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부상자가 속출한 가운데 '중국화'라는 고민을 안고 있는 슈틸리케호 수비진을 신뢰할 수 있을까.
울리 슈틸리케(63) 축구대표팀 감독은 13일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중국(원정), 시리아(홈)와의 6~7차전 명단 24명을 발표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지난해 부실한 수비로 논란이 됐던 중국 슈퍼리그 소속 수비진을 대거 호출했다는 점이다. 김기희(상하이 선화), 장현수(광저우 푸리), 정우영(충칭 리판), 홍정호(장쑤 쑤닝)가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예비 명단에 김주영(허베이 화샤 싱푸)도 포함됐다.
일단 이들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중국 축구협회가 슈퍼리그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자국 선수 육성을 위해 아시아쿼터를 포함, 외국인 3명 출전으로 제도를 급변경했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 3~5일 열린 개막전에서는 정우영, 홍정호만 선발로 나섰다. 김기희, 장현수는 기회를 얻지 못했다. 10~12일에도 김기희, 장현수는 빠졌다. 이들이 슈틸리케호의 핵심 중앙 수비수였다는 점에서 우려가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좌우 풀백의 경우 김진수(전북 현대)가 K리그에서 유턴한 뒤 치른 개막 두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는 등 날카로운 왼발 실력을 과시하며 왼쪽 측면 걱정을 씻어냈다. 오른쪽 측면 공격까지 가능한 김민우(사간 도스)도 마찬가지다. 오른쪽도 이용과 최철순(이상 전북 현대)이 나란히 부름을 받는 등 기본 경기력이 유지되는 자원들로 구성됐다.
하지만, 중앙 수비는 전체 수비진의 균형을 잡아준다는 점에서 사정이 다르다. 홍정호가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를 포함해 4경기 풀타임을 출전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선수들은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곽태휘(FC서울)의 경우 ACL 우라와 레즈(일본)전에서 부상을 당해 K리그 2라운드까지 개점 휴업 상태다. 부상에서 호전이 된다고 해도 경기 출전은 미지수다. 슈틸리케 감독은 "기성용과 곽태휘는 경기에 나서지 못해도 베테랑이고 경험이 많다. 경기 안팎으로 도움이 되는 리더십이 있다"며 출전 여부에 상관없이 합류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사실상 곽태휘가 분위기메이커라고 본다면 결국 홍정호, 김기희, 장현수, 정우영 네 명 중 두 명이 중앙 수비를 책임져야 한다. 정우영이 주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기력에서 차이가 있는 세 명이 불균형을 안고 뛰어야 한다.
그나마 이들의 장점은 슈퍼리그의 대관중 앞에서 경험이 많다는 점이다. 하지만 슈퍼리그와 A매치의 성격은 전혀 다르다. 게다가 시즌 초반이라 출전 경험이 없는데 경기 체력이 생성됐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크다. 제아무리 프리시즌을 치르더라도 실전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원정을 떠난 슈틸리케호에 딴지를 걸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절대 쉬운 원정 여건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충분히 염두에 두고 나서야 하는데 경기 체력 향상은 필수 조건이다. 특히 기성용이 부상으로 회복 중이라 중앙 수비 앞선의 힘이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요성은 더 커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프로팀 감독은 "프리시즌의 경기력과 실전은 확실하게 다르다는 것을 슈틸리케 감독이 모르지 않을 것이다. 다소 의아한 선택"이라며 " 틀을 깨고 싶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고 해도 원정에서 승점 3점을 벌어와야 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수비인데 경기력에 의문이 있는 자원들을 선발했다는 점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김기희, 장현수는 슈퍼리그 두 경기 명단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지만, 시즌 개막 전까지 정상적으로 준비했고 프리시즌도 거의 소화했다. 김기희의 경우 ACL 브리즈번 로어(호주)와의 플레이오프에도 나섰다"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브리즈번과의 PO는 2월 8일에 열렸다. 홈에서 0-2로 패하며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한 달이 넘는 공백이 있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문제가 없다며 김기희의 경기력을 후하게 평가했다. 그는 "(슈퍼리그 선수들이) 충분히 시즌을 정상적으로 준비했다"고 기대했다.
다만 "슈퍼리그 진출 선수들의 명단 제외가 장기화하면 우리 대표팀에도 큰 문제가 될 것 같다"며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한국 선수들은 프로 정신이 강하다. 이들은 준비를 잘해서 올 계획이라고 통보받았다"고 스스로의 관리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결과적으로 중국전 수비는 불안이라는 폭탄을 안고 뛰게 됐다. 중국과의 홈 1차전에서 3-0으로 앞서다 수비 부실로 2골을 헌납하며 3-2로 어렵게 이긴 전례가 있다. 당시에도 수비진의 경기력 저하에 대한 걱정이 컸다. 2골을 따라붙었던 중국의 자신감에 광저우 에버그란데를 지휘하면서 한국 축구 경험이 쌓인 마르첼로 리피 감독의 지략까지 섞이면 상당히 어려운 경기가 예상된다. 누수를 잘 막는 것 외에는 답이 없는 슈틸리케호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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