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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① '하얼빈' 현빈 "박정민→이동욱과 같이 압박 견뎌, 정우성에 감사"


(인터뷰)배우 현빈, 영화 '하얼빈' 안중근 役 열연⋯더 깊어진 연기
"감당할 수 없다 싶어 여러 번 고사, 이런 기회 또 올까 싶었다"
"안중근 장군 업적에 누가 되지 않게끔 진심 다해, 정신적 압박 컸다"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현빈이 안중근으로 돌아왔다. 안중근이라는 큰 무게감에 엄청난 압박과 부담을 느꼈다는 그는 '하얼빈' 촬영에 임하는 동안 최선을 다해 그 마음에 다가서려 노력했고, 결과적으로 이전보다 훨씬 깊이감 있는 열연을 보여줬다. 그리고 안중근 뿐만 아니라 독립을 위해 애쓴 모든 이들의 희생 정신을 마음 깊이 새기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더 힘차게 나아가자고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4일 개봉된 '하얼빈​(감독 우민호)'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이다. 압도적 스케일의 글로벌 로케이션이 자아내는 분위기와 우민호 감독의 시선으로 풀어낸 독립군들의 목숨을 건 여정을 담아냈다.

배우 현빈이 영화 '하얼빈'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CJ ENM]

현빈을 비롯해 박정민, 조우진, 전여빈, 박훈, 유재명, 릴리 프랭키, 이동욱 등 탄탄한 조합의 배우들이 완벽한 연기 호흡을 통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독립군들의 투지와 의지를 전했다.

현빈은 안중근 역을 맡아 묵직한 울림을 안겼다. 독립군을 이끄는 장군으로서, 또 한 인간으로서 가지는 감정들을 깊이 있게 그려내며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고 또 울렸다. 이에 '하얼빈'은 개봉 9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다음은 현빈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여러 차례 고사했다고 밝혔다. 그러다 결국 맡게 됐는데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나?

"처음 제안 주셨을 때 안중근 장군의 존재감과 상징성이 워낙 커서 제가 감당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보니 고사를 했다. 그다음에 감독님이 또 제안을 주셨을 때, 감독님은 시나리오를 한 번도 같은 걸 준 적이 없으시다. 달라져 있는 시나리오를 주셨는데, 그게 스타일이다. 지문이나 신이 빠지든, 추가되든 늘 퀄리티를 높이려 하셨다. 저에게 제안할 때도 그 과정을 계속 반복하셨다. 제가 처음 가지고 있던 생각이 원체 커서 쉽게 바뀔 수 있나 우려가 있으면서도 시나리오를 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궁금증이 생겼다. 예전부터 감독님 작품을 좋아한 팬이고 같이 작품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연기자로 사는 동안 안중근 장군을 표현할 기회가 또 올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훌륭하고 상징적인 인물을 연기하는 것도 큰 기회이자 영광이라고 생각해서 수락했고, 끝까지 저에게 제안해준 것에 대한 감사 표현을 드렸다."

- 어렵게 선택한 작품인데, 안중근 장군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부분이나 달라진 마음가짐이 있나?

"그동안 거사나 재판, 결과만 알았지 세세한 것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어릴 때부터의 일대기나 자라온 과정, 어떤 생각을 하고 행동했는지는 자료를 보면서 알게 됐다. 영화에선 거사를 치르기 전 과정, 과거 상황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자료에 남아있는 말과 상황의 빈 공간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분이 어떤 생각으로 이런 걸 했는지를 계속 찾아다. 물론 상상이지만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하고 촬영 끝날 때까지 반복했다."

배우 현빈이 영화 '하얼빈'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CJ ENM]

- 어떤 상상을 한 건가?

"처음 접근 한 건 독립투사로서의 모습이다. 독립군으로서 활약하실 때 인간적으로 좌절하거나 고민이 없었을까. 대한의군 참모 중장이라는 지위 아래 본인의 선택과 결정으로 옆에 있던 동료들이 희생되는 모습을 보셨다. 그랬을 때 동지들에 대한 죄책감이나 미안함이 없었을까. 인간이라면 분명히 있을 텐데, 그건 제가 보거나 들은 게 없다. 그 지점부터 하나씩 시작이 됐다. 인간적인 모습, 동지들과의 관계, 그런데도 계속 나아가야 하는 의지를 보여드리자 생각했다."

