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14일 잠실구장.
2017 KBO리그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시작되기 3시간여 전 가랑비가 내렸다. 빗줄기가 굵진 않았지만, 훈련하기에 썩 좋은 날씨는 아니었다.
하지만 한 선수가 타석에서 열정적으로 방망이를 휘둘렀다. 머리에 빗방울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상관없다는 듯 계속해서 묵묵히 배트를 휘둘렀다. 주인공은 LG 내야수 루이스 히메네스. 그는 비가 왔다 그치기를 반복하는 와중에도 프리배팅을 100회 가량 실시한 뒤 덕아웃으로 사라졌다.
극악의 부진을 탈출하고자 하는 몸부림이었다. 그는 올 시즌 LG에서 40타석 이상을 소화한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1할대 타율에 그치고 있다. 타율 1할6푼2리. 해결사라고 하기엔 민망할 정도의 기록이다. 안타도 고작 6개를 쳤을 뿐이다.
지난 시즌 타율 3할8리 161안타 26홈런을 기록했다. 특유의 친화력과 실력으로 '히요미'라는 별명까지 얻었지만 올 시즌의 성적은 도무지 동일인물이라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히메네스가 침묵하자 LG도 덩달아 추락했다. 개막 이후 6연승을 달렸던 LG이지만, 공교롭게도 이날 경기 전까지 부산·창원 원정에서 5연패의 늪에 허덕였다. 이 기간에 히메네스는 단 2안타에 그쳤다.
그러나 양상문 LG 감독은 그를 끝까지 믿었다. 양 감독은 "오늘도 히메네스를 4번타자로 출장시킨다"며 "안 맞으면 맞을 때까지 해야한다. 본인이 곧 감각을 찾을 것"이라며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그러면서 "본인이 자청해서 훈련을 하겠다고 했다"며 "작년엔 초반에 잘했으니 올해는 말에 갈수록 잘할 것"이라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이러한 양 감독의 신뢰에 보답이라도 하듯 히메네스는 kt와 경기에서 그야말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2점 홈런 1방을 포함해 3타수 2안타 1볼넷 5타점의 맹활약을 펼친 것이다. 팀의 5연패 사슬도 보란 듯이 끊어냈다. 타율도 2할로 크게 올랐다.
모든 타점이 적시에 터졌다. 0-1로 뒤진 1회말 2사 1루 2-2 상황에서 kt 정대현의 5구째 체인지업을 통타해 좌월 투런 홈런을 만들어냈다. 지난 2일 한화 이글스와 경기에서 마수걸이 솔로포를 터뜨린 이후 12일 만에 터뜨린 시즌 2호.
2-2로 팽팽히 맞선 6회말엔 1사 만루 찬스에서 정대현의 초구를 타격해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는 3타점 2루타를 터뜨렸다. 그간의 부진을 만회하기라도 하듯 승부처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한방'이었다.
양상문 감독은 경기 종료 후 "히메네스가 장타를 쳐주면서 전체적으로 분위기를 상승시키며 좋은 결과를 만들어주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히메네스도 "제일 중요한 것은 팀이 이기는 것이다. 팀이 승리하는 데 힘을 보태서 정말 기쁘다"며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선전을 다짐했다. 모두가 기다렸던 부활을, 누구보다 화려하게 해낸 히메네스가 오늘 경기의 주인공이었다.
조이뉴스24 잠실=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사진 이영훈기자 rok665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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