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결정을 내려야하는 시간이 점점 더 다가오고 있다.
남자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은 막판을 향해 달리고 있는 정규리그에서 순위경쟁과 봄배구 준비를 위해 승부수를 던지려고 한다.
바로 외국인선수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지난 4라운드부터 톤(캐나다) 교체 가능성을 언급했다. 최 감독의 발언 수위는 점점 높아졌다. 톤에 대해 "기회를 충분히 줬다"에서 "결단을 내려야할 때"로 말이 바뀌었다.
하지만 최 감독을 주저하게 만드는 이유가 있다. 교체 풀이 워낙 좁기 때문이다. 자유계약이 아닌 트라이아웃으로 외국인선수 선발 방식이 바뀐 탓도 있다. 또한 V리그에서는 외국인선수 교체 성공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도 최 감독에게는 고민이다.
V리그에서 외국인선수는 지난 2005-06시즌부터 도입(여자부는 2006-07시즌)됐다. 그런데 도입 첫 시즌부터 교체 사례가 나왔다. 삼성화재는 아쉐(브라질)가 부상을 당하자 프리디(미국)를 영입했다.
프리디는 당시 미국남자배구대표팀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로 기대를 한몸에 모았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삼성화재는 챔피언결정전에서 현대캐피탈에 덜미를 잡혔다. 석진욱(현 OK저축은행 수석코치) 부상이 당시 챔프전 결과를 좌우했지만 외국인선수 맞대결에서 현대캐피탈 루니(미국)에게 밀린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현대캐피탈도 지금까지 외국인선수 교체 카드로 별 다른 재미를 못봤다. 챔피언결정전 3연속 우승 도전에 나섰던 2007-08시즌은 시작부터 꼬였다. 루니를 대신할 레프트 자원으로 꼽히던 토펠(미국)은 일찌감치 짐을 쌌다. 정규리그 후반기 우여곡절 끝에 영입한 호드리고(브라질)는 복근을 다치는 바람에 팀에 거의 도움을 주지 못했다.
2009-10시즌에는 레프트 자리에서 뛰고 있던 앤더슨(미국)을 대신해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로 에르난데스(쿠바)를 데려왔다. 챔프전에서 삼성화재 가빈(캐나다)에게 맞불을 놓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결과는 준우승에 그쳤다.
2014-15시즌에는 부상을 당한 아가메즈(콜롬비아)를 내보내고 케빈(프랑스)을 급히 영입했지만 분위기 반전에 실패했다. 현대캐피탈은 해당 시즌을 5위로 마감했고 V리그 출범 후 처음으로 봄배구에 나서지 못했다. 후폭풍은 거셌다. 김호철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고 팀을 떠났다.
최 감독은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에서 선수(세터)로 뛰며 이 과정을 모두 직접 지켜봤다. 외국인선수 교체가 쉽지 않은 문제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교체에 뒤 따르는 기존 선수들의 포지션 변경도 고민거리다. 톤과 같은 자리에서 뛰는 선수를 데려온다면 그마나 변화 폭이 적다. 그러나 사정이 녹록지 않다. 좁아진 대체선수 풀에서 레프트를 찾기가 어렵다. 톤이 바뀐다면 라이트에서 뛰는 선수가 올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현재 주포 역할을 맡고 있는 문성민이 레프트로 이동해야한다.
문성민에게 레프트는 낯선 자리는 아니다. 하지만 김 전 감독에 이어 팀을 맡은 최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문성민을 라이트로 돌렸다. 후반기로 접어든 정규시즌에 다시 새로운 옷을 입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외국인 선수 문제에 집중하다 팀이 갖고 있는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할 수도 있다. 최 감독은 "여러 상황을 모두 고려해보고 따져야 하기 때문에 교체 결정이 쉽지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교체 결정이 내려진다고 해도 새로운 선수가 곧바로 코트에 투입되지는 않는다. 이적 절차, 비자 발급 등 과정을 거쳐야하고 시간이 좀 더 걸린다면 2월 둘째주까지 톤을 안고 가야 한다. 교체가 여의치 않는 상황이 지속되면 카드 자체를 접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최 감독이 "국내선수들 위주로 경기를 치를 수도 있다"고 말한 이유다.
톤도 자신을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톤은 V리그에서 뛴 외국인선수 중에서도 조금은 독특한 위치에 있다. 공격형이 아닌 수비형에 가까운 선수다. 2009-10시즌 우리캐피탈(현 우리카드)에서 세터로 뛴 블라도(세르비아)를 제외하면 V리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외국인선수가 아니다.
최 감독은 트라이아웃 당시 수비와 서브 리시브 능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그러나 지금은 그 장점이 코트에서 잘 나타나지 않는다.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부분도 최 감독이 교체 카드를 고민하게 만든 원인이 됐다.
한편 V리그에서 역대 가장 성공한 외국인선수 교체 사례는 여자부에서 나왔다. 2009-10시즌 이브(도미니카공화국)를 대신해 GS칼텍스 유니폼을 입은 데스티니(미국)가 대표적이다. 그는 바닥권에 있던 팀을 단숨에 플레이오프까지 이끌었다. GS칼텍스는 데스티니 합류 후 연승가도를 달렸다.
GS칼텍스는 남녀부를 통틀어 외국인선수 최다 교체팀이기도 하다. 2010-11시즌 제시카(브라질)에서 포포비치(크로아티아), 2011-12시즌 베키(미국)에서 테레사(체코), 2014-15시즌 쎄라(캐나다)에서 애커맨(미국)까지 모두 4차례 교체 카드를 꺼냈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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