- 얼어붙은 대동강 장면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어떻게 촬영이 됐고, 어떤 마음이었는지 궁금하다.

"몽골 호수인데, 스태프에게 듣고 제가 상상한 것 이상이었다. 진짜 끝없는 얼음판이다. 산이 몇 개가 있고 너무 추웠고, 일단 가는 길이 험난했다. 처음 공항에서 내려서 16시간을 비포장도로로 갔고, 포장도로도 우리나라와 같지 않다. 그런 곳을 차로만 이틀 동안 갔고, 밤새 이동하기도 했다. 그 공간에서 촬영하게 됐을 때 저는 좋았다. 실제로 약간의 공포심이 든다. 강 한복판에 혼자 가서 서 있으면 얼어있는 호수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그 안에서는 작용하고 있다. 안에서 얼었다 녹기를 계속 반복하다 보니 음산한 소리가 난다. 저녁에 들으면 약간 무섭다. 음악 안에 그 사운드가 녹여져 있다. 그 공간에 올라가서 촬영하는데 무섭고, 끝이 어디인지도 잘 모르겠고 춥고 외롭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드론을 날려서 촬영하는데, 날씨가 워낙 추우니까 오래 촬영하지도 못한다. 몇 시간 대기해서 몇 분 찍고, 계속 기다리는 과정이었다."

- 험난한 과정이었지만, 그 안에 있으니 몰입하는 것에서는 도움이 됐을 것 같다.

"이번 작품은 유독 로케이션이나 의상, 미술, 소품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좋은 쪽으로 힘을 받았다. 세트장에 들어갔을 때 그 힘 때문에 여러 가지 상황이 바뀌기도 했다. 로케이션 또한 독립군의 여정을 담을 수 있는 풍광, 그림이기 때문에 그 안에 들어가 서 있는 것만으로도 영감을 많이 받았다."

- 그분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것도 있나?

"감히 이해한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다. 그래도 안중근 장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분의 업적이나 존재감에 누가 되지 않게끔 진심을 다해서 한 것이 있다. 그래서 감독님이 처음 이 영화 고사 지낼 때 "이분들의 고난의 길, 역경을 쉽게 찍을 수 없다. 우리는 블루스크린 앞에서 촬영할 수 없다. 그러니 각오를 하고 촬영장에 와달라"라고 하셨다. 그렇게 시작이 됐다. 영화 자체가 시원한 한방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거사를 치르고 나서도 35년 후에야 나라를 되찾았다. 독립군의 밑거름이자 여정에 대한 이야기여서 묵묵히 그 목표를 가지고 촬영에 임했다."

배우 현빈이 영화 '하얼빈'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CJ ENM]

- 마지막을 위해 굉장히 절제하는 연기를 했다고 느꼈다. 폭발하는 것보다 감정을 누르는 것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연기하면서 어려움이 있지는 않았나?

"저는 안가에서 최재형(유재명) 선생과 있을 때 안중근 장군으로서 큰 감정 폭발이었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제가 알고 있거나 자료를 봤을 때 안중근 장군이 눈물을 흘리거나 웅크려 있다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 장면이 안중근 장군의 굉장히 큰 감정이 아닐까 생각했던 신이다. 그 신 준비할 때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있었고, 현장에서도 먹먹했다."

- 이 장면에서 안중근 장군이 어둠 속에서 웅크리고 있는데, 뒷모습까지도 처절한 고민이 보였다. 여러 아이디어가 있었다고 했는데, 어떤 것이 있었나?

