3부작을 완성도 높게 그린 박경수 작가의 신작이다. 김희애는 빛나는 지성과 단단한 소신으로 올라간 정치의 정점에서 박동호(설경구 분)에게 맞서기 위해 치열한 정쟁을 하게 되는 경제 부총리 정수진 역을 맡아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 경신에 나선다.

늘 도전을 멈추지 않고 다양한 장르, 캐릭터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김희애의 '열일'은 2024년에도 이어질 전망. 다음은 김희애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심여사는 여성 캐릭터 중에서는 굉장히 독특한 캐릭터다. 이런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평소에도 있었나?

"제 나이의 여배우가 할 수 있는 역할은 한정적이다. 남자 배우가 할 법한 파워풀하고 멋진 역할이라서 반가웠고 안 할 이유가 없었다. 그동안은 역할보다 멋진 작품에 소품처럼 참여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다. 배우라는 직업의 특성상, 나는 사라지고 그 역할로 살아간다. 그 역할을 보여주는 것이 배우로서 가장 좋은 일이다. 저를 없애고 캐릭터로서 다른 사람의 외형 내면을 보여주고 싶은 소망이 있다."

배우 김희애가 영화 '데드맨'(감독 하준원)에서 심여사를 연기하고 있다.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배우 김희애가 영화 '데드맨'(감독 하준원)에서 심여사를 연기하고 있다.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 단아하고 깨끗한 이미지가 있다. 실제의 삶도 그러한지 궁금하다.

"'내 남자의 여자'는 단아하지 않았다. 김수현 선생님은 천재적이라 다른 이들은 저를 후남이로 생각할 때 도발적이고 시대를 앞서가게 찍어주셔서 연기 터닝포인트가 됐다. 저는 그 역할로서 해왔던 것일 뿐, 지루하고 단조로운 삶을 살고 있다. 단아하지 않다. 지루한 삶이 저를 단순하게 하게, 머리도 가볍게 갈 수 있게 한다."

- 고유의 우아함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좋은 점도 있고, 배우로서 한정된 이미지가 되어 방해되기도 한다. 그걸 이용해서 반전의 역할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작품 선택에 있어서 갈증도 있나?

"좋은 작품에 참여하는 걸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운이 좋게도 저를 기억해주셔서 좋은 작품을 많이 했는데, 앞으로도 좋은 작품,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다. 요즘은 연기 잘하는 분들도 많아서, '나도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 '퀸메이커'와 '돌풍'까지, 정치적인 내용이 담긴 작품을 연달아서 하고 있다.

"정치가 주가 아니고, 결도 전혀 다르다. '퀸메이커'는 대기업 해결사였던 사람이 밑바닥까지 떨어졌다가 복수하는 과정에서 문소리와 손을 잡고 길을 선택했다. 심여사는 큰 판을 쥐고 흔든 컨설턴트로서 레벨이 다른 파워풀한 여자다. '돌풍'은 경제 부총리로, 거대 권력과 싸우는 건 설경구 역할이다. 되게 매력 있다. 완전히 다른 정치 소재이고 다른 이야기다. 그래서 어떻게 볼지, 기대하고 있다."

배우 김희애가 영화 '데드맨'(감독 하준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콘텐츠웨이브(주)]
배우 김희애가 영화 '데드맨'(감독 하준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콘텐츠웨이브(주)]

- 졸업사진이 영화 속에 등장하던데, 그걸 보는 소감이 어떤가?

"저는 제 얼굴을 안 본다. 제 작품도 한번은 보는데 다시 찾아보지 않고, 우연히 보게 되면 빨리 돌린다. 배우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모니터도 힘들어한다. 보는 것이 도움 된다는 걸 알면서도 멀리서 보고 도망간다. 여태껏 연기 생활을 한 거 보면 이제는 굳이 안 봐도 되지 않을까.(웃음) 보는 것이 정답은 아닌 것 같다. 졸업사진도 필요하다고 해서 드리긴 했는데 전 사진 찍는 걸 안 좋아해서 사진이 별로 없다. 귀한 사진이다."

-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화제가 많이 됐다. 어떤 이유로 영어공부를 이어오고 있나?

"잘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말 좀 해보자'라며 3년을 목표로 했는데, 3년이 지나도 말 한마디 못한다.(웃음) 그런데 이제는 습관이 됐다. 아침에 뭔가를 한다는 것이 행복하다. 이제는 공부가 아니고, 저의 행복해질 수 있는 요소가 된 것 같아서 재미있다. 내가 이렇게 쉬운 것도 모르고 지나가면 큰일 날 뻔 했다 하는 통쾌함이 있다. 영어를 잘하고 싶어서도 있지만 그보다 큰 건 '행복'이다. 오래 했는데도 말 한마디 못하지만, 안 하는 것도 낫지 않겠나."

- 일 안할 때는 뭘 하고 지내나?

