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모든 것은 한 장의 사진으로 예고됐다. 전장의 거친 공기가 담긴 전사들의 기념 사진, 그 중심을 지키고 선 원더우먼의 모습은 DC의 새 영화 '원더우먼'의 시작을 알린다. 신의 딸 다이애나 프린스가 인간을 향한 믿음과 사랑을 품고 위험천만한 전쟁의 세계로 돌진하는 스펙터클이 영화 '원더우먼'의 골자다. DC코믹스의 여성 히어로 원더우먼을 주인공으로 한 첫 장편 영화 '원더우먼'이 베일을 벗었다.
29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영화 '원더우먼'(감독 패티 젠킨스, 수입 배급 워너브러더스코리아)이 언론 배급 시사를 통해 국내 첫 공개됐다.
'원더우먼'은 아마존 데미스키라 왕국의 공주 다이애나 프린스(원더우먼, 갤 가돗 분)가 전사로서 훈련을 받던 중 최강 전사로서의 운명을 직감하며 시작된다. 다이애나는 때마침 섬에 불시착한 조종사 트레버 대위(크리스 파인 분)을 통해 인간계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신들로부터 받은 능력으로 세상을 구하겠다고 결심한 그는 아름다운 낙원 데미스키라를 벗어나 1차대전의 전장에 뛰어든다.
DC의 전작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에서 예고된 원더우먼의 과거는 이번 영화를 통해 상세히 그려진다. 7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인기 캐릭터 원더우먼의 이야기를 처음 장편화한 이번 작품은 현재의 다이애나가 자신의 성장기 기억을 돌이키며 시작된다.
뛰어난 전사로서의 기질을 신으로부터 물려받은 그는 어머니와 종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전쟁에 의해 황폐해진 인간 세상으로 향한다. 그로 하여금 낙원 데미스키라를 등지고 위험한 도전을 결심하게 만드는 존재는 독일군과 영국군을 오가며 첩보 활동을 펼쳐 온 스파이 트레버다. 그를 통해 처음 인간이자 남성인 존재를 마주하게 되는 다이애나는 호기심과 정의감을 품고 전장으로 나선다. 그는 신도 죽일 수 있는 '갓 킬러'로 전쟁의 신 아레스를 무찌르면 선량한 인간들을 구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다.
우여곡절 끝에 당도한 전장의 상황은 그의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다이애나는 눈 앞의 생명을 구하는 일보다 협상의 전략성을 우선에 두는 군 관료들의 모습에 회의를 느낀다. 전쟁의 비극이 결코 하나의 존재를 처단해 끝내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달은 그는 아수라장에서 소중한 존재를 떠나보내며 전쟁으로 비유되는 인간의 악한 본성에 분노한다.
그러나 결국 다이애나를 이끄는 것은 인간의 선한 본성이다. "때로 악하지만 선한 면도 가진" 인간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신의 딸인 그는 끝내 외면하지 않는다. "사랑만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평이하지만 그만큼 보편적이다.
원더우먼 역 갤 가돗의 활약은 눈부시다. 그가 9개월 간의 훈련으로 완성시킨 액션 장면들은 남성 히어로 무비에 견줘도 아쉽지 않다. 독일군 기지의 실내외에서 벌어지는 일대 다 액션은 수 차례 돌려보고 싶을 만큼 흥겹다. 다소 고전적인 편집도 흠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 개봉 당시부터 회자된 미모에 대해선 긴 설명이 필요치 않다.
크리스 파인이 연기한 인물 트레버와 원더우먼의 호흡도 유쾌하다. 온몸으로 총알을 막아내는 원더우먼의 활약은 기대대로 히어로물 속 전형적 여성 캐릭터와 거리가 멀다. 특히 데미스키라에 불시착해 알몸으로 목욕을 즐기는 트레버, 그에게 다가가 대화를 나누는 다이애나의 모습은 가볍지만 흥미로운 젠더 전복의 시퀀스로도 읽힌다.
물론 영화의 서사로부터 여성주의적 함의를 읽어내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트레버와 다이애나의 로맨스가 발전해나가는 과정, 다이애나의 가장 결정적 각성 계기, 그가 전장의 여러 장면에서 '여성성'으로 말해지는 덕목들을 재현한다는 사실이 이런 비판의 가능성과 닿아있다.
한편 다이애나의 어머니 히폴리타 여왕 역을 코니 닐슨이, 안티오페 역을 로빈 라이트가, 루덴도르프 역을 대니 휴스턴이 연기했다. 패트릭 경 역은 데이빗 듈리스가 소화했다. 릴리 애스펠이 8세의 다이애나 역을, 에밀리 캐리가 12세의 다이애나를 연기했다.
영화는 오는 31일 개봉한다. 러닝타임은 141분, 12세이상관람가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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