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말들을 하라고!"
상대의 움직임을 확인하느라 여유가 없이 뛰는 선수들을 보던 신태용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감독은 목청 높여 지시를 내렸다. 지난해 11월 부임 후 12월 제주도 전지훈련에서 그렇게나 떠들며 소통하라고 했는데 여전히 잘 안 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몸으로 표현한 것이다.
U-20 대표팀은 2일 오전(한국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의 아카데미아 스포르팅에서 열린 스포르팅CP B팀(2군)과의 연습 경기에서 1-3으로 졌다. 포르투갈 전지훈련 시작 후 첫 패배를 성인팀을 상대로 당해 많은 소득과 과제를 얻었다.
과제 중에서는 단연 소통이 1순위로 부각됐다. 신 감독은 "축구에서 대화는 전술의 70%를 먹고 들어간다. 전술이 좋으면 뭐하나, 대화하지 않으면 될 것도 되지 않는다"라며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성인팀과 달리 연령별 대표팀은 분위기에 휩쓸리면 경기력이 달라진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0-1로 지고 있다가 이승우(FC바르셀로나 후베닐A)의 동점골이 터진 뒤 선수들의 입은 바빠졌다. 대등하게 싸우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반 내내 조용한 분위기에서 경기를 치른 것을 본 신 감독은 하프타임 선수들을 강하게 질책했다. 자신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동료보다 덜 뛰고 힘들어서 말하지 않으려는 태도에 대해 강하게 지적했다.
신 감독은 "동료 옆으로 패스나 슈팅이 빠지는 것을 왜 멍하니 보고 있느냐. 힘든 것 다 알지만 한 발 더 뛰어야 한다. 지금 이 힘든 순간을 이겨내야 다음이 있다"라며 선수들의 가슴을 말로 콕콕 찔렀다.
대화가 없는 팀은 전술 수행 능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신 감독도 이 부분을 지적하기 위해 "패스가 너무 안이하다. 미리 생각하지 않는다. 10발을 뛰어야 할 상황인데 5발밖에 뛰지 않는다"라며 거침없는 연변을 쏟아냈다.
스포르팅에는 체격이 좋고 힘까지 좋은 선수들이 즐비했다. 특히 장신 흑인 수비수들을 상대로 공격진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신 감독이 바라는 발밑 패스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등 의도대로 잘 풀리지 않았다.
결국, 후반 12분과 17분 연이어 실점한 뒤 대표팀은 더 조용해졌다. 누군가가 말을 하기는 했지만 개미 소리처럼 들렸다. 조용한 분위기는 경기력을 지배했고 신태용식 축구가 더 진화하기 위한 과제만을 남겼다.
신 감독은 지난해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 당시 "스타벅스처럼 떠들라"고 했던 그런 분위기를 원하고 있다. 경기 후 신 감독은 "정말 실망스럽다. 게으름이 보인다"라며 U-20 월드컵을 절실하게 준비하라고 주문했다. 석 달 밖에 남지 않는 대회를 준비하려면 남들과 비교해 더 열심히 뛰어도 모자를 상황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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