"아침에 자전거 타고 영어공부를 한다. 음식도 제가 다 한다. 몸 관리한다고 하는 사람은 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해 먹을 거다. 저는 복잡한 건 딱 질색이다. 그래서 시간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걸 하는데, 김희애로 살아가는 밸런스를 맞춰준다. 스타일리스트가 멋진 옷을 가져오면 이제 배우가 된 것 같다고 하는데, '나는 뭔가?' 싶기도 하다. 그러면 스타일리스트가 '편할 때는 편하게 있어야지'라며 위로와 용기를 준다. 삶과 배우 캐릭터의 균형을 이루게 해주는 것 같다. 건강한 라이프를 계속 유지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계획적인 삶 같지만 하루살이 인생이다. 아침에 일과를 다 하고 숙제하고 놀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예능, 넷플릭스도 보고 와인도 마신다."

배우 김희애가 영화 '데드맨'(감독 하준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콘텐츠웨이브(주)]
배우 김희애가 영화 '데드맨'(감독 하준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콘텐츠웨이브(주)]

- 그런 루틴을 가진 지는 얼마 정도 됐나?

"늦게 시작했다. 20대에 좌충우돌했다. 좀 더 일찍 깨달았으면 좋았을 텐데. 젊은 후배들은 잘한다. 똑똑하다. MZ들은 옷도 잘 입고 편안하게 살아간다. 저는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지금이라도 잘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배우의 삶은 공허하고, 뭔가 정의하기가 힘들었다. 하루하루를 잘 살아내면 좋은 배우로 살아가는 재료와 악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 정말 많은 작품을 했는데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장르, 캐릭터가 있나?

"파격적인 장르물을 하고 싶어서 불러주시면 좋겠다. 작은 역할이면 더 좋다.(웃음) 성공 여부를 떠나 참여하고 같이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친구들과 수다만 떨어도 좋은데 같은 일을 하는, 스마트한 사람들과 작업하는 건 되게 행복한 일이다. 이런 순간이 모여서 인생이 된다. '윤희에게'나 '내 남자의 여자' 같은 역할이 와도 겁먹지 않는다. 배우로서의 숙명이고, 피하면 배신이다. 어떤 것이든, 멋진 작품이 있다면 도망가지 않고 하고 싶다. 그래서 배우로서 커리어가 멈추지 않고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 같다."

- 봉준호 감독이 연기에 대해 극찬을 했다. 어떻게 느꼈나?

"세계적인 감독님이 그렇게 봐주셔서 영광이다. 식사하며 대화를 나눴는데, 정말 좋더라. 겸손하고 멋지다. 세계적인 감독님이 저렇게 소탈하고 소년 같을 수 있나 싶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멋진 분이다."

배우 김희애가 영화 '데드맨'(감독 하준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콘텐츠웨이브(주)]
배우 김희애가 영화 '데드맨'(감독 하준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콘텐츠웨이브(주)]

- '살롱드립2'에서 출연했을 때 '부부의 세계' 마지막 촬영 후의 이야기를 하다가 눈물을 흘린 것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정말 많은 작품을 해왔는데도 '부부의 세계'에서만 특별하게 느낀 지점이 무엇인가?

"몇 년이 지났는데도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어 신기했다. 요즘은 시기 질투가 많은 세상인데, 그렇지가 않았다. 박해준 배우가 영화를 하다가 왔는데, 대사도 많고 감정적으로도 집중을 많이 해야 했다. 하루하루가 도전이었을 거다. 그런데 너무 훌륭하게 잘했다. 대사도 못 외운다고 하더니 완벽했다. 얼마나 노력했겠나. 욕먹는 캐릭터라 다들 기피했을 텐데, 도전했고 잘 해냈다. 마지막 날 촬영한 후 스태프가 수고했다고 꽃을 나눠줬다. 소감을 말하는데 박해준 배우가 '이건 부탁인데, 선배님 한번 안아주시면 안 되냐'라고 하더라. 전 제 코가 석자라 촬영장에서 잡담하면 감정이 깨진다. 대사도 까먹는다. 연기하러 왔는데 사교하다가 일을 마무리 못 하면 안 되지 않나. 대사를 맞춰도 사적인 얘기는 안 한다. 그러다 보니 다 끝난 후에야 '선생님께 이젠 칭찬받고 싶다'라는 마음이었을 것 같다. 그래서 안아줬다. 이무생, 김영민 배우도 그랬다. 지나고 보니까 시기, 질투 많고 남이 안 되길 바라는 세상에서 서로 믿고 의지하고 좋게 끝났고 '사랑해요, 고마워요'하는 순간이 너무 소중하고 고맙더라. 그래서 갑자기 눈물이 났다."

- 장도연이 '윤희에게' 찐팬이라고 했는데, 끝나고 사인을 해줬는지도 궁금하다.

"너무 매력 있더라. 그 당시엔 사인을 해주지 못했는데, 나중에 사인해서 책을 보냈다."

- 영화계, 드라마계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그리고 요즘 주목해서 본 작품이 있나?

"좋은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인기 스타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소재, 꽉 찬 책이 많아야 알맹이가 튼실한 콘텐츠가 나온다. 내실은 책이다. 좋은 이야기는 꼭 통한다. 프로젝트를 이슈화하는 것보다 기본으로 돌아가 좋은 작가를 육성하고 발굴하면 좋겠다. 저도 가슴을 뛰게 하는 작품을 상상하고 기다리고 있다. 요즘은 시리즈물 보는 건 시작하지 않으려 하는데 '조용한 희망'을 보려고 한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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