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개인적으로 그를 잘 모르지만, 그의 역량에 놀랐다."
트레이 힐만 SK 와이번스 감독은 26일 잠실야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에릭 테임즈(밀워키 브루어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26일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타율 3할7푼1리(70타석 26안타) 11홈런 19타점 OPS 1.411를 기록하고 있다. 그야말로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셈.
이날도 불을 뿜었다. 테임즈는 소속팀이 7-0으로 앞서고 있던 6회말 무사 1루 상황에사 상대 우완 로버트 스티븐슨이 던진 92마일짜리 직구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을 퍼올렸다.
4월 한달 동안 터뜨린 홈런은 무려 11개. 이 기록은 밀워키 구단 신기록이기도 하다.
캔자스시티 로열스 감독, 휴스턴 애스트로스 벤치코치 등 메이저리그에 정통한 힐만 감독은 그의 활약을 두고 "KBO리그의 위상이 올라갈 것"이라 말했다.
"빅리그에서의 테임즈의 맹활약이 KBO리그에 대한 인식과 시선을 바뀌게 할 것"이라는 그의 설명이다.
힐만 감독의 발언은 테임즈의 '성장 스토리'와도 무관치 않다. 테임즈는 한국에서 성장한 후 미국으로 금의환향한 대표적 '역수입' 외국선수다.
그는 지난 2008년 MLB 드래프트에서 7라운드 219순위로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선발된 이후 2013시즌까지 뛰었으나 인상적인 성적을 남기지 못했다.
그러나 2014시즌 찾은 한국에서 그의 인생은 180도 뒤바뀌었다. 근육량을 대폭 늘리는 '벌크업'으로 몸을 만들었고 위력적인 스윙으로 KBO리그를 압도했다. 통산 390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4푼9리(1351타수 472안타) 124홈런 OPS 1.172를 기록했다.
2015시즌엔 타율 3할8푼1리 47홈런 장타율 0.790 OPS 1.287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남기며 KBO리그 MVP와 골든글러브·타격왕·장타율왕·출루율왕·득점왕 등 타격 6관왕을 차지했다. 지난 시즌엔 40홈런으로 최정과 함께 공동 홈런왕을 차지한 그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테임즈는 올 시즌을 앞두고 3년 총액 1천600만 달러(한화 약 190억원)에 밀워키의 유니폼을 입었다. KBO리그의 활약을 인정받은 것이다.
힐만 감독은 테임즈가 메이저리그에서도 고공행진하는 가장 큰 이유를 정신적인 성장으로 꼽았다. 그는 "신체적·기술적인 성장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정신적인 성장이 해외 경험이 주는 가장 큰 이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선수로서의 행동이나 가져야하는 책임감 등이 성장의 배경"이라면서 "이러한 정신적인 성숙이 기량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성장 케이스'는 단순히 KBO리그에서만 보이는 사례는 아니다. 힐만 감독은 "일본에서도 이러한 케이스가 있었다"면서 "한국이든 일본이든, 한국인 코치든, 일본인 코치든 개인에 맞는 어떤 방법을 개선받았는지에 따라 다른 케이스가 나올 것"이라 말했다.
그가 든 예의 주인공은 MLB 전설의 강타자 세실 필더다.
필더는 1985년 MLB에서 데뷔했지만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며 1989년 NPB 한신 타이거스로 이적했다. 그는 타율 3할2푼 38홈런을 기록하는 등 빼어난 활약을 펼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듬해인 1990년 MLB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로 복귀한 그는 그 해 곧바로 홈런왕과 타점왕을 차지했고 이후 타점왕과 홈런왕을 각각 1차례, 2차례 더 차지하며 90년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거포가 됐다.
물론 이제 막 활약하기 시작한 테임즈를 필더와 비교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테임즈가 3년간 KBO리그에서 일군 성장을 부정할 순 없다. 또 필더의 성공기와 그 출발이 비슷한 것도 사실이다.
힐만 감독의 테임즈를 바라보는 시선은 메이저리그가 KBO리그를 바라보는 현실을 적확히 꿰뚫고 있다. 또 어떤 선수가 '역수입'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이 될지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조이뉴스24 잠실=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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