"세트장에 준비하고 처음 들어갔을 때 나무 의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최재형 선생은 서 있다가 침대로 오고 저는 의자에 앉아있었다. 세트장에 들어갔는데 제가 생각했을 때 누군가가 희생됐을까 하는 두려움이 휩싸이는 순간, 안 보이는 구석으로 처박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의자를 빼고 세팅을 해봤는데 그 부분은 빛이 없었다. 그래서 "저기 쭈그려 앉아있으면 어떨까요?"라고 아이디어를 드렸는데 다행히 감독님이 흔쾌히 좋아하셨고, 촬영 감독님도 좋다고 사인을 주셨다. 거기서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 늘 앞장서서 진두지휘하고 선택하는 위치지만 숨고 싶고 외로운 순간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 장면에 표현하고 싶었다."

- 극 초반 일본군과의 전투신에서 배우들이 고생을 진짜 많이 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주에서 촬영한 건데 몇십 년 만의 폭설이라고 하더라. 제설 작업을 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올라갈 수가 없다. 눈이 소복이 쌓인 곳에서 촬영을 시작했는데, 진흙밭이다. 다음 날 가면 또 얼어있어서 녹인 후 촬영하고, 반복이었다. 그런데 저는 신체적으로는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돌이켜 생각해보면 오히려 정신적인 압박이 컸던 상황이다. 감독님은 배우들에게 되게 많이 미안해했다. 진흙밭에서 계속 그러고 있어야 하니까, 속옷 안에 진흙이 다 들어왔다. 촬영을 꽤 오래 했다. 일주일이 넘었던 것 같다. 저희에게는 단순한 액션신이 아니라 살아남아야 하고 이겨야 한다. 현장에 도착해서 촬영 전날 리허설을 하러 갔을 때, 액션이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액션적인 모습이 더 많이 보인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그날 리허설을 몇 시간 다시 했다. 해질 때까지 만들고 다음 날에 와서 또 만들고 수정했다. 처절한 몸부림처럼 보이려고 수정을 거듭했었다."

배우 현빈이 영화 '하얼빈'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CJ ENM]

- 처음엔 안중근 장군에 대한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독립군들의 이야기더라. 다른 인물에게도 무게감이 많이 분산됐다는 생각이 들더라.

"작품을 준비할 때 저희는 안중근 장군이 거사에 큰 역할을 하신 분이고 그분의 이야기를 기억하지만 그분만큼 애쓰고 노력한 분들이 옆에 무수히 많았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다. 안중근 장군 혼자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옆에 희생한 분들이 있어서 가능했다. 만약 그 거사를 우덕순이 했다면, 우덕순이 남아 있을 거다. 결과적으로 수많은 동지, 독립군이 있었고 이것을 기억하자, 그들의 여정을 봐달라는 얘기다."

- 이동욱, 박정민 등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보니 어땠나?

"타이밍이 잘 맞고 좋았던 것 중 하나가 촬영 첫 시작을 몽골에서 했다. 타지에 나갔고, 촬영하기 좀 험난한 곳에서 출발을 하다 보니 더 자주 모이게 됐다. 촬영하고 기다리거나 식사 자리나 시간이 되면 술 한 잔을 하든, 계속 교류할 수 있는 여건이 있어서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저는 안중근 장군으로서의 압박감이 있던 상황이고 혼자 외롭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있었지만, 그분들도 각자의 역할에 따른 것이 있더라. 각자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고립되고 외롭게 혼자 있어야 하는 시간들이 있었다. 어느 순간 여러 압박을 견디고 있는 것을 서로 느끼게 된 거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이 사람도 이렇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니까 서로 더 끈끈해진 것 같다. 표현 많이 안 해도 의지하고 고맙고, 진짜 동지처럼 좋게 촬영했다."

- 마적으로 정우성 배우가 특별출연했다. 이 역을 정우성 배우가 한다고 했을 때 어땠고, 촬영 때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그냥 감사했다. 그 신이 분량이 많지도 않고 특별출연인데 국내 촬영도 아니다. 몽골에서 촬영해야 했다. 그 긴 시간 여정을 함께 해주시니 감사했다. 현장에는 특별히 큰 얘기를 나눈 건 없다. 기존 촬영과는 조금 다른 캐릭터다 보니 리허설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물어보긴 했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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