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손예진 남편, 한 아이의 아빠가 된 40대 현빈은 예전보다 책임감이 더 커졌다고 한다. 아들이 태어나자마자 곧바로 '하얼빈' 촬영에 임해야 해서 아내의 곁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이 있는 현빈은 아이가 크면 꼭 '하얼빈'을 보여주며 그날의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 말을 전하는 현빈의 얼굴엔 미소가 어렸고, 편안함까지 느껴졌다. '하얼빈' 그리고 안중근에 대한 무게감도 분명 있지만, 확실히 한 가정의 가장이 된 현빈에게선 이전보다 더 진하고 묵직한 깊이감과 여유가 가득했다.
지난 24일 개봉된 '하얼빈(감독 우민호)'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이다. 압도적 스케일의 글로벌 로케이션이 자아내는 분위기와 우민호 감독의 시선으로 풀어낸 독립군들의 목숨을 건 여정을 담아냈다.
현빈을 비롯해 박정민, 조우진, 전여빈, 박훈, 유재명, 릴리 프랭키, 이동욱 등 탄탄한 조합의 배우들이 완벽한 연기 호흡을 통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독립군들의 투지와 의지를 전했다.
현빈은 안중근 역을 맡아 묵직한 울림을 안겼다. 독립군을 이끄는 장군으로서, 또 한 인간으로서 가지는 감정들을 깊이 있게 그려내며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고 또 울렸다. 이에 '하얼빈'은 개봉 9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다음은 현빈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척결하는 장면은 대중이 대표적으로 알고 있는 신이라 표현하는 입장에서 부담이 컸을 것 같다. 어땠나?
"감독님 의도가 확고했다. 클로즈업 샷이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감독님은 담백하게 처리하고 싶어 하셨다. 그래서 부감 샷으로 전체적인 상황만 보여준다. 저 또한 그렇게 준비했다. 그 과정까지는 너무 많은 생각과 고민이 있었지만 연기할 때는 담담하게 하자는 마음이었고, '이 일을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 마지막 사형대 장면도 인상 깊었는데, 숨소리로 두려움을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형대 올라가는 것이 제일 마지막 촬영이었다. 그래서 그때 머리를 잘랐다. 촬영은 같은 마음이었다. 현재 남아있는 자료에서도 사형 집행당했을 때 담담하게 받아들이셨다. 하지만 진짜 담담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한 사람인데. 전달됐는지 모르겠는데 세트장 사형대가 굉장히 높았다. 한발 한발 올라갈 때 긴장감과 두려움이 있었다. 동시에 뭔가 미안함이 있었다. 제 감정적으로는 그랬다. 온전히 호흡으로 뭔가를 표현하기 전에 눈빛으로 모든 걸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는 눈이었다. 얼굴을 덮는 순간 캐릭터를 벗어나 약간 울컥했다. 이 모습을 보시는 분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 싶기도 하고, 복잡했던 것 같다."
- 왜 미안하다는 감정이 생겼나?
"개인적인 생각인데, 여러 상상을 펼치면서 이분이 만약 더 오래 살아있었다면 또 뭔가 달라지는 계기나 요소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표현이 맞는건지는 모르겠지만, 동지들을 두고 혼자 사라진다. 이 험난한 과정에서 없어지는 거다. 남은 동지와 사람들은 계속 애써야 하고 힘내야 하는데 본인은 거기서 없어지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라고 생각한다."
- '하얼빈'이 우민호 감독과 첫 작업이었다. 현재도 '메이드 인 코리아' 촬영을 같이 하고 있는데, 연달아 작업을 같이 하는 건 믿음이 컸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땠나?
"믿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우민호 감독님 팬이고, 작품을 너무 좋게 봐왔던 한 사람으로서 처음 작업하면서 놀라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 작품과 영화에 대한 사랑이 엄청나다. 준비 단계에서도 보이지만 현장에서도 그 에너지가 발산되는 것에 놀랐다. 여기에 홍경표 촬영 감독님이 같이 하시니까, 두 분의 에너지를 온전히 좋게 받은 것 같다. 좋은 경험이었다. 감독님께서는 촬영 끝날 때까지 계속 뭔가를 생각하신다. 대사나 지문을 뺄까 넣을까, 현장 편집도 계속 바꾼다. 그런 에너지가 저는 대단하고, 존경스러웠다."
- 마지막 내레이션에 굉장히 중요한 메시지를 담았다. 현 시국과 맞물려 더 의미 있게 들리는데, 녹음할 때 부담스럽지는 않았는지 어떻게 임했는지 궁금하다.
