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프로축구 K리그 각 연고지 경기장은 대부분 도심 외곽에 떨어져 있다. 이 때문에 항상 접근성에 대한 고민을 안고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전북 현대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셔틀버스 운행, 경기장 앞 시외버스 정차 등 지속적으로 교통 환경 개선에 힘을 기울였다. 그 결과 K리그 평균 관중 1위로 올라서는 등 구체적인 성과도 있었다. 전북이 평균 2만을 넘어 3만 관중 계획을 야심차게 제시한 이유다.
올해 전북은 시즌 개막전을 전주 최대 번화가 중 한 곳인 전북대 대학로 인근의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치렀다. 지난 3월 5일 전남 드래곤즈와의 개막전에는 2만935명의 관중이 몰렸다. 분위기는 4만3천석의 월드컵경기장과 비교하면 훨씬 좋았다.
최대 2만8천명까지 입장 가능하지만 안전 문제와 현실적인 수용 규모를 고려해 2만석 내외로 줄였다. 현장 판매도 경기 상대에 따라 1만~1만5천장 정도로 제한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이 5월 예정된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치르기로 하고 시설 개선에 나서면서 홈구장을 일시 이전했다. 2002년까지 사용 후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옮긴 뒤 무려 15년 만의 복귀다.
전남전 당시 흙이 튈 정도로 좋지 않았던 그라운드는 양탄자처럼 매끈하게 달라져 있었다. 한 달 동안 집중적인 양생과 평탄화 작업을 거치며 최상의 상태가 됐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경기장 인프라나 환경은 뛰어나지 않지만 팬 접근성은 정말 좋은 곳"이라고 평했다.
경기장 앞 대학로는 팬들이 경기 종료 후 뒤풀이를 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전북 관계자는 "월드컵경기장은 외곽이라 젊은 팬 일부는 거리상의 문제로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학로는 젊은 층이 많은 곳이다. 경기를 보고 저녁을 먹는 등 자연스럽게 상권 활성화에 기여할 것 같다"고 했다.
실제 대학로 일부 상점은 2일 FC서울과의 KEB하나은행 2017 K리그 클래식 4라운드 당일 문을 열었다. 일요일에 휴점하는 업장이 많은데 전남전을 통해 많은 인파가 몰리는 것을 확인하고 개장해 '전북 특수'를 누렸다. 이 관계자는 "팬들은 보통 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 종료 후에는 신시가지로 이동해 돈을 쓴다. 하지만 경기가 있는 날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서울전도 전남전 못지않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입장을 위해 긴 줄이 형성된 것은 물론, 포장마차 등 노점상에도 먹거리를 구매하는 팬들로 인산인해였다. 시설이 노후해 경기장 내 화장실을 사용하기 어려워 전주시에서 설치한 간이 화장실에도 긴 줄이 몰렸다. 경기장 내 일부 매점은 냉장고의 생수가 동이 났다고 한다.
황선홍 서울 감독은 "지난해 정규리그 우승 전날 이곳에서 연습한 적이 있다"고 했다. 기자가 황 감독이 현역 시절 전주종합경경기장에서 6경기를 뛰면서 1골을 넣고 4승 1무 1패로 압도하는 성적을 거뒀다고 하자 "그랬나요"라며 반문한 뒤 "그 시절에는 조명 시설이 없어서 낮 경기를 했다"고 회상했다.
이날 관중은 1만9141명으로 집계됐다. 전반 39분 김진수의 프리킥 선제골이 터지자 관중석이 흔들리는 느낌이 들 정도로 환호가 터졌다. 45인승 버스 4대에 나눠 타고 원정 응원을 온 서울 팬들이 위치한 남쪽 관중석 근처가 비었지만, 나머지 관중석은 관중들로 가득했다. 시설은 낡았어도 전용구장 이상의 분위기를 보여주고 주변 상권까지 살렸다. 전주에 축구 열기가 확실히 뿌리 내렸음을 확인한 하루였다.
조이뉴스24 전주=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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