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박해준이 이번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사랑꾼으로 변신해 글로벌 인기를 이끌었다. "내가 아는 배우 중 가장 착한 사람"이라며 박해준이 꼭 관식이어야 했던 이유를 밝혔던 김원석 감독의 말처럼, 박해준은 서글서글하고 사람 좋은 웃음을 인터뷰 내내 채워 넣었다. 그리고 주변 칭찬이 어색한 듯 모든 공을 함께 연기한 배우들에게 돌리며 "저는 가만히 있었을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 속엔 '폭싹 속았수다'를 얼마나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는지, 박해준의 진심이 가득 담겼다.
'폭싹 속았수다'(연출 김원석, 극본 임상춘)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아이유 분)과 '팔불출 무쇠' 관식(박보검 분)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넷플릭스 시리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희망의 이야기를 담은 16부를 4막으로 나눠 공개해 매주 전 세계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배우 박해준이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deafccdabf7e19.jpg)
임상춘 작가 특유의 사람 냄새 나는 서사와 가슴을 아리게 만드는 대사, 개성 강한 캐릭터, 김원석 감독의 섬세한 연출, 배우들의 열연 등에 대한 뜨거운 반응과 호평이 쏟아졌다.
아이유는 제주에서 나고 자라 주어진 운명에 맞서는 '요망진 반항아' 애순 역을, 박보검은 말보다 행동으로 표현하는 단단한 무쇠 같은 관식 역을 맡았다. 세월이 흘러 어엿한 어른이 된 애순과 관식은 문소리와 박해준이 연기했다.
박해준은 박보검에 이어 애순과 딸 금명(아이유 분)에게 온 마음을 전하는 중년과 노년의 양관식을 연기하며 진한 감정을 선사했다. 일생을 가족을 위해 헌신했던 관식의 세월을 깊이 있게 표현해내 전 세계 시청자들을 울리고 또 울렸다. 다음은 박해준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뜨거운 반응을 실감하고 있나?
"많이 좋아해주셔서 너무 좋다. 시작하자마자 보는데 박보검, 아이유 씨부터 아역, 다른 배우들까지 너무 잘해줘서 설레기도 하고 좋기도 했다. 또 시청자 반응을 보면서 같이 울기도 했다."
![배우 박해준이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afce774b02d998.jpg)
- 어떤 부분에서 울었나?
"울 수밖에 없는 장면이 너무 많았다. 울다 웃다 했는데, 보다가 보면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저랑 금명이 병원 신에서도 울었고, 다른 배우들이 하는 거 보고 울기도 하고, 그런 장면이 많았다."
-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무엇인가?
"다 감정 이입해서 보긴 했는데, 너무 좋았던 건 대사와 내레이션이다. 명확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데 너무 아름답다. 이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향한 미안함도 생기더라. 제가 다큐멘터리를 자주 보는데 아주 성실하게 예쁘게 사는 사람을 보면 감동을 받는다. 욕심 안 가지고 자기 일 성실히 하면서 가정을 지키는 사람들의 다큐를 보면 벅차서 눈물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나 자신에 대한 죄책감도 느끼게 하고 미안하다. 공감도 되면서 나는 왜 그렇게 못했을까 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눈물이다. 그걸 드라마가 보여준 것 같다. 저도 아버지가 암 투병을 하셨다. 자식들은 나 잘라서 혼자 컸다고 생각하는데, 엄청나 보호를 받으면서 컸구나 싶다. 저도 자식을 키우는데, 내가 주는 사랑이 나 좋아서 하는 것도 있지만 나중에 자식들이 아빠, 엄마가 나를 많이 사랑했구나, 사랑받으면서 컸다는 것을 느끼면 좋겠다는 복잡한 감정이 있다."
- '부부의 세계'에서는 불륜남을 했고, 이번엔 세상엔 없을 사랑꾼을 연기했다. 두 캐릭터 중 그래도 좀 더 힘들다 싶은 캐릭터는?
