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시작은 AOA였지만, 이제는 '배우'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아진 김설현이다. 특히 이번 '조명가게'에서는 미스터리와 반전을 안고 있는 캐릭터를 무난하게 소화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조명가게'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묵직하게 전달하는 동시에 끝까지 안쓰럽고 애처로운 마음을 갖게 한 김설현이다.
최근 공개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원작·극본 강풀, 연출 김희원)는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에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강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며, 배우 김희원이 첫 시리즈 연출을 맡아 기대를 모았다. 주지훈, 박보영, 김설현, 배성우, 엄태구, 이정은, 김민하, 박혁권, 김대명, 신은수 등이 열연했다.
김설현은 '조명가게'의 수상한 손님 지영 역을 맡아 연인 현민 역의 엄태구와 연기 호흡을 맞췄다. ‘조명가게’의 문을 연 김설현은 기이한 분위기와 애처로움, 슬픔,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감정을 탁월하게 표현하며 극적 긴장감을 끌어올렸다.다음은 김설현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완성본을 어떻게 봤나? 반응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뿌듯하고 보람 있고 기쁘다. 반응은 많이 찾아보는 편이다. 좋은 평가가 많았던 것 같다. 이렇게까지 좋은 평가는 처음이라 다 좋았고 보람 있었다. 특히 '설현인지 몰랐다'라는 말이 있었는데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았다."
- 캐스팅 과정이 궁금하다.
"제가 우연한 기회에 감독님을 만나게 되었는데, 제가 감독님에게 연기는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 어떤 것이 좋은 연기인지 여쭤보면서 대화를 많이 나눴다. 그런 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연기적인 대화를 나누고 나서 대본을 보내주셨다. 감독님께 직접 대본을 받았고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 역할도 좋아서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 원작은 봤나? 대본을 봤을 때의 느낌은 어땠나?
"대본을 받고 나서 웹툰을 봤다. 이야기가 좋아서 많이 울었던 기억이 있다. 어렵겠다는 생각도 동시에 있었다. 캐릭터가 좋아서 내가 잘 소화하기만 한다면 전과는 다른 모습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 미스터리를 안고 있는 캐릭터이고 반전 등 많은 것을 표현하는 캐릭터다.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는데 그런 걱정을 떨쳐낼 수 있었던 큰 이유는 무엇인가?
"확실히 걱정되는 마음이 없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캐릭터를 만났을 때 쉽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모든 캐릭터가 어렵고 모든 작품이 부담감이 있었다. 특별히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다. 감독님도 "캐릭터가 어려운 것이 맞다. 누가 해도 어려운 캐릭터다. 내가 해도 어렵고 다른 선배들도 어려울 거다"라고 하셨다.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는 말이었다."
- 그렇게 결정하고 나서 어려움을 타파하는 과정은 어땠나?
"사후 세계다. 아무도 경험하지 않았고, 나도 모르는 부분이라서 어렵다고 생각했다. 전개 자체가 시간 흐름대로 전개되지 않아서 헷갈리는 것이 많았다. 내 감정선에 공감하고 따라와 줄까, 어려웠다. 4회까지는 숨기고 가야 하는 것이 많아서 톤을 잡는 것도 어려웠다. 지영이가 문을 여는 만큼 지영이 톤이 전체 톤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책임감으로 다가왔다. 톤을 어떻게 잡고 드라마를 끌고 갈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여러 시도를 많이 해봤는데 지영이의 의지는 현민이를 살리는 거다. 1회에서는 드러나면 안 됐고 미스터리 장르로 포장이 되어야 했다. 그런 톤을 얼마나 드러내야 하는지, 아니면 아예 드러내지 말아야 하는지, 감독님께 여쭤봤다. 감독님은 아예 이상한 여자처럼 보여야 하고, 미스터리를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하셨다. 리딩을 해보면서 톤을 낮추고 느리게 했으면 하셔서 그렇게 잡아갔다."
- 김희원 감독이 배우이기 때문에 더 디테일하게 잘 잡아줬을 것 같은데 어떤 디렉션을 해줬나?
"감독님은 연기를 하셔서 배역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해주시는 것 같다. 감독님이 "4회까지는 연쇄살인범처럼 보였으면 좋겠어"라고 말씀을 해주셨다. 아파트에 현민이를 데려가는 신도 "저 남자를 반으로 잘라서 캐리어에 넣을 생각으로 연기해라"라고 하셨다. 감정이 아예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1인 2역을 연기하는 것처럼 아예 다르게 연기해야 했다. 그렇다고 너무 이상하게 보이면 안 되니까 조율하며 연기했고, 지영이가 가진 잔인한 트라우마에 집중하려고 했다. 지영이가 가진 장애 때문에 현민이 어머니가 헤어지라고 했을 때, 지영이는 진짜 헤어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장애가 큰 트라우마였기 때문에 그것에 집중했다."
- 워낙 어둡고 슬픈 정서가 깔려 있기 때문에 버스 정류장에서 웃는 장면이 더 슬프게 다가왔다.
"과거 회상신 같은 경우엔 지영이와 현민이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른 채 행복한 때를 보낸다. 시청자로서는 두 사람이 행복할수록 뒤가 더 슬프게 다가올 거라 행복한 부분은 즐겁게 촬영했다."
- 엄태구 배우와 '안시성'에 이어 두 번째로 만나게 됐는데 이번엔 호흡이 어땠나?
"전 작품 때는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경우가 많아서 각자 한마디만 해도 열 마디가 된다. 그래서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둘이 찍는 신이 많다 보니까 같이 호흡하고, 대기도 많이 했다. 서로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의지했고 전우애가 생겼다."
- 엄태구 배우를 소울메이트라고 말한 이유는 무엇인가?
"선배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여러 유형이 있지만 촬영 들어가기 전에 사적인 대화를 많이 하는 배우가 있고 긴장을 풀고 하는 배우들도 있고 아니면 해야 하는 거에 집중하는 배우가 있는데 둘 다 후자 쪽이었다. 선배님이랑 저랑 대화가 없고 한 것이 불편한 것이 아니라 각자 할 거에 집중해서다. "왜 이렇게 대화가 없냐. 대화 좀 해라"라고 하시는데, 저희는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다 통하는 사이다. 우린 소울메이트라는 단어가 나왔다. 그 점이 태구 선배님이랑 잘 통했다. 억지로 친해지려고 하는 노력보다는 자연스럽게 한 공간에 있고 같은 감정 생각을 하고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는 것이 잘 맞았던 것 같다."
- 지영과 현민의 결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어떻게 해석했나?
"작가님에게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사랑의 무게가 같지 않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추측했다. 현민이가 나중엔 다 기억이 난 거고, 저는 어떻게든 조명가게에 보내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해석해서 연기했는데 시청자들이 현민이가 끝까지 기억을 못 한 것이라고 해석할 줄 몰랐다. 의외였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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