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나는 그에게 입관까지만 일임했다. 화장을 할 것이므로 장지는 염두에 둘 필요가 없었다. 두 사람은 능숙한 솜씨로 재빨리 움직였다. 영안실의 탁자 위에 제물부터 챙겼다.
그리고는 초에 불을 붙인 다음 향을 피웠다. 이제는 수의를 입히고 입관을 하는 절차만 남은 것 같았다. 장의사마저 자리를 뜨자 영안실은 더욱 적막해졌다. 아내는 주저앉아서 멍하니 제 상을 바라보고 있기만 했다. 나는 다시 내 가방 속에 들어있는 스카프를 생각했다.
적어도 입관을 하기 전에는 결정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뼛가루를 바다를 향해서 한 줌 뿌린 다음 바로 헤어질 것인지, 아니면 아내를 설득해서 다시 결합을 할 것인지 이제는 분명해져야 할 것 같았다. 나는 가방 속에서 스카프를 꺼냈다. 그리고 아내에게 물었다.
"누가 먼저 묶자고 그랬겠소?"
"어머니였겠죠."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아니, 그런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야. 두 분의 사랑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야."
순간 아내의 눈이 빛났다. 긴장이 되는지 얼굴에 경련 같은 것이 스쳤다.
"난 두 분의 손목에 묶여진 이것을 보고는 처음에 충격을 받았어. 놀라움이라기보다는 두려움이었어. 하지만 개운해지는 것 같았어. 내 마음속의 짙은 안개 같은 것이 싹 씻어지는 듯했거든."
나는 어느새 아내의 손을 끌어 잡은 채 말을 하고 있었다. 아내의 손은 의외로 따뜻했다. 그런 감촉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결코 내 손을 뿌리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 이 스카프 당신 거니까."
그러자 아내가 내 가슴으로 와락 달려들었다. 나 역시 아내를 지금 이 순간까지 말없이 기다려왔다는 듯이 힘껏 받아들였다. 으스러지도록 껴안아 주었다. 우리는 쓸쓸한 제상 앞에서 오랫동안 포옹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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