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제2의 '태양의 후예'는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사전제작 드라마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최근 드라마 시장에서 핫한 화두는 사전제작이다. 쪽대본에 실시간 촬영이라는 열악한 환경 탓에 사전제작에 대한 열망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상반기 '태양의 후예'가 메가 히트를 하면서 사전제작은 어느새 트렌드가 돼버렸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올해 방영됐거나 방영 중인 사전제작 드라마는 6편이다. SBS는 '사임당'에 이어 '엽기적인 그녀'를 내놨고 tvN은 '내일 그대와'에 이어 6월 '비밀의 숲'을 방영한다. JTBC는 '맨투맨'을 선보이고 있고 MBC에는 '군주'가 있다.
가장 기대를 모았던 건 '사임당'이다. 기대감은 1,2회 시청률 15.6%, 16.3%(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이어졌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7회 만에 한자릿수로 떨어졌고, 속도감을 높이기 위해 재편집을 거쳐 2회 분량을 덜어냈지만 한 번 돌아선 시청자들의 발길을 돌리진 못했다.
SBS는 '엽기적인 그녀'로 만회에 나섰지만 시작부터 험난해 보인다. 1회가 8.5%로 시작해 비교적 선방했지만 2회가 7.4%로 떨어졌다.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이 더 걱정거리다. '사임당' 때와 마찬가지로 축 처지는 전개와 진부한 장면들로 채워져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tvN도 상황은 좋지 않다. '응답하라' 시리즈와 지난해 '도깨비' 등으로 금토드라마의 황금기를 열었지만 올해 초 방송된 '내일 그대와'가 '폭망'했다. 1.8%로 종영했는데 이는 '도깨비'의 마지막회 시청률 20.5%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처참한 수치다.
JTBC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맨투맨'은 4.1%로 시작한 이후 줄곧 3%대에서 허덕이고 있다.
사전제작은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실시간으로 피드백이 없기 때문에 트렌드에 민감한 시청자들의 선호에서 동떨어질 수 있고, 맞춰갈 수 있는 기회가 없다. 그럴수록 이야기가 탄탄한 대본과 연출력이 중요한데 사전제작 드라마들은 대부분 '지루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사전제작 드라마가 쓴맛을 보고있는 가운데 반 사전제작이라는 제작 시스템이 떠오르고 있다. 올해 초 신드롬을 일으킨 '도깨비'도 반 사전제작의 형태였고, JTBC 역새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힘쎈 여자 도봉순'도 마찬가지다. 시청률 상승세인 '군주'도 완전 사전제작은 아니다.
반 사전제작은 방송 전 대본이 거의 다 나온 상태에서 촬영이 상당 부분 이뤄진 형태다. 시청자들의 반응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사전제작 드라마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여유 있는 촬영으로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편성이 늦어질 위험도 적어 트렌드에도 민감하게 대처할 수 있다.
하반기에도 사전제작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온다. tvN이 가을 방송을 목표로 '하백의 신부'를 준비하고 있고, JTBC는 '맨투맨' 후속으로 '품위 있는 그녀'를 편성했다. 지상파에서도 MBC '왕은 사랑한다',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를 선보인다.
사전제작 드라마는 과도기다. 올해 쏟아지는 작품들이 어떤 성적표를 받느냐에 따라 드라마 제작환경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kafk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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