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최승현이 이 역할을 하는 건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최승현 배우 본인도 이 작품을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거라는 걸 이해를 하실 것"이라고 했던 황동혁 감독. 하지만 '오징어 게임' 시즌2를 다 보고 나니 더 이해를 못 하겠다. 대체 탑은 무슨 용기를 냈다는 거죠?
'오징어 게임' 시즌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은 이야기다.
어린 시절 추억의 게임이 죽음의 게임이 되는 기발한 발상, 목숨 값이 곧 상금이 되는 독특한 데스 게임의 룰, 극단적인 자본주의 질서 안에서 경쟁적으로 변질되는 인간의 본성을 낱낱이 드러낸 스토리로 전 세계를 열광케 한 '오징어 게임'의 두 번째 이야기다.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 시상식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감독상을 수상하며 새로운 역사를 쓴 황동혁 감독이 다시 연출, 각본, 제작을 맡았다. 시즌1의 이정재, 이병헌, 위하준, 공유와 함께 임시완, 강하늘, 박규영, 이진욱, 박성훈, 양동근, 강애심, 이서환, 채국희, 이다윗, 노재원, 조유리, 최승현(탑), 원지안 등이 출연한다.
시즌2는 '오징어 게임'에서 우승한 기훈이 게임의 주최자를 찾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는 456억의 막대한 우승 상금으로 사람들을 동원해 프론트맨에게로 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루트인 지하철역의 딱지남(공유 분)을 찾아낸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프론트맨을 마주한 그는 죽음의 게임을 멈추겠다는 자신만의 의도를 가지고 다시 한번 참가를 결심한다.
세계 곳곳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울려 퍼질 정도로 시즌1의 게임이 강렬한 재미를 선사했다면, 시즌2는 게임보다 게임을 계속할 것인지 정하는 'OX' 찬반 투표에 더 집중한다. 하나의 게임이 끝나고 상금이 쌓일 때마다 투표가 진행되기 때문. 상금을 더 벌기 위해 O를 선택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살기 위해 밖으로 나가겠다며 X를 선택한 이들의 갈등이 팽팽하게 맞선다.
O와 X를 선택해 상금과 목숨이 걸린 게임의 속행 여부를 결정하는 새로운 룰은 인간의 이기심과 돈을 향한 욕망을 건드리고, 사람들을 같은 편으로 모으기 위한 심리전이 극단적 대립으로 이어져 다음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이에 반해 게임의 비중은 상당히 줄어 다양한 게임을 기대한 이들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 게임으로 들어가기까지 꽤 시간이 걸려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럼에도 5명이 다 성공해야 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 단체 게임에선 서로 협동하고 응원하는 분위기로 색다른 재미를 안긴다. 또 다음 게임인 '둥글게 둥글게'에선 내가 살기 위해 남을 밀어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에 치열한 생존 게임이 펼쳐진다. 코인 사기로 인해 빚을 진 333번 명기(임시완 분)를 둘러싼 각 인물의 갈등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역할이 커진 이병헌의 무게감은 상당하고, 공유의 새 얼굴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임시완은 기대만큼 잘한다. 박성훈 역시 쉽지 않은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더 글로리' 전재준을 뛰어넘지 않을까 하는 기분 좋은 예상을 하게 한다. 조유리, 원지안, 김시은 등도 제 몫을 잘 해낸 뉴페이스다.
문제는 탑(최승현)이다. 당초 탑의 분량이 다른 등장인물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뚜껑을 연 '오징어 게임2' 속 탑이 맡은 힙합 서바이벌 준우승자 출신의 래퍼 타노스는 게임장 안에서 마약을 먹고 분란을 일으키는 문제적 인물로 꽤 많은 장면에 등장한다. 강하늘, 이진욱보다 훨씬 많은 분량을 차지한 타노스는 코인 사기를 당해 명기와 끝없는 신경전을 벌인다. 그 과정에서 엉뚱함을 넘어 경악스러운 행동을 하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큰 임팩트를 남긴다. 물론 부정적인 의미에서. 연기력이 따라주지 않다 보니 캐릭터 자체가 우스꽝스럽다. 게다가 이 역할을 맡은 탑 때문에 등장하는 내내 불편함이 커진다.
그도 그럴 것이 탑은 2016년 10월 용산 자택에서 대마초 흡연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2017년 7월 선고 공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았다. 이후 은퇴를 시사하기도 했던 그는 '오징어 게임' 시즌2에 출연하며 복귀를 하게 됐다.
탑 캐스팅으로 논란이 커지자 황동혁 감독은 지난 8월 간담회에서 "캐스팅하기로 했을 때, 꽤 시간이 지났던 일이었고 이미 선고가 내려졌고 집행유예 기간도 끝났다"라며 "'그쯤 시간이 지났으면 다시 뭔가 이런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이 좀 되지 않았을까'라는 판단을 하고 캐스팅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제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분이 우려를 표현해주셨다. 그래서 '제가 생각한 게 오히려 좀 잘못됐을 수도 있겠구나', '좀 짧았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검증을 많이 했고 탑이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강조하며 "그가 이 역할을 하는 건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 배우가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고 내린 결정이었다. 논란이 됐지만, 그것을 번복하거나 그러기에는 이미 저 스스로 많은 과정을 그 배우와 해왔다"라고 캐스팅을 강행한 이유를 밝혔다. 여기에 "작품을 보면 이 결정이 쉬운 것이 아니었고, 최승현 본인도 이 작품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을 거라 이해하실 거라 생각한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 시즌2를 보고 나면 이해는 고사하고, 왜 굳이 탑을 캐스팅해야 했는지 그리고 그가 대체 무슨 용기를 냈다는 건지 의문점만 가득 남는다. 분명 제작진이 검증을 했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연기력 부족으로 캐릭터는 붕 뜨고 극 몰입도도 해친다. 그런데도 탑이 이 작품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는 걸 시청자들이 왜 알아야하고, 왜 이해해야 하는걸까. 극을 볼 시청자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우리가 검증했다",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라고만 말하면 그냥 "그렇군요"하고 바로 수긍할 거라 생각한 것인지, 아니면 어차피 '오징어 게임' 시리즈는 전 세계를 겨냥하고 있으니 국내 시청자들의 불편함은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한 것인지, 황동혁 감독에게 다시 묻고 싶어진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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