"둘 다 힘든데(웃음) 촬영할 때는 그렇게 힘들어하지 않았다. 신나서 한다. 역할 상관없이, 어떤 장면을 찍든 신나게 하는 편이다. 그래서 어려움은 없는데 장단이 있다. 사실 기억해주실 때 다정한 아빠로 기억해주시는 것이 좋지 않나. 하지만 '부부의 세계'는 시원하고 통쾌한 맛이 있다. 불륜, 뻔뻔한 행동 등 현실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뭔가를 연기하면서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양관식이 더 힘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연기하면서 나와 대입을 시킨다. '부부의 세계'는 나와 별개라고 툭 던진다면, '폭싹 속았수다'는 나와 아내, 엄마와 아빠, 자식도 대입해보기 때문에 그런 관식을 연기한다는 것이 미안하고 민망하기도 하고 부끄러웠다. 내가 이런 역할을 해도 될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를 계속 되뇌었던 것 같다. 집에 와서 아내를 보면서 진짜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현실의 나도 바뀌는 계기가 된 작품이다."

- 함께 연기한 아이유, 문소리 배우 그리고 박보검 배우와 작업한 소감은 어떤가?
"좋았다. 보검이에게 정말 고맙다. 보검이가 연기한 건 몇 장면 제가 참고한 거 빼고는 본 것이 없다. 드라마를 보면서 이렇게 깊이 있게 담았구나 했다. 제가 찍어놓은 것이 있다 보니 보검이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었다. 보검이는 진짜 따뜻하고 바른 사람이다. 그게 드라마에 온전히 투영되니까 너무 감동적이었다. 누가 봐도, 현실적이지 않은 외모를 가진 친구인데, 이렇게 잘 어울릴 줄 몰랐다. 관식이라는 사람은 충분히 저럴 수 있겠다 싶어서 이질감이 없었다. 묵직하게 해줘서 뒤에 제가 탄력을 받아서 간 것 같다."
"문소리 선배님이 맡은 중년의 애순이는 해야 할 일이 많았다. 분량도 대사도 많은데 가만히 앉아서 연기한 적이 없다. 반찬통을 까고 음식을 하고 먹여주기도 한다. 복잡한 신들을 다 해냈다. 얼핏 보니 본인의 어머니 생각을 많이 하면서 찍었다고 하더라. 어설픈 절 챙겨주면서 촬영하느라 고생하셨다."
"아이유는 금명이와 애순이를 동시에 하면서 스케줄이 너무 많아 정말 피곤한 상태였다. '나의 아저씨'가 아이유가 가진 정서를 잘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하면, 이번 '폭싹 속았수다'는 그걸 통해 마음대로 풀어놓고 자기감정을 소화해낸 것 같다. 그래서 너무 기특한 부분이 있다. 너무 잘했다."
- 최대훈 배우와 후반에 함께 하는 신들이 있었는데 재미있는 일들도 많았을 것 같다. 어땠나?
"대훈이와 같이 찍는 날이 오면 '이 장면을 어떻게 할까?' 하면서 기대를 한다. 대본에 있지만 뭔가 준비를 많이 한다. 순발력도 있고, 뭔가 다르게 표현하는 재주가 있어서 그 친구와 함께 하는 것이 늘 기대됐다. 티키타카가 좋아 기분 좋게 촬영했던 기억이 있다. 정말 보는 맛이 있는 친구고 재미있다. 자기 판을 만난 것처럼 들끓는 것이 있다. 정말 재미있는 맛이 있다."
![배우 박해준이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fd89f4c9b399fc.jpg)
- 어떤 부분 때문에 관식에 캐스팅이 됐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제가 되게 촌스럽고 어설프고 헐렁하다. 여우 같지 못하고,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된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그런 걸 좋게 봐주시지 않았나 싶다. 감독님은 제가 착한 사람이라서 캐스팅을 했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정말 고맙다. 심정적으로는 관식과 잘 맞는데, 연기하면서는 폐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게다가 제 나이보다 더 나이가 든 연기도 해야 하니까 그게 많이 걱정됐다. 감독님께서 잘 만들어주신 것 같다. 내레이션도 그렇고, 주변에서 울어주고 짠하게 봐주면서 관식이를 만들어줬다. 주변 사람들이 옆에서 얘기를 해주는 거지, 잘 보면 저는 특별히 한 것 없이 가만히 있을 뿐이다. 두드리라고 하면 두들기고."
- 폐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작품이 너무 좋은데 제가 그 연륜을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외형적으로나 걸음걸이나 너무 과하면 억지스러울 수 있으니까 이질감 없이 잘 보실까 고민을 많이 했다. 분장을 너무 잘해주셨지만, 저게 맞나 싶은 것도 있었을 텐데 잘 봐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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