"감독님이 자료에 남아 있는 것을 기반으로 각색하신 거로 알고 있다. 지금 그 내레이션이 중요하게 들리는 건 지금 상황 때문일 거다. 저희는 그 전에 촬영을 마쳤고, 내레이션도 토론토 영화제에서 오픈됐을 때와 똑같다. 어찌 되었건 과거의 일이지만 현재의 일이기도 하고 또 앞으로 벌어질 일일 수도 있다. 그건 보시는 관객들이 각자 느끼시는 대로, 선택의 여지는 있다고 본다. 저희는 이렇게 힘든 일이 있고 여러 가지 상황이 생겨도, 그냥 한발 한발 내디디면 더 좋은 내일이 있다는 용기와 희망을 드리고 싶은 거다."
- 그분과 마찬가지로 실제 아이를 둔 가장이다. 그런 상황이 영향을 준 부분도 있나? 아버지로서 어떤 부분에 이입했는지 궁금하다.
"준비하는 과정부터 지금 이렇게 촬영 끝난 후 영화 개봉 시점에서 뭔가를 얘기해야 할 때, 그때의 과정을 떠올려보는데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분의 생각을 다 아는 것이 당연히 어렵다. 제가 알기론 1879년생, 30살이었다. 내가 30살 때 그런 생각과 행동을 과연 할 수 있을까 했을 때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저는 그분의 생각을 발톱만큼도 못 따라간다. 그래서 지금 1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우리에게 이렇게 크게 자리 잡고 계시지 않나 생각이 든다. 특히나 한 가정의 가장이 되고 나서 그 관점에서 보면 더욱 힘들어지는 문제다. 혼자라도 가능하기 힘들겠지만 그래도 행동을 한다는 의지가 있을 수 있을 텐데, 지금은 그것조차 힘든 일이 된 거다."
- 안중근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정신적으로 힘든 것이 많았다는 말을 계속 해왔는데, 그래서 이 작품을 끝냈을 때 느끼는 감정이 더 남달랐을 것 같다. 어땠나?
"완전히 달랐다. 보통 촬영이 끝나면 메이킹 팀에서 마지막 소감에 대해 취재를 한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 것이 사형대에서 처형당하는 장면이 상황상 제일 마지막 날 촬영이었다. 찍고 나서 메이킹 촬영을 하는데, 거의 오열을 한 것 같다. 그 감정이 꽤 오래갔다. 어떤 순간순간 막 계속 터졌다. 온종일 반복해서 '왜지?'라고 반문해보니 저도 모를 만큼 (감정이) 훨씬 컸던 것 같다. 어깨 위에 올라와 있던 압박이 없어진 것인지, 아니면 이제 없을 거라고 되새기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뭔가 뚝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이 작품이 끝났을 때 완전히 달랐던 경험이 있다."
- 아들이 크면 당연히 배워야 할 역사인데, 이 영화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당연히 보여줄 거다. 개인적인 얘기긴 하지만 아이가 거의 이 영화와 같이 태어났다. 고사 다음 날 태어났다. 그러다 보니 아이 옆에 없던 시간 저는 안중근 장군을 연기하고 있었다. 나중에 이 아이가 이것을 볼 수 있고 생각할 수 있을 때 보여줄 생각이다. 그래서 "아빠가 네 옆에 없을 때, 아빠는 이렇게 훌륭한 분에 대한 작업을 하고 있었다"라는 얘기를 해줄 거다."
- '유퀴즈' 출연 때도 그렇고 지금 인터뷰를 할 때도 그렇고 예전보다 좀 편안해진 느낌이 든다. 혹시 (손예진 배우와) 결혼하고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고 난 후의 변화로 인한 지점인가?
"복합적이다. 나이도 이제 40대가 됐고, 가정을 이루고 아이가 생겼다 보니 보는 관점이 달려졌을 거다. 그러니 그렇게 봐주시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책임감은 많이 달라졌다. 그 외 다른 건 아직 모르겠다. 체감하는 건 없는데, 보시는 분들이 그런 말씀을 해주시는 걸 보면 뭔가 바뀌긴 한 것 같다."
- 현재 촬영 중인 '메이드 인 코리아' 일정은 어떻게 되나? 차기작도 있나?
"'메이드 인 코리아'를 7월 중순부터 촬영해서 꽤 됐다. 예정은 2월까지고, '메이드 인 코리아2'가 차기작이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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