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투자하면 성과를 낸다는 명제를 올해는 제주 유나이티드가 16강 진출로 보여줬다.
제주는 9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H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감바 오사카(일본)를 2-0으로 꺾고 승점 10점으로 장쑤 쑤닝(15점, 중국)에 이어 2위로 16강에 올랐다.
자칫 K리그 4팀 모두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전멸의 위기에 몰릴 수 있었다. 5차전에서 울산 현대와 FC서울이 탈락의 아픔을 맛봤기 때문이다. 수원 삼성도 원정팀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 원정이었다는 점에서 더 쉽지 않았다.
물론 제주도 쉬운 여건은 아니었다. 장쑤가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호주) 원정을 2군으로 구성해 떠났다. 제주가 감바에 비기고 장쑤가 애들레이드에 패해 승점 동률이 됐다면 승자승에서 제주가 1무 1패로 열세, 탈락이라는 운명을 피하기 어려웠다.
제주는 감바전을 앞두고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했다. 지난 6일 상주 상무와의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에서 비주전 자원 다수를 선발로 내세우며 감바전 힘을 비축했다.
제주의 약점은 더워지는 여름으로 갈수록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섬팀이라는 특수성까지 더해져 비행기를 타고 원정을 다니는 등 이동에서 생기는 문제까지 추가, 늘 성적이 하반기로 가면서 곤두박질쳤다.
ACL도 이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제주는 대대적인 선수 영입으로 더블스쿼드를 완성했다. 외국인 선수 중에서는 마르셀로와는 재계약을 했고 멘디를 울산 현대에서 영입했다. 마그노도 영입해 전방에서의 다양성을 갖췄다. 장신 수비수 알렉스를 재영입, 수비진도 단단하게 구축했다.
ACL 경험이 풍부한 박진포와 김원일을 영입해 수비 보강을 했다. 국제 대회의 최우선 순위는 수비가 튼튼해야 한다는 것을 전북 현대 코치 시절 조 감독이 몸으로 겪어 충분히 알고 있었다.
이들 외에도 조용형, 이찬동, 이창근, 진성욱을 영입했고 황일수가 상주 상무에서 전역, 복귀해 힘을 얻었다. 더블스쿼드 구축은 곧 내부 경쟁으로 이어졌다. 마냥 1, 2군으로 나뉘는 것이 아닌 경계가 없는 경쟁을 통해 누구든 선발로 나서는 것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안겼다.
제주 관계자는 "보통 5월 정도가 되면 1, 2군으로 나뉘면서 포기하는 선수가 나오게 마련이다. 그런데 올해는 치를 대회도 많고 선수들의 의욕도 남다르다. 감독님도 계속 경쟁을 유도한다. 그래서 선수들이 경기마다 몸을 던지고 자신을 보여준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팀 분위기를 전했다.
덕분에 제주는 ACL 조별리그에서 가장 많은 12골을 넣었다. K리그에서도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21골로 '닥공'이라 불리는 14골의 전북 현대와 비교해 7골이나 더 넣었다. 투자 효과가 기록으로 증명된 셈이다.
반면, 울산과 서울, 수원은 모기업 지원 축소의 아픔을 혹독하게 맛봤다. 울산의 경우 전북의 ACL 출전 불가 징계로 갑작스럽게 나서는 등 어려운 과정에 있었다고는 하지만 자력으로 플레이오프를 통과해 본선에 올랐고 전력 자체로는 지난해와 비교해 떨어지지 않았지만, 경험 부족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서울과 수원은 공수 양면에서 보강이 약했다. 서울은 초반 3연패를 통해 저비용 보강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수원도 보강은 했지만, 수준 있는 선수의 보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중국의 대대적인 투자와 일본, 호주의 기술 향상, 태국의 약진 등 외부의 발전과는 반비례하는 현실과 마주하게 됐다.
지도자들의 역량이나 선수들의 경험 부족 등 다른 문제들도 복합적으로 겹쳤다. 결과적으로는 아시아 무대에서 투자 없이는 성과 없는 냉혹한 현실만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제 K리그는 제주만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조이뉴스24 서귀포=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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